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무비 살리기 처방, 다양성도 함께 살릴 수 있을까 [D:영화 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1.21 07:34  수정 2026.01.21 07:34

"유통·상영 단계서 다양성 설 자리 잃는 역설"

'문화가 있는 날' 매주로 확대·구독 패스 언급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위기에 처한 영화 산업을 살리기 위해 강력한 지원책을 펼친다.


‘심폐소생술’이라는 강력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발표한 이번 2026년 K-무비(K-movie) 지원책은 하나는 제작 단계에 직접 자금을 투입해 창작 생태계를 되살리는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극장과 관람 구조를 손질해 관객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정책이다. 관건은 이 두 축이 과연 ‘K-무비의 지속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균형 있게 작동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제작 영역 처방은 비교적 명확하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영상전문투자조합 공급 규모를 지난해 350억 원에서 올해 450억 원으로 확대하고, 운용 규제도 완화한다. 여기에 영화산업 기획·개발 역량 강화 예산을 80억 원으로 늘려 연간 지원 편수를 180편 안팎으로 확대하고, 중예산 영화 지원 규모 역시 200억 원대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제작 현장에서 가장 먼저 체감되는 자금난을 완화하겠다는 시도로, 얼어붙은 제작 라인에 다시 불을 붙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


하지만 제작 지원 확대만으로 영화 산업 회복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화는 만들어지는 순간보다, 상영되고 소비되는 과정에서 생명력을 얻는 산업이다. 이 지점에서 정부가 동시에 꺼내든 해법이 ‘관객 정책’이다. 월정액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구독형 영화 패스, 그리고 현재 매달 한 번 시행 중인 ‘문화가 있는 날’을 매주로 확대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관객에게 이 두 제도는 분명 매력적이다. 티켓 가격 부담을 낮추고, 극장 방문의 심리적 문턱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보면 이 정책들은 극장 운영 방식과 상영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장치다.


구독형 영화 패스는 특정 체인 극장 안으로 소비를 묶어두는 성격을 띠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안정적인 관객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극장 간 경쟁 구도를 고착화할 위험도 내포한다. 여기에 ‘문화가 있는 날’을 매주 확대하면, 극장이 정상 요금으로 영화를 판매할 수 있는 날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할인과 구독을 전제로 한 운영 구조에서는, 극장이 더 많은 관객을 빠르게 회전시킬 수 있는 영화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다양성’이라는 오래된 과제가 다시 고개를 든다. 관객 수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는 있지만, 극장이 할인 구조에 맞춰 회전율이 높은 블록버스터나 대중적 영화 위주로 편성을 강화할 경우, 중·저예산 영화나 독립·예술영화는 오히려 더 불리한 위치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제작 단계에서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 지원을 확대하면서, 유통·상영 단계에서는 그 다양성이 설 자리를 잃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관객을 늘리는 정책이 어떤 영화를 극장으로 불러들이는가에 대한 고민 없이 추진될 경우, 그 성과는 단순한 관람 횟수 증가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K-무비를 살리겠다는 처방이 진정한 의미의 산업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제작 지원과 관객 정책 사이에 다양성이 살아남을 수 있는 조건을 함께 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처방이 단순한 심폐소생에 그칠지, 체질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