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김건희·채상병' 또다시 수사
尹 내외 이슈, 지선까지 끌고 갈 듯
尹정부에서 실패한 '전 정부 심판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연합뉴스
여당이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상병)에 대한 2차 추가 종합특검을 추진할 모양새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오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 다시 꺼내겠다는 것인데, 거대 여당의 전략으로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집권 여당의 전 정부 심판론은 이미 실패한 전례가 있는 탓에 중도층의 마음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지방선거기획단 연석회의에서 "내란극복, 내란 잔재 청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 시대정신이라면, 이 시대정신을 모든 국민과 함께 일구어내야 할 것이 '지방선거 승리'"라면서 "지선 승리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시대정신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밝혔다.
당은 이번 지선에서 내란 극복과 민생 정책을 '투트랙'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내란 극복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민 삶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집권 여당으로서 면모를 부각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내란 극복'은 윤석열 정부의 12·3 비상계엄을 의미하며, 사실상 전 정부 심판론과 맞닿아 있다.
민주당은 현재 3대 특검에 대한 2차 추가 종합특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건희 특검이 종료되는 오는 28일을 기점으로 2차 특검이 추진될 수 있도록 당내 총의를 모으는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2차 특검 추진으로 가닥이 잡힌다면 특검에 부정적인 국민의힘이 반대해도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과 원내 진보 정당이 힘을 합치면 국회 통과는 불가피하다. 내년초 특검이 활동을 시작하면 이번 지선 역시 '특검 정국'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현재 진행 중인 3대 특검의 성격은 윤석열 정부의 심판 기조가 크다. 윤 전 대통령 내외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도 번번이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에 막혔지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자 3특검 법안은 일사천리로 국회 문턱을 넘어 국무회의 의결까지 이뤄졌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1호 의결 법안이었던 3대 특검법은 "지난 6·3 대선을 통해 확인된 내란 심판과 헌정질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대통령실이 설명할 정도로 심판 기조가 담겨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17일 강원 춘천시 민주당 강원특별자치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이 3대 특검에 대한 종합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배경엔 '미진한 진상규명'이 있다. 3대 특검은 지난 6월 수사를 개시한 이후 세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했다. 윤석열 정부와 야권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압수수색, 구속 등이 이뤄졌지만, 지도부는 여전히 진상규명이 확실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17일 강원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채상병 특검은 구명로비 의혹이 핵심 사안인데, 이것이 밝혀지지 않았고, 내란특검은 12·3 비상계엄 내란의 최초의 기획자와 공모자 등이 아직 오리무중"이라며 "완전한 내란 청산을 위해선 2차 추가 종합특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여당 일부에선 2차 특검이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검 자체에 대한 무용론보단, 방법론에 대한 차이다. 세 차례 특검 기간을 연장했음에도 진상규명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파견 검사의 문제라는 점이 지적된다. 나아가 야권에 '지방선거용'이라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선 명분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더인터뷰'에 출연해 "특검에서 왜 수사가 잘 안됐을까를 먼저 분석해 봐야 하는데, 내란특검의 경우 파견 나온 검사들이 수사를 방임했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특검을 만들더라도 동일한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냥 국수본 또는 합동수사단을 만들어 검사의 관여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신속하게 수사하는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2차 종합특검'이라는 표현을 써서 굳이 지선을 앞두고 정쟁을 유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결국 특검은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인 만큼,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의 기간 연장이 필요하지만 어려운 만큼 정리 차원에서 새 특검이 필요하다는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을 내세워야 한다"고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통일교 게이트 특검' 추진 관련 회동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제는 2차 종합특검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이다. 당장 야권에선 '통일교 게이트'를 수사할 특검은 반대하면서 2차 특검은 추진한다는 이른바 '내로남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당은 수사 기관에서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만큼 특검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당시 김건희·채상병 사건을 둘러싼 특검 필요성 논쟁에서 민주당은 수사 기관보다 특검을 신뢰한다는 기조였다. 현재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논리를 그대로 활용해 통일교 특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2차 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걸림돌로 평가된다. 이재명 정부에서 출범한 3대 특검은 세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했음에도 여당이 추가 특검을 주장하자, 야권에선 "1년 동안 특검이다 뭐다 어마어마한 수사력을 동원해 수사해 봤더니 '별것 없더라'라는 허망한 결론이 나오니까 내란전담재판부라도 본인들 편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민심의 변화도 주목할 점이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선 2차 특검에 대한 찬성 비율은 50%가 넘는다. 3대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 일부에선 2차 특검 찬성 비율과 별개로 6월 지선까지 특검 이슈가 이어지는 것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란에 대한 진상규명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면 하는 김에 짧고 굵게 한 번에 해야 한다"며 "지선을 앞두고선 국토 균형 발전, 부동산 대책 등 민생 이슈로 전환해야 하는데, 단순히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면서 당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 정부 심판론'이 지선의 아젠다가 될 경우, 집권여당 입장에선 어려운 선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윤 전 대통령 전 정부 탓과 심판으로 무너졌는데, 동일한 전략으로 가면 안 된다"며 "민주당 지지율의 경우 무당층 응답율이 제일 높고 경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계엄 심판' 식으로 간다면 당의 계산만큼 표가 나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 지방선거는 경제 문제가 중요한데, 문제는 어떤 위기로 나타날지 모른다는 것"이라면서 "결국 경제 위기 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중요할 것이고, 지자체 단위에 경제 쇼크에 대비한 안전망을 얼마나 구축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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