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이사' 조유정 "추영우 연기 '리스펙'…표정까지 관찰해" [D:인터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1.19 10:41  수정 2026.01.19 10:41

3년 간의 공백이 만들어준 조유정의 연기 열정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하 '오세이사')가 17일 기준 누적 관객 82만5018명을 달성하며 손익분기점(72만명)을 넘기며 조용히 선방하고 있다. 때문에 이 작품을 통해 첫 스크린 데뷔를 한 조유정에게는 잊지 못할 출발점이 됐다. 그는 극 중 최지민 역을 통해 3년 간의 공백기를 극복하고 관객들 앞에 설 수 있었다.


ⓒ제이와이드컴퍼니

또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오세이사' 현장은 그 자체로 청춘이었다고 한다. "아직도 단톡방이 활발해요. 연락도 자주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죠. 여름방학을 같이 보낸 친구들 느낌이랄까요. 학교 뿐만 아니라 공방에서 촬영하는 장면도 꽤 됐는데 글라스아트를 만들면서 네 명이서 유리조각으로 장난도 치면서 지내다 보니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촬영할 때 밥차를 먹잖아요. 저희는 실제 급식실에서 먹었거든요. 그러다보니 학생 때가 기억나더라고요. 보기만 해도 꺄르르 웃음이 나오는 현장이었어요"


조유정은 이번 작품에서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는 추영우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서윤(신시아 분)을 중심에 두고 그의 남자친구 재원과 절친 역으로 만났지만 두 사람이 함께 붙는 장면이 적지 않다. "원래도 영우의 연기를 좋아했어요. 일상적인 연기를 너무 잘하잖아요.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게 사실 제일 어려운데 잘 해내는 걸 보고 동갑이지만 배울 게 정말 많은 친구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촬영 내내 영우를 계속 관찰했는데요. 표정도 그렇고 말투나 연기할 때 하는 행동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이번 '오세이사' 뿐만 아니라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1', '어른연습생' 등 이전 필모그래피에서도 주로 학생 역을 연기했다. 그러나 조유정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길게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제가 준비돼 있어야 어떤 역할이 오든 해낼 수 있겠다 싶어서 4년 정도 꾸준히 몸을 만들었어요. 저는 집순이인데 아침, 저녁으로 헬스장에 갈 정도로 운동에 진심이거든요. 요즘은 근력운동 위주로 해요. 촬영할 때는 체력도 키우고 붓기도 빼고 스트레스랑 잡념 날릴 겸 엄청 열심히 다녔죠. 모든 장르를 꼭 다 해보고 싶어요. 로맨스도, 액션도, SF도 가리지 않고요. 주어진다면 다 잘할 자신 있어요. 사실 액션도 좋지만 진한 멜로가 있는 작품을 맡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잘할 자신 있어요"


극 중 최지민은 표정으로 말하는 인물이다. 타인에게는 차갑고 무뚝뚝하지만, 서윤에게는 무한히 다정하다. 조유정은 이 상반된 결을 구현하기 위해 무드부터 지민이로 바꾸는 것에 집중했다고 한다.


"지민이는 '경계하는 고양이' 눈빛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말투도 단호하고 딱딱 끊어지고요. 그래서 말투부터 눈빛까지 모든 걸 처음부터 다 생각하고 들어갔어요. 감독님과 리딩도 자주 하고 제가 직접 연기한 걸 촬영해서 보내드리고 피드백을 받기도 했죠. 저는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 과정이 연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서요. 어렵다기보다는 새로운 무기가 생긴다는 마음으로, 칼을 가는 마음으로 즐겁게 준비했어요"


원작 소설과 일본 영화가 이미 나와 있는 작품인 만큼 준비 과정에서 무엇을 참고했는지도 궁금증이 생겼다. "소설은 원래 알고 있었고 작품의 팬이었어요. 한국에서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너무 반가워서 꼭 참여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죠. 일본 영화는 오디션을 보고 역할을 배정 받은 다음 봤는데요. 저는 소설을 더 참고했어요. 한국판만의 매력을 살리고 싶었거든요"


일부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일본 특유의 대사 톤에 대해서는 한국판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촬영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풋풋하고 능숙하지 않은 고등학생의 투명함을 강조하려고 했어요. 고등학생들은 능숙하지 않잖아요. 한국판에서는 그 나이 또래가 낼 수 있는 자연스러움, 투명함 등 숨기지 않는 모습을 중점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지민이의 서윤이를 향한 헌신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조유정은 자신의 쌍둥이 언니를 언급했다. "서윤이를 친구보다는 가족으로 바라보고 캐릭터 해석을 했어요. 지민이는 친구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남들을 경계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쌍둥이 언니가 같은 상황이면 전 충분히 지민이처럼 헌신할 수 있거든요. 저를 희생해서라도 이 친구의 아픔을 덜 수 있다면 전 지민이와 똑같이 행동했을 거예요"


최지민은 재원과 서윤의 비밀과 아픔을 쥔 인물이다. 이에 오열 장면이 많았는데 조유정은 오히려 감정을 녹여낼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감정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그걸 해소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 안에서 감정의 소용돌이가 계속 쳤거든요. 연기를 했을 때 후련하고 개운했어요. 지민이는 저를 많이 충족시켜준 캐릭터라 운이 좋았다고도 생각해요"


ⓒ바이포엠스튜디오

조유정에게는 2023년 현재의 소속사로 옮긴 뒤 이번 '오세이사'까지 연기 공백이 있었다. "코로나 시기 업계 상황, 이적 이후 손발 맞추는 과정, 개인적인 슬럼프가 복합적으로 겹쳤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학업과 촬영 병행이 힘들어서 휴학을 했었는데 다시 복학해 연기수업도 받았고요, 뮤지컬 보컬 레슨부터 운동, 독서, 영화·드라마 정주행까지 제 인생 자체를 연기로 귀결시켰어요. 제가 얼마나 연기에 진심인지 한번 되돌아 봤는데 '나 이거 평생 해야겠다'는 확신이 생기더라고요. 이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민이를 제대로 연기할 수 있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앞으로 길게 길게 쓰임을 받고 싶은 사람이니까요. 앞으로도 견딤의 시간이 분명히 올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처럼만 잘 이겨내고 꽉꽉 채워보자고 생각해요. 근데 사실 그 때 힘들긴 했어요(웃음)"


조유정은 자신의 기억이 시작되는 지점부터 TV에 나오는 사람이 꿈이었다고 한다. "음악방송을 보면 아이돌이나 가수, 뉴스를 보면 아나운서, 개그콘서트를 보면 개그우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직업은 계속 바뀌었지만 TV에 나오는 사람이라는 꿈은 변하지 않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배우를 해야겠다고 확신이 생긴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영화 '극비수사'에서 유해진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연기에 큰 충격을 받았거든요. 그 전에도 엄마가 뮤지컬이나 연극을 많이 보여주셨는데 '극비수사'를 보고나서는 연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확신이 생겼어요. 그냥 연예인이 아니라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만 1년이 걸렸다고 했다. "아무래도 부모님은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셔서 반대를 하셨는데 제가 고집을 꺾지 않고 결국 설득시켰어요. 입시학원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배운 건 고등학교 2학년부터인데 감사하게도 현역으로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에 입학할 수 있었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첼로를 10년 정도 배웠고 발레, 걸스힙합 등 예체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보니 연기 외 특기도 많아 감사하게 붙여주신 것 같아요. 아빠가 눈물이 없으신데 제가 대학 합격을 확인할 때 몰래 보시고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부모님이 저 입시 때 발자국 소리도 안내고 걸어다니셨는데 배려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오세이사'를 통해 스크린으로 데뷔한 조유정에게 무대 인사 역시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드라마는 시청자와 거리가 있지만 영화는 관객분들이 얼굴을 맞댈 기회가 생기니까 그 반응이 피부로 느껴져서 좋았어요. 편지를 많이 받았는데요. ''어른연습생'이라는 드라마 통해서 언니를 처음 알게 됐는데 '오세이사'를 통해 언니의 매력을 알게 돼서 너무 좋다'는 등의 내용을 읽다 보면 모든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어요. '팬들을 위해서라도 더 잘 살아야겠다', '좋은 사람이 돼서 이 응원을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터뷰 내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조유정은 빨간 말의 해에 맞게 경주마에 자신을 비유했다. "저는 보여드리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앞으로 더 열심히, 경주마처럼 달릴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연기만 할 수 있다면 밥도 안 먹을 수 있고요. 장르도 가리지 않고 대기 시간도 상관 없어요. 연기할 자리만 있다면 달려갈게요. 24시간 대기 중이라고 보시면 돼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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