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에서 영근 결실’ 골프 화수분 삼천리 [골프단 톺아보기④]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25.11.27 14:16  수정 2025.11.27 14:18

2승의 고지원 등 소속 선수 5승 합작, 골프단 상금도 최다

유망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지유진-김해림 지도력 입증

소속 선수들의 고른 활약이 돋보였던 삼천리. S-OIL 챔피언십에서는 유현조(왼쪽부터)-고지원-서교림이 챔피언조에 편성되기도 했다. ⓒ KLPGA

2014년 창단한 삼천리 골프단은 10년 넘게 한국 골프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삼천리 그룹의 골프와의 인연은 이보다 1년 앞선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삼천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와 난치병 어린이 돕기 자선골프대회를 개최했고, 이때부터 골프를 통해 사회 공헌에 참여하겠다는 뚜렷한 의지를 밝혔다.


기업들이 골프단을 운영하는 목적은 대개 자사 홍보를 하기 위함이 첫 번째다. 하지만 삼천리는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 영입은 철저하게 유망주 쪽으로 맞춰져 있고, 당장의 홍보 효과를 추구하기보다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 육성하며 한국 골프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2015년부터 매년 KLPGA와 손 잡고 개최 중인 ‘KLPGA-삼천리 투게더 꿈나무 대회’가 대표적이다.


이 대회 입상자는 KLPGA 준회원 실기 테스트를 면제받을 수 있고, 정규투어 또는 드림투어에 추천 선수 자격으로 프로 무대를 맛볼 수도 있다. 또한 대회에 출전만 해도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등 경비 전액을 지원받음과 동시에 전, 현직 프로 선수들이 대회 기간 내내 노하우를 전수해 주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 대회로 자리매김했고, 이 대회를 통해 성장을 거듭한 선수들이 프로 무대를 휘젓고 있다. 실제로 정규 투어 우승을 차지했던 홍정민, 조아연, 송가은, 김재희, 김민별, 김민주 등은 ‘삼천리 투게더 꿈나무 대회’를 통해 주목받았던 선수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KLPGA-삼천리 투게더 꿈나무 대회’가 열렸다. ⓒ 삼천리

삼천리의 골프 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21년부터는 아예 유망주를 직접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우며 '삼천리 아카데미'를 신설했다. '삼천리 아카데미'에 소속된 주니어 선수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프로 선수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춰나갈 수 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KLPGA 신인왕에 오른 유현조와 서교림이 '삼천리 아카데미' 출신이다.


이만득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골프 사랑도 대단하다. 이만득 회장은 소속 선수들이 골프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으며, 우승 경쟁을 펼치기라도 하면 직접 대회장을 찾아 응원에 나설 정도다. 삼천리 모자를 쓴 임직원들 역시 자발적으로 모여 구름 갤러리를 형성,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삼천리는 2025시즌 전체 골프단 가운데 독보적인 성과를 냈다. 2승을 따낸 고지원을 필두로 대상 수상자인 유현조, 그리고 고지우와 박보겸이 우승자 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정규 투어에서 10명의 선수들이 총 상금 49억 6392만원을 합작, 2년 연속 구단 상금 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삼천리가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창단 멤버인 지유진 부단장과 오랫동안 삼천리 소속 선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은퇴 후 코치로 새 출발을 알릴 김해림 코치의 공이 크다.


삼천리 골프단은 지유진 부단장을 중심으로 끈끈함을 자랑한다. ⓒ 삼천리

지유진 부단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삼천리 그룹은 선수들 한 명, 한 명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그러면서 선수들마다 필요한 게 무엇인지 늘 고민한다. 나 또한 소속 선수가 성적을 내려면 어떤 부분이 필요할까 체크한다. 멘탈과 체력적인 부분을 수시로 확인하고 선수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삼천리’라는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끈끈함이야 말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지 부단장은 “선수들끼리 매우 돈독하다. 무엇보다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고, 보완할 점을 대화를 통해 메워나가기도 한다”며 “갤러리로 자주 오시는 삼천리 임직원분들도 큰 힘이 된다. 그래서 만약 소속 선수가 우승하면 함께 식사를 하며 고마움에 보답하기도 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대회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삼천리 임직원들의 구름 갤러리는 자발적 참여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유진 부단장은 “오히려 임직원들이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하더라. 특히 올 시즌에는 유현조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는데, 본인들의 응원이 선수 경기력에 좋은 영향을 줬다는 사실에 특히나 즐거워하신다”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괄목할 성장을 보여준 고지원. ⓒ KLPGA

삼천리 골프단만의 선수 지원 방식은 무엇일까. 지유진 부단장은 “현역 시절, 선수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언인지 늘 고민했고 은퇴 후 이를 삼천리 골프단에 녹여냈다. 단순히 비용을 지원해 ‘선수가 알아서 해’ 보다는 ‘골프단이 이렇게 프로그램을 마련할 테니 함께 하자’라는 방식이다. 이런 시스템을 삼천리에 뿌리내렸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선수 선발 방식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삼천리는 유망주를 고르는 눈이 남다르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유진 부단장은 “주니어 선수들을 대상으로 선발전을 치른다. 경기 외에 샷 테스트도 진행하고 예전에는 체력 테스트도 치렀다. 면담을 통해 선수들의 성향도 파악하는 등 여러 단계의 선발 과정을 거쳐 선수들을 뽑는다”라며 “이들은 ‘삼천리 아카데미’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하게 되는데 프로 선수들의 훈련 시스템을 주니어 선수들에게도 그대로 적용했다. 선수에 맞게 잘 관리하면 좋은 성장이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2년 연속 신인왕에 오른 유현조, 서교림이 이에 해당하고, 지금도 주니어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망주 육성은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고 결과가 당장 드러나지 않기에 그만큼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삼천리 골프단은 꿋꿋하게 기조를 유지하며 ‘유망주의 보고’라는 꿈나무를 키웠다. 대표적인 선수가 올 시즌 KLPGA 대상에 빛나는 유현조다.


지 부단장은 “현조를 만드는데 5년이 걸렸다. 실제로 육성부터 성장까지 5년을 계획했는데 그대로 따라줬고, 작년 신인상, 올해 대상으로 꽃을 피웠다. 너무 감사하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세희의 캐디로 나섰던 김해림 코치. ⓒ KLPGA

오랜 선수 활동을 접고 지도자로 변신한 김해림 코치에게도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유진 부단장이 골프단의 얼개를 그리고 가야 할 방향을 정한다면, 김해림 코치는 보다 세세하게 선수들을 관리하는 기술자에 해당한다.


김해림 코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난해까지 현역 생활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이해한다. 특히 대회장의 코스를 잘 알고 있어 선수들의 코스 매니지먼트에 큰 도움을 줬다고 자부한다. 선수들의 현재 컨디션도 파악해 빠르게 대처했던 부분도 좋은 결과로 이어진 원동력이었다”라고 밝혔다.


김해림 코치가 올 시즌 크게 주목받았던 장면은 역시나 ‘캐디 김해림’이다. 직접 골프백을 맨 이유가 있을까.


김해림 코치는 “내가 캐디로 나서면 확실히 선수들의 성적이 잘 나왔다”라고 웃은 뒤 “선수들 말에 따르면, 그린 위에서 라이를 보는 게 큰 도움이 됐다 하더라. 코스 공략 시 트러블 상황을 함께 헤쳐나간 부분도 좋았던 점으로 꼽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골프 경기에서 18홀을 돌다 보면 좋은 환경만 있는 게 아니다. 늘 3~4개 홀 정도는 위기가 찾아온다. 전문 캐디분들도 조언을 해주지만, 나의 경우 이런 상황을 보다 많이 겪었기 때문에 좀 더 섬세하게 알려줄 수 있었다. 이런 부분들을 선수와 공유하며 함께 위기를 헤쳐나갔다”라고 강조했다.


김해림 코치는 지난해 은퇴 후 곧바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 KLPGA

내년에도 ‘캐디 김해림’을 볼 수 있을까. 김 코치는 “선수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나설 수 있다. 다만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정글을 헤쳐나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코치 생활을 하며 가장 보람된 순간은 역시나 선수들의 비약적인 성장이었다. 김해림 코치는 “올해 삼천리 골프단에서 가장 많이 자란 선수는 고지원이다. 지원이의 경우 부분 시드를 갖고 있었고, 2부 투어에서 뛰었었는데 우승으로 위너스 클럽에 들어간 것을 넘어 2승까지 해냈다. 너무 고맙다”라고 활짝 웃었다.


또한 “전예성, 이세희, 이재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내가 직접 캐디백을 메 반등에 성공한 케이스다. 특히나 시드전을 오가거나 드림투어에 있던 이세희와 이재윤이 커리어 하이를 써내 내년 시즌 더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라고 전했다.


선수 시절부터 삼천리 골프단에 오랫동안 몸담은 만큼 자부심도 대단했다. 김해림 코치는 “삼천리 골프단은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과 프로 선수 관리 시스템을 모두 갖춘 최초의 골프단이라 할 수 있다. 이 전통이 잘 이어져 오고 있으며 나와 지유진 부단장님이 언제나 선수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호흡하고 있다. 이것이 삼천리 골프단의 장점”이라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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