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과거 인턴직원 향한 폭언 논란
향후 재정 운용 불확실성 증가
李 정부, 경제정책 동력 확보 ‘적신호’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새해 벽두부터 관가에 떨어진 ‘갑질녹취 폭탄’이 신설된 기획예산처 시계를 멈춰 세웠다. 초대 기획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전 의원이 과거 의원 시절 인턴 직원을 향한 폭언 논란으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으면서다.
이 후보자는 1일 불거진 갑질 의혹에 대해 즉각 사과하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지만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지는 모양새다.
사태는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 논란을 넘어 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의 동력 상실 우려로 번지고 있다. 이번 인사가 ‘강행’과 ‘낙마’ 중 어느 쪽으로 결론 나든, 향후 재정 운용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 간판 내건 ‘확장재정’ 딜레마
이재명 정부가 보수 진영 대표 ‘경제통’인 이 후보자를 발탁한 배경에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보수 진영 인물인 이 후보자가 정부의 예산안을 발표할 경우, 야당의 ‘포퓰리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방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견된 대규모 민생 부양책과 그에 따른 적자 국채 발행 논란을 방어해 줄 정치적 방패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 들어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경제 정책 전반에 불안감이 커졌다”며 “보수 인사를 데려다 경제 정책을 맡김으로써 실패 시 책임 회피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갑질 녹취가 공개되면서 이같은 시나리오는 근본부터 흔들리게 됐다.
대통령실이 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장 경제 위기(퍼펙트 스톰) 대응이 시급하고, 인사청문회법상 국회 동의 없이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은 장관이 예산 컨트롤타워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특히 친정인 국민의힘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혀 제명당한 상황에서 야당과의 예산 협상력은 제로에 수렴할 공산이 크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그만한 정당성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 인사가 강행되더라도 이 후보자는 조직 장악에서 많은 부담을 느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소신 있는 정책 결정자가 아닌 대통령실 오더에 따라 돈 보따리를 푸는 ‘식물 장관’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낙마 시 ‘플랜 B’는 누구…정통관료냐, 코드인사 회귀냐
‘이혜훈 낙마’ 가능성도 오르내리고 있다. 이 후보자가 여론 악화로 자진 사퇴하거나 지명이 철회될 경우, 이재명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정통 경제관료’의 등판을 통한 리스크 관리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출신이나 전직 차관급 인사를 기용해 논란을 잠재우고 실무형 내각을 꾸리는 방안이다.
이 경우 지방선거를 앞둔 무리한 재정 확장 드라이브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지만, 야당의 반발을 최소화하며 신설된 관료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다.
두 번째는 ‘진보 경제통’의 임명이다. 보수 인사를 통한 외연 확장이 실패로 돌아간 만큼, 아예 현 정부의 ‘확장재정’ 철학을 공유하는 진보 성향 경제학자를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이는 여당 지지층 결집에는 유리하나, 야당이 재정건전 부실을 문제삼고 공격에 나서면 정부 입장에서는 대응하기 힘들어진다. 시장에는 ‘재정건전성 포기’라는 시그널을 줘 환율 불안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
또 다른 ‘보수 경제통’을 발탁할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보수 진영의 논리를 갖춘 ‘방패’가 여전히 절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이도는 훨씬 높아졌다. 국민의힘이 앞서 이 후보자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즉각 제명하며 정치적 생명을 끊어놓는 본보기를 보였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제2의 이혜훈을 물색하더라도 보수 진영 인사들 사이에서 ‘가면 죽는다’는 인식이 퍼져 선뜻 제안을 수락할 인물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준한 교수는 “기획처는 신설되는 부처인 만큼 수장의 리더십이 특히 중요한 자리”라며 “(이 후보자 임명이 불발된다면) 이 대통령 입장에서 선택의 풀이 굉장히 좁아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