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CES 2026서 차세대 인간형 로봇 공개
주요 제조기업 노조, ‘강성’ 지도부 선택
기술 진보 속 ‘투쟁 일변도’ 방식 한계 ‘뚜렷’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CES 2026 현대차그룹 미디어데이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 공개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일(현지시간) 개막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6 현장에서 공개된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는 충격 그 자체였다. 바닥에 누운 채 관절 56개를 비틀며 360도 회전해 일어나는 모습은 기괴함을 넘어 경이로웠다.
구글과 협력해 개발한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탑재한 이 로봇은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상황을 판단하고 학습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다. 기술이 노동을 대체할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다.
로드맵은 구체적이다. 이 로봇은 2028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 공장에 투입돼 부품 서열화 작업을 수행하고, 2030년에는 최종 조립 라인까지 진입한다. 인간 노동자가 독점했던 성역이 무너지는 데 남은 시간은 불과 4년이다.
로봇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밥 먹을 시간도, 휴게 시간도 필요 없다. 입력된 알고리즘에 따라 24시간 묵묵히 가동될 뿐이다.
로봇이 비약적인 진보를 보여주는 현재, 한국의 노동 환경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와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선거를 통해 나란히 ‘강성’ 지도부를 선택했다.
현대차 노조 이종철 신임 지부장은 ‘주 35시간 근무제’ 시범 도입을, HD현대중공업 김동하 지부장은 ‘주 4.5일제’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 적게 일하고, 정년은 더 길게 보장받으며, 임금은 더 많이 받겠다는 요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노동 시간 단축과 삶의 질 개선은 노동계가 지향해야 할 가치가 맞다. 하지만 거시적인 고용 생태계 관점에서 볼 때, 생산성 향상이 담보되지 않은 근로 시간 단축 요구는 치명적인 역설을 낳는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경제 주체다. 인건비는 치솟고, 고용 유연성은 바닥이며, 툭하면 파업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주 35시간’까지 요구하는 인간 노동자는 매력적인 생산 요소가 아니다.
반면 로봇의 도입 비용은 기술 발전과 함께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노동계가 경직된 요구를 강화할수록 기업이 느끼는 자동화 유인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즉, 강성 노조의 투쟁이 역설적으로 로봇 도입의 경제적 타당성을 입증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는 비단 자동차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된 한국 제조업 전반에 걸쳐 자본은 이미 ‘탈인간’을 생존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산업혁명 당시 기계를 파괴하며 일자리를 지키려 했던 러다이트(Luddite) 운동은 실패로 끝났다. 기술의 파도는 인간이 막을 수 없다. 구글의 AI 두뇌를 장착하고 360도 관절을 꺾는 로봇 앞에서, ‘머리띠 투쟁’만으로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다.
지금 노동 현장에 필요한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기술과 공존할 수 있는 고도화된 직무 역량과 생산성의 증명이다.
노동계가 변화하는 산업 지형을 직시하지 않고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한다면, 그들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일자리는 차가운 금속 노동자들에게 넘어가게 될 것이다. 밥그릇을 위협하는 것은 사측이 아니라,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는 노동의 경직성 그 자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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