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을 두고 문화 콘텐츠 창작자들이 “사유재산권으로서의 저작권을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시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를 비롯한 16개 창작자·권리자 단체는 13일 공동 성명을 통해 해당 계획의 전면 재검토와 핵심 조항인 ‘액션플랜 32번’의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2025년 12월 15일 공개한 이 계획안은 인공지능(AI) 학습·평가 목적의 저작물 활용 및 유통 생태계 활성화를 명분으로 AI 기업이 창작자의 이용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법적 불확실성 없이 사실상 무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정비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창작자 단체들은 “정부가 스스로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포기하는 선언을 한 셈”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우선 단체들은 “저작권법의 핵심은 창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보장함으로써 창작 동기를 제공하는 데 있다”며 “정부의 AI 육성 전략은 사기업의 영리 목적을 위해 공정이용의 범위를 과도하게 확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정이용은 예외적인 규정이지 포괄적 무상 이용을 보장하는 수단이 아니란 것이다.
또한 정부가 ‘글로벌 AI 3강’ 도약을 목표로 국제 흐름을 근거로 제시하는 데 대해서도 왜곡된 추세 해석이라고 일축했다. 단체들은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오히려 AI 학습에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화하고 있으며 데이터 사용의 투명성을 입법화하고 있다”며 “비영리 예외 사례를 근거로 영리 목적 면책까지 확대하는 건 사실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기존의 공정이용 가이드라인조차 창작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불과 수개월 만에 법적 면책 조항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AI 기업에만 유리한 편향된 정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는 AI 학습을 거부할 수 있는 ‘옵트아웃’(opt-out)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창작자 단체들은 “실효성이 없는 형식적 보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기계가독(machine-readable) 방식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해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구조는 개인 창작자에게 기술적·경제적 장벽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창작자 단체들은 성명에서 “정부가 학습 데이터의 가치 상승은 인정하면서도 창작자의 권리는 외면하고 있다”며 “선사용 후보상 방식은 협상력을 떨어뜨리고 정당한 보상이 관행으로 정착될 가능성을 낮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수정해 사전 이용허락과 정당한 보상을 원칙으로 한 지속 가능한 AI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때까지 공동 대응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성명에 참여한 16개 단체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작가회의 ▲한국디지털콘텐츠창작자협회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 ▲한국미술협회 ▲한국방송작가협회 ▲한국음반산업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 ▲한국독립PD협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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