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U 확보·IAEA 검증 체계 구축 등 외교·기술 과제도
韓美원자력 협정·오커스 협력 확대여부가 성패 좌우
'전문 인력' 양성 조기착수 필요…정치 리스크도 여전
지난달 14일 서울역 대합실의 TV 화면에 한미 팩트시트 최종 합의 발표 관련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한국의 핵추진잠수함(핵잠) 개발을 사실상 승인하면서 한국은 수십년간 지연돼 온 핵잠 사업을 본격 추진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 핵잠 전력 확보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전략 억지력 강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의 정치적 변수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세이프가드(안전조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외교·정책적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잠이 확보될 경우 한국 해군의 작전 범위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움직임 추적부터 중국·러시아 견제, 주요 해상교통로 보호까지 크게 확장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고속·장기 잠항이 가능한 핵잠은 기존 재래식 잠수함 대비 작전 지속 능력이 압도적으로 높아 '전략 플랫폼'으로 불린다. 군 당국자는 "동북아에서 잠수함전 양상이 급격히 변하는 가운데 핵잠 확보는 한국의 전략 자율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핵잠 추진 논의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핵연료 문제와 국제 규범에 따른 제약으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 정부와 군은 2004년까지 4000t급 핵잠 개념설계와 원자로·선체 통합 기술 검토를 마쳤으나, 미국과의 원자력협정 제한과 IAEA의 문제 제기 등으로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박근혜·문재인 정부도 관련 연구를 이어갔지만 법적·외교적 여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향후 본격 추진을 위해서는 핵잠의 동력원인 저농축우라늄(LEU) 연료 확보 체계를 다변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핵잠 연료 공급과 기술 이전에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 온 만큼, 한국은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영국·캐나다 등 우라늄 가공·공급 능력을 갖춘 국가들과의 협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LEU 조달뿐 아니라 보관·이송·폐기 등 전 과정에 대한 IAEA의 맞춤형 감독체계를 설계하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군사용 원자력 추진체는 통상적 민수 원전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완전한 실시간 검증이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이에 IAEA는 핵잠용 우라늄이 핵무기나 핵폭발 장치로 전용되지 않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세이프가드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핵추진체 개발은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국제 규범과의 조화가 핵심 요건"이라며 "한국이 비확산 원칙을 충족한다는 확실한 국제적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진체 개발 단계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기반 추진 기술의 실증 절차가 남아 있다. 냉각·차폐·진동 등 핵심 안전 요소를 육상 시험시설에서 단계별로 검증한 뒤 이를 해상 환경에서 모의 시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관련 기관은 이미 일부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핵잠용 원자로는 일반 원전과 다른 설계 요건을 갖기 때문에 새로운 통합시험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핵잠 운용 능력 확보를 위한 국제 협력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핵잠 보유국인 미국·영국·호주는 오커스(AUKUS) 체제를 통해 운용·정비·훈련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이 향후 핵잠을 도입·건조·운용하려면 이러한 기술·운용 경험과의 연계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AUKUS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방 인력 양성 역시 장기적 과제로 제시된다. 핵잠 작전·정비 인력은 기존 재래식 잠수함 요원 대비 훨씬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해군사관학교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포항공대 등에서 원자력·해양공학 기반의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한다면 향후 36개월 이내 시제기 개발, 약 10년 내 실전 배치도 가능하다는 전망도 일부에서는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형 핵잠 프로젝트가 앞으로도 여러 난관을 마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대외원자력정책은 행정부 변화에 따라 기조가 크게 달라지는 경향이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승인 이후에도 의회 심사나 차기 행정부 변수 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또 국내에서는 핵잠 건조 장소와 산업기반 조성 문제를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편 사업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한국은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에 이어 세계 8번째 핵추진잠수함 운용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의 자주국방 능력을 실질적으로 증명하는 동시에 동북아 안보 지형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