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열풍 지속 분위기 속
중견 작가들 컴백·젊은 작가들 활약 주목
AI '어떻게' 활용할까, 출판계의 숙제
지난해 출판 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성과들로 독자들을 놀라게 했었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 젊은 층이 몰려 사전 예매 단계에서 표가 매진됐고, “젊은 층은 책에 관심이 없다”는 편견을 뒤집고 ‘야외도서관’, ‘병렬 독서’ 열풍이 이어져 반가움을 자아냈다.
배우 박정민이 설립한 출판사 무제, 5명 이하의 직원이 모인 알마출판사 등 작은 출판사들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다. ‘책의 위기’에 우려의 시선이 유지되는 한편,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지난해의 분위기가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계속되는 ‘문학’ 열풍 속…중견 작가와 신인들 함께 활약
지난해 서점가에서는 문학의 존재감이 컸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서점가를 장악했던 한강 작가의 영향력이 해를 넘겨서도 계속됐다. 교보문고가 각각 발표한 2025년 베스트셀러에 따르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1위를 차지했으며, 한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채식주의자’는 9위, ‘작별하지 않는다’는 11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양귀자 작가의 ‘모순’은 2위를 차지했고,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는 4위, 정대건 작가의 ‘급류’는 5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 10위 안에 한국 소설만 5권이 포함됐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종합 100위 내 소설 30종이 순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올해 출판계 문도 소설이 열었다. 예스24에 따르면 한 해의 독서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지표인 새해 첫날 독자들이 선택한 ‘첫 책’은 스즈키 유이의 장편소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가 차지했다. 이 책은 2026년 1월 1일 기준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종합 10위권 내에는 ‘안녕이라 그랬어’, ‘혼모노’까지. 소설 3종이 이름을 올렸고, ‘모순’과 ‘급류’는 각각 최근 3년·2년 연속 100위권에 진입하는 등 올해도 문학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가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에 성공한 것처럼, 젊은 독자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젊은 작가들의 깜짝 활약도 기대 포인트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2001년생 젊은 작가인 스즈키 유이의 작품으로, 지난해 11월 출간 이후부터 꾸준히 입소문을 타며 관심을 받아왔었다.
‘혼모노’의 성 작가부터 지난해 이상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이목을 끈 예소연 작가,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로 이름을 알린 김기태 작가까지, 올해도 젊은 작가들의 신작이 예고돼 그들이 또 어떤 시의적절한 주제로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중견 작가들의 귀환은 깊이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소설 ‘고래’로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천명관 작가가 10년 만에 귀환하고, ‘빛의 과거’ 이후 7년 만에 돌아오는 은희경 작가를 필두로 욘 포세, 베르나르 베르베르, 줄리언 반스 등 해외 거장들의 신간도 예고됐다.
책도, 독서도 ‘형식’ 파괴가 ‘대세’
젊은 독자들이 만들어낼 변화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매진’과 ‘오픈런’이라는 낯선 풍경을 만들어 낸 젊은 독자들은 종이책으로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새롭게’ 읽거나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독서의 틀을 깨고 있다.
지난해 여러 권의 책을 한 번에 읽는 ‘병렬 독서’가 트렌드로 떠오르는가 하면, 책에 메모를 남겨 돌려 읽는 ‘교환 독서’가 흥하는 등 독서 트렌드의 변화가 출판 시장의 새로운 풍경이었다. ‘북톡’, ‘챌린지’ 등으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생겨나 독서 문화의 확산을 기대하게 했다.
독서 플랫폼은 이에 발을 맞추는 새로운 시도로 이 같은 흐름을 유지하고 또 확대할 전망이다. 종이책과 전자책에 이어, 구독형 서비스로 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 윌라 등은 전자책에 이어 오디오북을 적극적으로 선보이며 ‘듣는 책’의 재미를 독자들에게 전한 바 있다. 최근에는 채팅형 전자책 챗북으로 독자의 참여를 이끈 바 있으며, 책을 소개하는 책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 독서의 재미를 전하는 노력을 했다.
팝업 스토어를 열어 책을 소개하고, 작가가 직접 참여하는 행사를 기획해 독자들과의 접점을 늘리는 등의 노력을 했던 출판사들의 시도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책의 본질을 전달하는 분위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탄생할 ‘깜짝’ 흥행작에 대한 기대감도 이어진다.
‘공존’ 분위기 형성에도…여전히 뜨거운 감자 AI
AI의 활용은 이제 출판 시장에서도 ‘자연스러운’ 선택지가 됐다. 대표적인 예로, 170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소설 ‘도쿄도 동정탑’은 전체 분량의 2%에 해당하는 분량을 AI로 작성해 논란이 예상됐으나, 작중 인물들의 질문에 AI가 답변하는 내용을 AI로 풀어내며 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의미 있는 활용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도쿄도 동정탑’ 이전에도 이미 윤여경 등 7명의 작가가 챗GPT와 함께 쓴 소설집 ‘매니페스토’를 통해 AI를 문학과 접목하는 시도를 한 바 있다. ‘AI가 문학을 대체할 수 없다’는 소신과는 별개로, 이제는 창작자들 또한 AI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AI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는 번역 분야에서도 ‘AI가 인간보다 다양한 해석은 불가능하다’는 분위기 속, 그럼에도 번역과 AI를 접목하기 위한 개발과 관련 교육에 대한 필요성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에 대해선 올해도 뜨거운 토론이 이어진다.
지난해 국내 출판계의 이슈 중 하나는 생성형 AI로 원고를 작성한 뒤 최소한의 편집만 거쳐 대량 출간을 하는 AI 출판사의 등장이었다. 2022년 설립된 이 출판사는 1년 동안 9000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다.
이에 AI를 집필 과정의 도구로 활용한 것이 아닌, AI가 쓴 책을 그대로 출간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오류 및 논란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동시에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도 보여줬다. 그렇다면 AI를 집필, 출간 과정에서 활용할 때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올해 출판계가 직면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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