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국민연금,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 협의
금감원장 “국민연금 환시장서 ‘공룡’돼…사회적 논의 필요”
“단기적 도움 줄 수 있어도, 장기 수익성·독립성 훼손” 지적 여전
1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신한은행
정부가 연말 만료 예정이던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외환스와프 계약을 연장하기로 하면서, 외환시장 안정의 부담이 다시 국민연금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환율 안정과 연금 수익성의 균형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국민의 노후자금을 사실상 외환시장 조정 수단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여전하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산업통상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등은 수출 기업의 달러 환전·해외투자 상황을 정기적으로 들여다보는 동시에, 올해 말 만료 예정인 외환당국·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계약 연장을 위한 세부 협의에 착수했다.
당초 한은과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 연간 650억 달러 규모로 외환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었으나, 올해 6~7월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면서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스와프는 국민연금이 해외자산을 매입할 때 필요한 달러를 외환보유액에서 공급함으로써 시장의 직접적인 달러 수요를 줄이는 장치다.
정부는 아울러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함께 고려한 ‘뉴프레임워크(New Framework)’ 마련을 위한 논의도 시작한다.
문제는 이 방식이 단기적 시장 안정에는 도움을 줄 수 있어도,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투자를 확대하는 국민연금이 달러를 필요로 하는 건 중장기 전략의 결과”라며 “이 부담을 외환시장의 구조적 불안정 탓으로 돌리고 연금의 운용 원칙을 흔드는 것은 정책 목적의 과도한 연금 동원”이라고 꼬집었다.
또 최근 대두되고 있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투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되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환헤지는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효과가 있어 단기 환율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국민연금은 환차익을 포기하고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수익률 훼손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이유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의 환헤지 투입 필요성에 언급했다. 이 원장은 과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 직을 맡은 바 있다.
그는 “지금 정부의 고민은 서학개미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시장에 국민연금이 주는 시그널”이라며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환시장에서 ‘연못 속 공룡’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환율을 결정하는 주류가 돼버린 상황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일지 논의해야 한다”며 “해외투자 확대 여부는 그 다음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환율 방어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부 기조에 사실상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본래 장기 수익 극대화가 목적이지, 정부의 환율 안정 수단이 아니다”며 “환율 방어를 위해 국민연금이 헤지 비중을 억지로 조절하면 결국 장기 수익률 하락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기금 고갈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사실상 정책자금처럼 동원하는 것은 젊은 세대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것”이라며 “단기 시장 안정 명분으로 연금의 투자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