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 폭증에 기민해진 TSMC·삼성…'파운드리 속도전' 본격화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5.12.09 13:40  수정 2025.12.09 13:40

삼성, 테일러 팹 양산 체제 구축 속도…채용도 추가 진행

TSMC, 첨단 패키징 공정 사실상 '풀가동'…주문 급증 원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양대 축인 TSMC와 삼성전자가 기존 로드맵에 한층 더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가파르게 치솟는 가운데, 양사는 '풀가동'·'생산능력 확장'으로 대응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팹(공장)의 양산 체제 구축에 한층 속도를 올리고 있다. 올해 안으로 외부 인프라 공사를 마무리하고, 내년 클린룸 조성 및 주요 장비 반입을 완료해 생산 라인의 골격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오는 2027년 테일러 팹에서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하며 미국 내 파운드리 공급망의 핵심 축을 형성하게 된다. 현재 공정 공사율은 3분기 말 기준 93.6%다.


삼성전자 테일러 팹 전략의 핵심은 '미국 현지화'와 '초기 수율'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초기 수율을 위해 비교적 안정권에 들어선 4㎚(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을 우선 적용한 뒤, 국내에서 수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2나노 공정의 노하우를 순차적으로 이식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확보한 테슬라·애플향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미주 생산거점의 완성도가 결정적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미국 내 생산을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테일러 팹의 안정적인 양산 능력은 향후 수주전의 핵심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삼성전자는 '현지화'를 위한 인력 확충과 생태계 조성에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미주 총괄(DSA)은 최근 파운드리 '고객 엔지니어링(CE)' 분야 시니어 매니저 채용을 시작했다. DSA는 각 분야별 수시 채용을 꾸준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CE 직무는 실제 수주한 칩의 양산 직전 발생하는 기술적 이슈를 조기에 확인하고, 수율과 리드타임을 동시에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9월 '기술 지원(TE)' 직무 경력직 채용에 나선 바 있다. 기술 지원 직무는 테슬라 등이 설계한 칩이 원활하게 생산될 수 있도록 도면을 양산 전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전자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들도 테일러 인근에 잇따라 거점을 마련하며 생태계 구축에 참여하고 있다. 동진쎄미켐과 솔브레인, 한양이엔지, 에프에스티 등이 추가 투자와 인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TSMC는 파운드리 업계에서의 독점적 우위를 더욱 굳히기 위해, 첨단 패키징과 선단 공정에서 한층 더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만 현지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차세대 패키징 공정(CoWoS)이 가동률 100%에 도달했다.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미디어텍 등 주요 고객사의 AI·고성능 컴퓨팅 주문이 급증하면서 CoWoS-L과 CoWoS-S 등 모든 공정이 사실상 '풀가동' 상태에 이른 상황이다.


TSMC의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는 2.5D 첨단 패키징 기술로, 로직 다이와 HBM 메모리를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배치해 고대역폭 연결을 구현한 후 기판에 장착하는 방식이다.


AI 가속기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TSMC는 자체 용량을 확대하는 동시에 외부 패키징 업체(OSAT)로의 외주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oWoS-L은 용량 증대, CoWoS-S는 장비 재배치로 라인을 확장 중이며, 일부 애리조나 부지를 첨단 패키징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목표 가동 시점은 2027년으로 전해졌다.


TSMC는 선단 공정에서도 공격적인 확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향후 2년 내 3나노에 준하는 2나노 생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오는 2027년 2나노 생산능력이 월 15만장 수준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TSMC의 경우 애플과 퀄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엔비디아, 구글, AMD의 첨단 반도체 공정까지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에 맞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의 내년 생산능력이 2만1000장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생산 능력이 8000장 안팎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 역시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능력 확충에 나서도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공장의 경우 향후 수주전의 승패를 가를 중요한 거점"이라며 "공급망 안정화에 속도를 올리며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