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6거래일 연속 상승…실물·금융 동반압박 '경고등' [긴급점검-고환율]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11.25 07:05  수정 2025.11.25 07:05

24일 환율 1.5원 오른 1477.1원…7개월 반 만에 최고치

실질실효환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9년 만에 최저치

"고환율 이어지면 경제 펀더멘털 약화·금융시장 불안 심화"

"한은·정부, 국민연금과 협력해 시장 불안 최소화 해야"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환율발 물가 압력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1400원대에 진입한 이후 1500원 '턱밑'까지 치솟으며 고환율이 '뉴노멀'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1.5원 오른 1477.1원이다. 이날 주간 거래 종가는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7개월 반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미국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 3.6원 낮은 1472.0원으로 출발한 뒤 낙폭을 줄였지만, 주간 거래 마감 무렵에는 1477.3원까지 치솟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08% 오른 100.143 수준이다.


최근 환율 급등은 한국과 미국 간 금리 격차(금리 역전), 국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에 따른 외국인 증시 이탈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원화 가치 하락은 실질 지표에서도 뚜렷하다.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지난달 실질실효환율(REER)은 89.09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9년 만의 최저치다.


이는 실질실효환율의 기준치(100)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로,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원화의 구매력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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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원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수입 물가 상승, 소비 둔화, 기업 투자 위축 등 실물경제 전반에 하방 압력이 커지고 금융시장까지 충격이 파급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수입 원자재 가격과 해외 부품 조달 비용이 올라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 비용 압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세 제조업,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운송·에너지 업종은 타격이 더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들은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 공조, 외환시장 안정 조치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과 같은 고환율이 지속된다면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비용 상승으로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고, 중소기업 손실 확대, 소비자 물가 상승과 체감 물가 인상, 내수 위축 등으로 경제 펀더멘털 약화와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환율은 대외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되고 수급 부담이 줄어들면서 점차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과 일본의 금리 정상화 기대는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변동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완전한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은과 정부는 국민연금 등 기관과의 협력을 통한 환헤지 전략 마련, 외환시장 안정 조치, 통화·재정정책 공조를 통해 시장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 구조인 만큼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원자재·부품 등 달러결제 비용이 오르면서 기업 원가 압박이 커질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수출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구매자의 가격 저항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고환율이 이어지면 수입 물가 상승이 소비자 물가로 전가돼 소비 둔화와 기업 투자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중소 제조업과 운송·에너지 업종, 외화 조달 비중이 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은 충격이 더 클 것"이라며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 관리 부담도 증가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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