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굳힌 장동혁? '계엄 메시지' 두고 대혼돈 빠진 국민의힘 [정국 기상대]

"사과는 秋 구속 여부에"…장동혁, 막판까지 고민

"관련 메시지는 낼 것…상황 따라 회견 장소 결정"

이미 기정사실화된 강경 행보에 연판장 돌리기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추경호 의원 구속영장 청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 1년을 앞두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끝내 사과 메시지를 내지 않기로 방향을 굳혔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당 내부에서는 혼란스러운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동안 여러 의원들이 장 대표에게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왔지만, 결국 내부의 목소리가 관철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내홍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 지도부는 추경호 전 원내대표의 구속 여부를 지켜보며 12·3 비상계엄 1년 회견의 장소와 메시지 방향을 놓고 막판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메시지 발표 장소나 내용 등이 정해질 것"이라며 "어느 곳에서든 비상계엄과 관련된 메시지를 내긴 할 것이지만, 그때 그때의 상황과 일정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장 대표가 지금까지 계속 메시지를 고민해오고 메시지의 큰 줄기를 잡았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그럼에도 내부에서는 이미 장 대표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기류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최근 장 대표의 행보와 발언을 봤을 때 비상계엄 사태 1년이 되는 날 사과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현저히 낮단 판단이다.

결국 장 대표가 이러한 의견을 끝내 반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내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초선부터 재선·중진 의원들은 그간 장 대표와의 독대나 간담회 등을 통해 각종 제안과 조언을 건넸고, 계엄 사태와 관련해 책임 있는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지도부와 따로 움직이는 의원들
"'張 사과' 秋 따라 달라질 문제 아냐"
원내지도부마저 우려의 목소리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공부 모임 대안과 책임에서는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과문 형식의 연판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들에게 비상계엄에 대한 반성과 사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그리고 당내 혁신 등을 약속하며, 이러한 의지에 의원들이 함께 뜻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여당 의원으로서의 책임 통감 및 국민께 사과 △비상계엄을 주도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비상 계엄 옹호 세력과 분명히 결별하고 새로운 길, 미래로 나아갈 것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수권정당으로 가기 위한 재창당 버금가는 당 혁신 매진 등이 골자다.

대안과 책임 멤버인 한 재선 의원은 "지금 초안을 만들었는데, 이 기조로 갈 것"이라며 "장 대표의 입장에 따라 내일 최종적으로 성명문을 발표할 시간과 장소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무엇보다 우리가 하는 게 아니라 당대표 중심으로 이런 메시지가 나오는 게 좋을 것"이라면서 "당이 함께 반성하고 미래로 나가길 바라고, 그 노력을 마지막까지 하겠다. 내일 오전이 돼야 당 지도부가 어떻게 갈 지가 분명히 나올 것이고, 이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할 지를 오전 중에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가 추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메시지를 조율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자체로서 야당 탄압이고 정치 공작이기 때문에, 인용과 기각을 떠나 우리가 강력히 투쟁해야 될 사항"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추 전 원내대표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 메시지 톤이 달라지고 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전에 열린 의총장에서도 이와 관련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발언에서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당내 분열을 부추기는 행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의총장에서도 비상계엄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며 "지난 당대표와의 간담회에서도 사과할 건 해야 된다는 얘기가 중론이었다"고 밝혔다.

대다수 의원들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원내지도부와도 의견 차이가 드러났다. 지난 1일 재선 의원들은 송언석 원내대표를 찾아가 원내지도부 차원에서라도 사과 메시지를 내달라고 요청했으며, 송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원내지도부 내에서도 장 대표의 메시지를 두고 어떻게 대응을 할 지 이날 회의를 할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국민의힘 의원은 "원론적으로 다들 사과 메시지에 공감은 했다. 한 번 당 지도부가 어떻게 하는 지 내일까지 봐야 할 것"이라며 "대표에게 계속 우리가 빚 독촉하듯 할 일은 아니고 대표도 전체적인 취지에 공감을 하고 본인도 누구보다 고민을 하고, 또 12월 3일의 중요성도 알기에 자신이 해법을 찾아 말씀드리겠다 했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