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효성·DB그룹 등…기업의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왜?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5.12.10 15:43  수정 2025.12.10 15:44

HS효성, 그룹 60년 역사상 첫 전문경영인 회장 선임

DB그룹·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도 경영 분담

투명성·경영 전문성 및 사업 경쟁력 강화 등 취지

마포HS효성 본사 ⓒHS효성

주요 기업들의 '오너가(家) 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HS효성이 효성그룹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투명성과 경영 전문성 강화라는 취지 아래 도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의 사례에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HS효성은 전날 김규영 전 효성그룹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김 회장은 스판덱스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효성의 주력 사업 기술 향상을 이끈 대표 기술경영인으로 꼽힌다. 2017년부터 8년간 효성그룹 지주사 대표이사를 맡고 고문으로 활동하다가, 이번에 HS효성 회장으로 복귀했다.


HS효성 사령탑을 전문경영인이 맡게 된 것은 조현상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인 것으로 전해진다. 조 부회장은 '오너가 아니어도 가치를 극대화하는 준비된 리더가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역량 중심 인력 중용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HS효성 대표이사직은 조 부회장이 그대로 맡는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투명성과 경영 전문성 강화, 조직 쇄신 등의 목적으로 구축돼 왔다. 외부 출신 경영인 영입, 공동대표 또는 투트랙 체제, 공시 및 지배구조 개편 등과 맞물려 도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 사례가 DB그룹이다. DB그룹은 지난 6월 그룹 총수인 김준기 창업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2세인 김남호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고,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을 회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동부고속, 동부화재 등 주요 계열사 CEO를 역임하며 쌓은 경험과 경영능력, 경제 전반 대한 안목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DB그룹은 당시 이 회장 선임에 대해 "글로벌 무역전쟁 격화, 급격한 산업구조 변동과 AI 혁명, 경영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검증된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사업경쟁력과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타이어 기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지난 3월 조현범 회장의 부재를 메우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안종선 대표이사 사장과 이상훈 대표이사 사장이 공동으로 경영을 분담하는 투트랙 체제를 구축하며, 지속가능한 성장과 책임 경영, 수익성 향상을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는 데 주력했다.


실제 투트랙 체제에서 한국타이어는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타이어 부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2조7070억원, 영업이익은 10.4% 증가한 5192억원으로 집계됐다.


기계·자동화 부품 분야의 삼익THK도 지난 1일 류영수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삼익THK가 전문경영인을 내세운 건 창립 65년 만에 처음이다. 류 대표는 삼성전자 상무, 텍슨 대표를 역임하며 경영 전반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쌓은 인물로 평가된다. 사측은 시장 경쟁 심화와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회사 발전 도모, 경영 투명성 제고 등을 선임 배경으로 밝혔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활발하다. 광동제약은 오너 2세와 전문경영인이 함께 이끄는 투톱 체제를 통해 조직 효율 개선과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미약품도 지난 3월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식 선언했다.


반대로 HD현대는 지난 2017년 전문 경영인으로 등판한 권오갑 명예회장이 지난 10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정기선 회장이 취임해 약 37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은 기업이 처한 환경과 지배구조 전략에 따라 선택되는 경영 모델 중 하나"라며 "오너 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가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지만, 핵심은 경영 환경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고 투명하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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