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용인세브란스 로봇수술위원장 인터뷰
“용인세브란스, 로봇수술 3000례…세브란스의 정체성”
박주현 용인세브란스병원 로봇수술위원장이 17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대한민국은 로봇수술을 선도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는 로봇수술이 병원의 큰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박주현 용인세브란스병원 로봇수술위원장(산부인과 교수)은 한국 의료진의 정교한 술기와 빠른 신기술 수용법을 근거로 이같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로봇수술이 기술·환자경험 측면에서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특정 병원을 넘어 국가 의료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용인세브란스병원은 2020년 3월 개원과 동시에 용인시 최초로 로봇수술을 도입했다. 이후 불과 5년 만에 누적 3000례를 달성하며 지역 거점 병원으로서는 이례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 박 위원장을 만나 한국 로봇수술의 현주소와 향후 기술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로봇수술 체계화, 핵심은 ‘팀워크’”
박 위원장은 용인세브란스의 로봇수술 운영 방향을 ‘새로운 도전’보다 ‘확장’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본원(신촌)과 강남세브란스에서 축적해 온 술기와 시스템을 지역으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진들은 본원과 강남에서 오랜기간 수련을 받고 온 교수들”이라며 “간호사분들도 (해당 지역에서) 이동하신 분들이 많아 숙련된 시스템, 세브란스의 역사와 전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로봇수술의 성공 여부가 단순히 ‘기계의 도입’에 달린 것이 아니라, 집도의와 간호사·수술지원 인력의 ‘유기적 연결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숙련된 인력이 함께 온 덕에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용인세브란스병원 로봇수술위원장이 17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는 현재 ‘다빈치 Xi’와 ‘다빈치 SP’ 두 기종을 모두 운영하며 고난도 수술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Xi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멀티포트 로봇이며, SP는 한 개의 절개창으로 집도 가능한 단일공 로봇이다. 박 위원장은 “수술 특징이나 임상과에 따라서 (로봇) 기종을 선택하게 된다”며 “환자와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로봇수술의 활용 범위는 산부인과뿐 아니라 외과·비뇨기과·이비인후과 등 다수의 임상과로 확대되고 있다. 박 위원장은 “로봇 특유의 관절 구조와 확대된 시야는 복강경이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골반이나 갈비뼈 아래 장기에서 강점을 발휘한다”며 “특정 질환군에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점점 (활용) 지경이 넓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환자의 치료 패턴 변화도 로봇수술 확대의 요인이다. 박 위원장은 “직장 복귀 시기와 회복 속도가 치료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며 “이에 따라 최소 절개와 빠른 회복이 가능한 로봇수술을 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사람의 능력과 로봇·AI 기술, 상보적으로 가야”
그는 로봇수술이 의료진 교육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공의 시절부터 로봇 장비를 자연스럽게 다루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수술 역량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결국 한국 의료의 중장기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앞으로 로봇수술이 인공지능(AI)과 융합을 통해 더욱 정교한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앞으로 영상·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수술실에 실시간으로 통합되는 기술이 들어올 것”이라며 “한국이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와 제도적 지원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전경 ⓒ용인세브란스병원
최근 의료계에서 화두가 되는 ‘피지컬 AI’와의 결합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박 위원장은 “의사입장에서는 상당히 겁나는 이야기”라면서도 “사람의 능력과 로봇·AI 기술은 상보적이어야 하고, 기술 발전의 흐름을 보면 결국 공존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의 계산 능력과 사람의 직관력이 만나야 안전한 진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의료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이미 한국이 로봇수술을 선도하고 있다”며 “정교한 손기술과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제도적 환경이 지금의 경쟁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병원뿐 아니라 종합병원·준종합병원에서도 로봇수술 도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앞으로 로봇수술은 각 병원의 새로운 경쟁력이자, 한국 의료 시스템 전체의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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