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도권 뺏길라" 퇴직연금 총력전…고객은 장기 수익률 따져야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11.25 06:54  수정 2025.11.25 06:54

시장 성장세 증권사가 앞서자

마케팅과 인력 배치로 승부수

수익률보다 맞춤형 전략 필요

주요 시중은행들은 퇴직연금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국내 금융권에서 퇴직연금 시장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적립금 규모를 자랑해왔지만 증시 활성화 등 영향으로 증권사로 무게추가 빠르게 넘어가는 모습이다.


이에 은행권은 인력 배치, 수수료 인하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주목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퇴직연금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리은행은 전국 영업점에 퇴직연금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연금리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단순 퇴직연금 상품 판매를 넘어 포트폴리오 재설계, 상품 변경 등 고객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해 운용 성과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 일임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AI 알고리즘이 고객의 투자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자동 구성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리밸런싱까지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은행권 중 가장 먼저 퇴직연금 적립금 50조원을 돌파한 신한은행은 개인형 퇴직연금(IRP) 수수료 면제 대상 확대 등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수수료 부담을 낮춰 고객들의 실질적인 수익률을 높이고, 장기 가입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KB국민은행 역시 IRP 신규 가입자 또는 잔액 이전 고객을 대상으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는 등 고객 유입에 힘쓰고 있다.


은행권이 고객을 모시기 위해 공세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퇴직연금 성장세가 역전됐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자료에 따르면, 올 3분기 은행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분기보다 5조6884억원 증가한 반면, 증권사는 7조1290억원 늘었다.


적립금 총액 면에서는 은행이 우위에 있지만, 자산 운용의 효율성과 수익률을 중시하는 DC(확정기여형) 및 IRP 시장에서 증권사가 우위를 점하기 시작하면서 성장 동력에서 밀리는 양상이다.


이는 은행권이 상대적으로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치중한 반면, 증권사는 주식, 펀드, 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 운용 역량을 내세우며 수익률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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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 역시 은행 간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정부가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잠재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단순 수익률만 보고 퇴직연금 계좌를 자주 옮기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시기에 따라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고, 퇴직연금의 목적인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산 증식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각 금융사의 수수료 체계, 장기 수익률, 은퇴 시점에 맞는 포트폴리오 제공 능력 등 본질적인 운용 역량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수요가 늘면서 관련 마케팅도 늘고 있다"며 "단순 이벤트에 현혹되기 보다 각 투자 성향에 맞는 지표를 고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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