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없는 KAI 노조, 정부·수은에 "정치변수로 흔들지 말라"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2.10 16:45  수정 2025.12.10 16:52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 앞 '사장 인선 촉구 집회'

대표 공백 5개월...수출·개발·파트너십 결재 멈춤

"정치 상황에 좌우된 인사…산업 리더십 공백 심각"

김승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 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 앞에서 KAI 노조 확대간부과 사장 공백 장기화를 규탄하며 상경 집회를 열고 있다. 노조는 수출입은행의 인선 지연으로 경영·수출·개발 일정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조속한 대표이사 선임을 촉구했다.ⓒ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공백이 반년 가까이 이어지자 노조가 서울 상경 투쟁에 나섰다. 이들은 수출·개발·파트너십이 모두 결재 보류 상태로 묶여 있는데도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인선을 미루고 있다며 “정치적 흔들림의 악순환을 끝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10일 KAI 노동조합 확대간부 100여명은 경남 사천 본사에서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앞까지 이동해 ‘사장 인선 촉구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경영 정체 책임져라’, ‘사업 차질 방치 말라’ 등의 피켓을 들어 보이며 사장 공백 해소와 인선 기준 공개를 요구했다.


김승구 KAI 노조 위원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교체되는 악순환 속에서 사업 연속성이 끊기고 전략이 매번 수정돼 왔다”며 “국가 전략산업의 사장은 정치의 속도에 휘둘리는 자리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산업의 미래를 지켜낼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의 공백은 단순한 늑장 행정이 아니라 수출입은행이 책임을 외면한 결과”라며 “수은이 인선 기준과 절차를 공개하지 않은 채 정치적 상황을 보며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대표 부재로 FA-50·KF-21 등 주요 개발 프로그램과 수출 사업 전반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계약과 국제 파트너십 협상, 신규 프로젝트 전략 등이 대표 결재 단계에서 멈춰 있고 내년 예산 및 조직 개편 논의도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더 이상의 경영 공백은 허용할 수 없다”며 “인선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권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지키는 것은 단순한 경영 안정이 아니라 대한민국 항공우주의 미래이며 2만명 노동자의 일터”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 확대간부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 앞에서 사장 공백 장기화를 규탄하며 ‘사업차질 방치 말라’ ‘경영정체 책임져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상경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데일리안 백서원 기자

현장 대의원들의 발언도 수출입은행을 향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한 대의원은 “내일이면 나아지겠지 하던 조합원들도 이제는 반포기 상태”라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우리가 사천에서 네 시간을 달려왔다. 오늘 끝장을 내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의원은 “사장이 없어 회사가 개판이라 화가 나서 이 자리에 함께 했다”면서 “정부나 수출입은행의 무책임이 계속되면 회사가 어떻게 버티겠느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고 답답해 미치겠다”고 토로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도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김준영 금속노련 위원장은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AI) 산업은 국가와 국민과 함께 끌고 갈 산업이라고 언급했는데, 우주 항공 산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면서 “18만 금속 노동자가 함께 ‘카이 사장 선임이 곧 미래 먹거리 보장’이라는 요구를 함께 외칠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KAI는 지난 7월 강구영 전 사장이 조기 사임한 이후 차재병 고정익사업부문장(부사장)이 대표 대행을 맡고 있다. 윤석열 정권 인사인 강구영 전 사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KAI는 공기업은 아니지만 수출입은행이 26.4%의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정부 의지가 인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업계에서는 인선 지연 요인이 대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황기연 신임 수출입은행장이 취임하고, 이어 이용철 신임 방위사업청장이 부임하면서 KAI 인사에 영향력을 갖는 주요 기관의 라인업이 정비됐기 때문이다.


다만 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실질적 공백 해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이후 후보 추천, 이사회 결의, 임시 주주총회 승인까지 최소 2~3주가 소요된다. 이달을 넘기면 KAI의 대표 공백은 6개월째로 접어든다.


노조는 이날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정부와 수출입은행을 상대로 사장 인선 압박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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