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식단지침에 김치 포함…‘건강 식품’으로 격상
초가공식품 배제 기조 속 발효식품 공식 권장
관세·물류 부담 딛고, 美 시장 재확대 전략 가동
현지 생산·현지화 투트랙…기업별 대응 전략 분화
미국 조지아대학교 학생들이 서울 중구 샘표 우리맛공간에서 열린 한식 쿠킹클래스에서 직접 만든 김치를 서로에게 먹여주고 있다.ⓒ뉴시스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미국 수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흘러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의 국가 식단 지침에 김치가 권장 식품으로 포함되며, K-김치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건강 식품’으로 제도적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가 발표한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에 따르면 김치가 공식 권장 식품군에 포함됐다. 해당 지침은 학교 급식과 군대 식단, 저소득층 영양 지원 프로그램(SNAP) 등 연방 정부 전반의 영양 정책 기준으로 활용된다.
새 지침의 핵심은 초가공식품 배제다. 소시지, 과자, 쿠키, 냉동식품처럼 여러 단계의 산업적 가공을 거친 식품과 인공 감미료, 색소, 보존제가 포함된 제품은 피해야 할 대상으로 명시됐다. 탄산음료와 에너지드링크, 가당 과일주스도 제한 대상에 포함됐다.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김치’의 등장이다. 새 지침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건강의 핵심 요소로 꼽으며 김치, 된장 등 발효식품 섭취를 공식 권장했다. 초가공식품과 보존제가 장 건강을 해친 만큼, 발효식품과 채소·과일 등 고섬유질 식품으로 이를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미국 식단 지침에 김치가 포함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 김치가 단순한 아시아 음식이나 유행성 K-푸드를 넘어, ‘건강한 식단을 구성하는 발효 식품’으로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다.
특히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리테일과 푸드서비스 채널에서 김치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제기된다. 정부 차원의 권장 식품으로 언급될 경우, 유통사와 외식업계가 메뉴 구성이나 상품 기획에 김치를 포함시키는 데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식품기업들은 올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사업 확대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미국은 K-푸드의 최대 격전지이자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히지만, 지난해 관세 부담과 물류비 상승, 환율 변동성 확대 등 복합적인 변수로 인해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정부 식단 지침에 김치가 포함된 것에 대해 업계는 의미 있는 정책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지 생산·유통 기반을 이미 갖춘 기업들의 경우, 수출 확대보다는 현지 소비 증가에 따른 실질적인 수요 확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정책 변화가 곧바로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김치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질 경우 리테일과 푸드서비스 전반에서 활용 가능성이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종가 뉴욕 타임스스퀘어 김치 글로벌 광고ⓒ뉴시스
대상그룹은 올해도 김치 브랜드 ‘종가’를 앞세워 미국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현지 소비자에게 비교적 친숙한 원료인 ‘오이’를 활용한 오이김치를 배추김치와 함께 선보이며, 익숙한 원료와 형태를 바탕으로 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한 미국 주요 유통 채널과는 매년 김치 입점 및 운영과 관련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기존 채널의 신제품 추가 입점 및 신규 채널에 대한 제품 입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에 약 20곳의 현지 공장을 두고, ‘수출’보다는 ‘현지생산-판매’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요 증가에 보다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실제로 제일제당은 늘어나는 현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사우스다코타 주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은 완공 시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푸드 생산시설로서, 만두와 에그롤을 생산해 미국 전역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마케팅에도 속도를 낸다. 미국에서는 일상적인 프로모션이나 SNS 마케팅 외에도 PGA 정규투어 대회인 ‘THE CJ CUP 바이런넬슨’, CJ ENM의 K팝 페스티벌인 ‘KCON LA’ 등에 참여해 비비고 부스를 열고 K푸드를 알리는 등 다양한 문화·경험 마케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풀무원은 한국에서 김치를 생산해 미국으로 배송하는 수출 전략을 이어 나가며 미국 현지 생산 방식과 차별화한 김치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전북 익산에 위치한 글로벌 김치공장에서 생산하고 풀무원 만의 발효 노하우가 축적된 ‘김장독쿨링시스템’을 적용한 한국산 오리지널 김치를 월마트, 크로거, 퍼블릭스 등 다양한 미국 현지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판매 중이다.
올해는 기존에 운영 중인 한국산 전통 김치 라인업을 기반으로 김치맛을 현지화한 제품을 개발하고 소스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의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현지 스포츠 구단과의 마케팅 협업, 문화 행사 후원 등을 통해 김치 시식코너 운영, 제품 증정 등의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미국 현지에 한국 본토의 김치를 널리 알린다는 목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 식단 지침에 김치가 포함된 것은 단기 유행을 넘어 정책 차원에서 발효식품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당장 실적을 논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김치에 대한 소비 인식과 유통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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