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분위기에 ‘논란’까지…더 차가워진 연말 예능가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2.12 14:01  수정 2025.12.12 14:01

의미에 방점을 찍은 새 시도도, 지상파를 지탱하던 장수 예능도 출연자 ‘논란’에 비상이 걸렸다. 유튜브부터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까지. 새 플랫폼들과 어렵게 경쟁을 이어가던 TV 예능가에 더욱 차가운 바람이 불고 있다.


MBC는 그중 가장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코미디언 박나래가 전 매니저들에게 폭언 및 갑질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데 이어, 일명 ‘주사 이모’에게 불법 의료 시술을 받았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대표 장수 예능 ‘나 혼자 산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나 혼자 산다 속 한 장면

박나래가 해당 논란의 여파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나 혼자 산다’에서도 하차, 프로그램의 변화가 불가피해진 가운데 그의 사생활이 대거 담긴 작품 속 내용까지도 파묘가 되고 있다.


한 예로 박나래와 가수 겸 작곡가 정재형의 김장 에피소드가 담긴 ‘나 혼자 산다’ 영상이 비공개 처리됐다. 당시 박나래와 김장을 마친 정재형은 “내일 링거 예약할 때 나도 해야 된다”고 말했고, 이에 박나래는 “링거 같이 예약”이라고 답한 것이 문제가 됐다. 박나래가 이른 바 ‘주사 이모’에게 수액 주사 처치 등의 불법 의료 서비스를 받은 상황에서, 이들의 대화가 오해를 야기했다. 결국 정재형이 해당 사안과 일체 무관함을 분명히 밝힌다. A씨(주사 이모)와 친분 관계는 물론 일면식도 없다고 부인했다.


MBC는 앞서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각종 논란으로 인해 새 예능 ‘남극의 셰프’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사명감 하나로 혹독한 남극 환경에 고립돼 살아가는 월동대원들을 위해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는 과정을 담는 이 프로그램에서 백 대표가 프로그램의 중심이 됐던 것이다.


그러나 방송 시작도 전부터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대한가맹거래사협회·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백 대표가 방송을 통해 쌓은 긍정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50여개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맹점을 모집했고, 점주들이 폐업과 손실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음에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방송은 공영방송이 논란의 인물에게 새로운 홍보의 장을 열어주는 일이 된다고 지적했다.


방송 이후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백 대표가 남극에서 요리한 치킨난반이 그가 운영하는 식당 메뉴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더본코리아가 “과도한 억측”이라고 부인하는 등, 프로그램의 의미보다는 백 대표 관련 논란으로만 회자돼야 했다.


‘놀면 뭐하니?’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출연자였던 이이경이 사생활 관련 루머에 휩싸여 해명하는 과정에서, ‘놀면 뭐하니?’의 하차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는 글을 게재해 제작진이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논란이 터지자마자 제작진에게 하차를 권유받았다고 폭로한데 이어, 시청자들의 부정적인 의견을 받은 ‘면치기’ 역시 제작진의 연출이었다고 말해 실망감을 유발했다.


‘신인감독 김연경’을 새롭게 론칭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은 MBC지만, 결국 대표 프로그램들이 ‘논란’에 휘청이며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흥행 프로그램은 드물어진 상황에서, 논란에 대한 책임감만 무거워진 모양새.


타 방송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코미디언 조세호가 조직 폭력배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활동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과 KBS ‘1박 2일’ 모두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일정 회차까지는 조세호 없이 촬영이 진행될 수 있지만, 관련 논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어진 상황 속 결국 변화는 불가피하다.


12월 말 예능인들이 모두 모이는 연말 시상식을 앞둔 가운데, 그나마 지상파 예능의 명맥을 유지하던 장수 예능들이 대거 얼어붙은 상황. 일각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도 이어진다. 무엇보다 출연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예능 연출 상의 문제 및 하차 과정에서 지적되는 태도 지적까지. TV 예능의 신뢰도가 한층 하락한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있다. 진정성에 타격을 입은 TV 예능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으로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얼어붙은 분위기를 내년 반전시킬 수 있을지 기대보다는 걱정의 시선이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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