할리우드 스타도 뛰어든 '합법 AI' 음성 시장…따라오는 쟁점들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11.24 07:35  수정 2025.11.24 07:35

전미영화배우조합(SAG-AFTRA)은 한때 AI가 배우를 대체하는 방식의 활용에 강하게 반대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불가피한 기술 흐름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조정했다.


그 결과 AI로 배우의 얼굴·목소리를 복제·변형해 사용할 때는 사전 동의와 명확한 보상 체계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파업을 마무리 했다. AI가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의 권리를 보호한 상태에서 제한적으로 활용되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뉴시스/AP

이 합의는 곧바로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중 하나로, 할리우드 스타들이 직접 나서 ‘합법 AI 음성 시장’의 문을 여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이다.


최근 배우 매튜 맥커너히와 마이클 케인은 AI 오디오 기업 일레븐랩스와 손잡고 자신의 목소리를 정식 라이선스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단순한 기술 협업을 넘어, 유명인의 고유 음성을 하나의 지적재산권(IP)으로 인정하고 거래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맥커너히는 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일레븐랩스에 직접 투자까지 했다. 자신의 뉴스레터 ‘리릭스 오브 리빙’(Lyrics of Livin)을 스페인어 오디오 버전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스페인어를 구사하지 않음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스페인어로 팬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술과 스타 IP의 결합이 언어 장벽을 허문 사례가 됐다.


마이클 케인은 일레븐랩스가 새로 출범한 ‘아이코닉 보이스 마켓플레이스’에 참여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 기업과 제작자들은 공식 허가를 받은 케인의 합성 음성을 구매해 책·기사 낭독, 콘텐츠 제작, 광고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다.


일레븐랩스는 이 마켓플레이스가 유명인과 직접 계약해 투명한 정산 구조와 공정한 대가 지급을 보장한다고 강조하며, 그동안 무단 음성 복제가 야기해온 윤리 논란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합법 플랫폼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우려는 여전히 뚜렷하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AI 음성을 활용한 정치적 조작, 보이스 피싱, 가짜 뉴스 유포 사례가 잇따랐고, 유명인의 목소리를 흉내 낸 AI가 선거나 사회적 갈등 국면에서 악용된 전례가 많다.


라이선스 기반 합법 AI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더라도, 비공식·불법 영역을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기술이 대중화된 만큼, 음성 데이터가 조금만 인터넷에 노출돼도 무단 생성이 가능하다는 현실적 문제 때문이다.


여기에 AI 음성 상업화가 콘텐츠 노동 시장 전반에 던지는 파장도 크다. AI 기술이 등장했을 때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우려이지만, 유명인의 음성을 합법적으로 무한 복제할 수 있는 환경이 현실화되면서 성우·배우의 노동이 ‘대체 가능한 자원’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문제는 더욱 선명해졌다.


AI가 열어주는 가능성은 분명 크다. 언어 장벽을 넘는 다국어 콘텐츠 제작, 대규모 오디오·내레이션 작업의 효율화, 팬덤을 기반으로 한 IP 확장까지 산업 전반의 활용 폭은 빠르게 넓어지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이 곧 콘텐츠 노동 구조 자체의 재편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위험 또한 분명하다. 기술이 만든 편의와 수익의 흐름이 누구에게 돌아가고, 어떤 직군이 대체 가능한 자원으로 취급될지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 더욱 가속될 수밖에 없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