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美 출장서 테슬라·AMD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연쇄 회동
파운드리 사업 확장 논의한 듯…출장 성과 토대 내년 사업 구상
내년에도 활발한 행보 전망…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 속도낼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치고 15일 서울 강서구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주일간 미국에서 테슬라·AMD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잇따라 만난 뒤 귀국했다. 이 회장의 이번 행보는 삼성전자가 내년도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시점과 맞물리며, 'AI 드리븐 컴퍼니(AI Driven Company)' 전환을 향한 전략 방향을 가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밤 미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했다.
이 회장은 지난 8일 미국 출장길에 올라 일주일간 미국 뉴욕(동부)~텍사스 오스틴(중부)~캘리포니아 새너제이(서부)를 종횡무진하며 테슬라와 AMD, 메타, 인텔, 퀄컴, 버라이즌 등 주요 빅테크 고객사 CEO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일정의 핵심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확장 논의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만나 차세대 AI 칩 협력과 반도체 공급 안정화 등 기술·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의 만남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과 테슬라 본사가 위치한 텍사스 오스틴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테슬라와 약 165억달러(약 23조원)규모의 역대 최대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고성능 AI 칩 'AI6'를 생산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머스크 CEO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생산 현장을 직접 점검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는데, 5개월여 만에 이 회장과의 회동이 성사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테슬라의 'AI4'도 생산 중이다. 최근에는 대만 TSMC가 맡기로 한 'AI5'의 일부 물량도 확보했다. AI5와 AI6는 미국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될 전망이다.
AMD와의 협력 전선도 주목된다. 이 회장은 리사 수 AMD CEO와 만나 차세대 AMD 중앙처리장치(CPU) 생산을 삼성전자의 2나노 2세대 공정에서 맡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이미 AMD에 HBM3E를 공급하며 파트너십을 구축해왔는데, 메모리를 넘어 첨단 파운드리 영역으로의 협력 확장이 가시화될 경우 양사의 사업 연계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 성과를 정리한 뒤 내년 사업 방향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전략회의는 참석하지 않고, 추후 사업 전략을 보고받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각 사업부의 현안 및 내년도 사업 목표, 영업 전략 등이 논의되는 자리로 향후 경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16~17일은 모바일·가전·TV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이, 18일에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회의를 연다.
이 회장은 내년 초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전 계열사 사장들을 소집, 만찬을 하고 신년 사업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올해 초 제기됐던 '삼성 위기론'이 최근 반도체 사업 회복 등으로 한층 누그러진 만큼, 이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내년 이 회장의 행보가 글로벌 고객사와의 접점을 더욱 넓히는 데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상징적 행보를 넘어, 주요 빅테크 기업 수장들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파운드리와 AI 반도체 분야에서 실질적인 수주 성과를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강조하며, 파운드리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테슬라와 AMD를 비롯해 메타, 인텔, 퀄컴 등 주요 고객사와의 협력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이 회장은 기술 로드맵과 생산 일정, 투자 계획 등을 직접 점검하며 '현장 경영'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 차세대 메모리 기술 주도권 강화, 파운드리 공정 안정화 등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내년 이 회장의 행보도 이들 사업과 연관된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협력 점검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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