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웃지 못하는 고물가”…자영업·서민 모두 ‘한숨’ [긴급점검-고물가]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11.25 07:00  수정 2025.11.25 07:00

3년 새 19%↑…생활물가 ‘한계치’

배달비·임금·식재료 삼중고에 흔들리는 외식업

자영업자, 버티다 못 해 ‘가격인상 카드’ 만지작

직장인 런치플레이션 확산…“무지출 움직임 감지도”

서울의 한 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생활물가가 연일 상승하면서 자영업자와 서민 모두 웃지 못하고 있다.


각종 원자재와 배달비 인상에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점심 한 끼 앞에 망설인다. 고물가 속 누구도 웃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서민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가 3년간 19% 넘게 오르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크게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지난달까지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률은 15.9%를 기록했다.


내년도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가 뛰는 물가를 잡기 위해 물가안정 대책 등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지만, 올해도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효과와 올 초부터 지속돼 온 가뭄에 따른 농작물 피해, 이웃나라 전쟁 등의 요인으로 앞으로 수개월간 높은 물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메뉴 가격인상 요인은 수두룩하다. 배달수수료가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배달비 명목으로 내는 금액은 사라지거나 줄었지만, 외식업주들은 건당 3000원 넘는 배달비를 내느라 여전히 부담이 크다. 배달비와 중개수수료 등을 합한 비용이 음식값의 40%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배달비 수수료가 오르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보고 있다.


소규모 자영업자의 경우 고정비는 높고, 마진율은 낮기 때문에 배달비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배달료는 점주와 고객이 나눠서 분담을 하는 구조다.


특히 내년을 기점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예고된 만큼 외식업 관계자들은 폐업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구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외식업 특성상 최저임금 인상 여부는 업장의 존폐를 좌우할 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외식업계는 구인난과 인건비 문제 해결을 위해 키오스크와 서빙로봇과 같은 푸드테크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잇따른 재료비 상승으로 운영이 빠듯한 상황에서 추가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기는 부담스러워지면서다.


최근에는 가공식품 가격 상승도 업계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가공식품은 외식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공식품 인상이 확산하면 외식 물가도 덩달아 상승할 공산이 크다. 라면, 국수, 조미료, 햄, 유제품 등은 식당이나 카페 등의 음식료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식업계 어려움은 줄지 않고 있다. 음식점업의 개·폐업 추이만 봐도 명확하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생활밀착형 자영업자의 절반 가량이 창업 3년 안에 사업을 접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1년 내에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도 전체의 2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의 3년 생존율은 2022년 54.5%에서 2023년 53.6%로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1년 생존율은 지난해 77.0%로 집계됐다. 1년 생존율은 2020년(78.4%), 2022년(79.8%) 상승세를 보이다가 2023년 78.0%로 내려앉더니 지난해에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버티다 못 해 메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어려움을 최소화 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배달비에 민감한 것을 감안해 메뉴 가격이나 최소주문금액을 올려 손해를 만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경기 용인시청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식비 같은 경우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 지출 품목인 데다, 사실상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체감도가 훨씬 높다는 반응이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하소연이 절로 나올 정도다.


특히 서울 시내 직장인들이 가파르게 치솟는 ‘점심 값’에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수년새 오피스타운을 중심으로 대중적인 음식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1만원이 넘는 콩국수, 1만원대 중반의 냉면, 2만원에 육박하는 삼계탕 등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일반 식당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도시락, 샌드위치 등 가성비 상품으로 끼니를 때우려는 분위기 역시 사회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다. 직장인들이 식사 값을 줄이기 위해 편의점으로 발길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아예 지출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직장인들도 수두룩하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2030 직장인 사이에서 하루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이다. 중고거래와 공동구매는 기본, 하루에 특정 금액만 쓰는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30대)씨는 “예전엔 점심값 1만원 넘으면 비싸다고 느꼈는데, 요즘은 1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가 거의 없다”며 “될 수 있으면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고, 고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