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그릇·식문화 아우른다” 화요, 그룹 체제 전환으로 K-증류주 브랜드 확장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12.02 13:45  수정 2025.12.02 13:49

화요, 감압증류·옹기숙성…전통과 기술의 결합

프리미엄 K-스피릿, 글로벌 30개국 진출

주세 개편 촉구…산업 구조 혁신 과제 부상

조희경 화요 대표가 지난 1일 창립 22주년을 맞아 경기도 여주시 여주 제2공장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화요그룹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지난 1일, 경기 이천에서 여주로 이어지는 왕복 4차선 경충대로를 달리자 노변에 진회색의 반듯한 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건물의 2층 유리창 넘어로는 갈색 항아리 수십 개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국내 프리미엄 주류 시장을 연 증류식 소주 ‘화요’가 탄생하는 양조공장 이야기다.


하루 수만 병의 한국식 고급 소주 ‘화요’가 이곳에서 빚어져 전국 애주가들의 식탁으로 향한다. 화요는 도자기 전문기업 광주요 그룹의 손에서 탄생한 술이다. 한식과 어울릴 품격 있는 우리 술이 필요하다는 조태권 회장의 뜻 아래 주조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탄생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현재, 화요는 단순한 술을 넘어 한국 증류주 문화를 다시 쓰는 브랜드로 우뚝 성장했다. 전통의 복원에서 출발한 이 도전이 이제 식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새로운 단계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프리미엄 증류주 브랜드 화요는 지난 1일 22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화요그룹 체제를 공식 선언했다. 화요그룹의 출범은 광주요의 도자 헤리티지와 가온소사이어티의 미식 역량을 화요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구조 개편을 통해 완성했다.


‘술-그릇-식문화’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이 구조는 단일 브랜드를 넘어 한국 식문화를 새롭게 브랜딩하는 모델이다. 화요그룹이 술을 중심으로 한국과 세계를 잇는 식문화 비전을 비약적으로 확장해 나가기 위한 초석을 다진 셈이다.


화요는 잊혔던 한국 증류주의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린 프리미엄 소주 브랜드로 지난 2005년 처음 출시됐다. 희석식 소주가 대중화된 시대에 100% 국산 쌀과 전통 방식을 고집하며 한국 술 본연의 정체성을 되찾고자 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화요의 출발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원재료비와 제조원가가 높아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증류주가 희석식 소주와 동일한 종가세 체계 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았다. 고품질 원료를 쓸수록 가격이 높아지지만, 세금이 제조원가 기준으로 부과돼서다.


그럼에도 광주요그룹은 ‘한식과 어울리는 고품격 증류주의 복원’이라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도자기 브랜드 광주요의 미학을 계승한 병 디자인, 한식과의 조화로운 페어링, 프리미엄 바와 호텔에서의 세련된 경험을 앞세워 술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경기도 여주시 화요 2공장의 숙성 공정.ⓒ화요그룹
◇ 탄 맛 없애고 새 기준 제시…‘감압증류 기법’ 도입


경영진들은 화요가 단순한 술을 넘어 문화적 브랜드로 확장하기 위해 무엇보다 다양한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화요는 감압증류를 비롯한 정교한 양조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스마트공장을 구축해 생산 효율과 품질 표준화를 동시에 구현했다.


화요 제2 공장의 2층에는 증류주를 옹기에 담아 숙성하는 숙성실이 있다. 첫 화요를 생산한 2004년에 들어온 옹기를 비롯해 350여개가 숙성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옹기는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만들기 때문에 크기가 조금씩 달랐다.


세계 최고 수준의 위스키, 코냑, 와인 등이 숙성과정에서 오크(Oak)통을 사용하는 반면, 화요는 대형 항아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크통은 술을 3번 정도 숙성하고 나면 폐기해야 하지만 흙으로 빚은 옹기는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선택했다고 한다.


이날 기자가 둘러본 화요의 제조 방식은 기존 소주와도 차이가 컸다. 차별된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증류 방식’이었다. 술을 빚으려면 쌀을 끓이는 과정에서 탄내와 탄맛을 없애는 게 관건이다. 상온에서 끓이려면 100도 이상 온도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고두밥이 눌어 탄맛이 났다.


때문에 탄 밥의 텁텁한 맛이 증류주 본연의 맛이라고 오해하는 이도 적지 않다. 화요는 밥물이 끓어 이슬이 맺히는 온도를 낮추기 위해 ‘감압증류 기법’을 도입했다. 대기압 10분의 1로 낮추는 설비를 도입해 영상 40도에서 물을 끓여 술을 얻는 기술이 화요의 핵심 제조법이다.


현재 화요는 와인이나 사케 같은 순한 술을 즐기는 이를 위한 ▲‘화요 17’(17도)부터 ▲‘화요 25’(25도) ▲‘화요 41’(41도) ▲‘화요 53’(53도) 등 투명한 빛깔의 술부터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 풍미의 ‘화요 엑스(X)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7월에는 창사 10년 만에 신상품 ‘화요 19금(金)’이 출시하면서 소비자 선택지를 대폭 넓혔다. 2세 경영인 조희경 화요 대표의 야심작인 화요 19금은 100% 우리 쌀을 발효·증류한 뒤 옹기 숙성 원액과 오크 숙성 원액을 블렌딩해 만든 프리미엄 증류주다.


좋은 술을 좋은 사람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인생의 황금기’로 만들어가자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금’을 붙였다. 옹기에서 숙성한 순수한 쌀 향과 오크통 특유의 부드러운 바닐라향이 어우러져 깊이 있는 맛을 낸다. 알코올 도수는 19도로 일상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앞서 화요그룹은 시장 변화에 대비코자 2023년 제2공장을 증설했다. 기존 시설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연면적 약 7000㎡, 지상 4층 규모로 건설된 화요 제2공장은 증미·제국 공정, 발효 공정, 증류 공정, 숙성 공정 등 제품 제조공정 대부분이 자동화, 디지털화된 스마트팩토리다.


화요는 제1공장에 이어 제2공장까지 스마트팩토리를 적용하며 전통 방식의 우리 증류 소주를 가장 현대적이고 위생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오고 있다. 화요는 이에 힘입어 지난 2021년 주류업계 최초로 스마트해썹(Smart HACCP)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경기도 여주시 화요 2공장의 제품 병입 공정ⓒ화요그룹
◇ 증류주 경쟁력 강화에 속도…산업 구조 개선에 ‘지속 노력’


화요그룹은 출범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민국 증류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한 세대 확장이 아닌, 세계 시장에서 통용 가능한 증류주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지식재산권(IP) 협업, RTD 제품 개발, 글로벌 바·클럽 네트워크 확대 등을 통해 ‘화요 경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다양한 소비 접점에서 브랜드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수출에도 속도를 낸다. 현재 화요는 2005년 미국과 일본, 중국을 시작으로 2025년 현재 미국·캐나다·프랑스·동남아시아·호주 등 전 세계 30 개국에 수출하며 프리미엄 ‘K-스피릿’의 진가를 알려 나가고 있다.


특히 화요그룹은 우리 증류주 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 역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주세 체계 개편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다는 목표다.


화요그룹은 주세법 개정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하는 한편, 우리 증류주 산업이 품질 중심의 경쟁 체제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논의에 적극 참여해 나갈 방침이다.


조태권 화요그룹 회장은 “화요그룹의 출범은 지난 22년의 여정 위에 다음 100년을 설계하는 전환점”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증류주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노력뿐 아니라 산업 구조 전반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요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세계 기준에 부합하는 품질 체계와 제도 개선을 통해 대한민국 증류주의 미래를 책임지는 문화·산업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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