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금융·대출규제 이중압박…신용점수 ‘변별력 회복’ 가능할까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1.21 14:31  수정 2026.01.21 14:31

저금리 압박·가계대출 규제 병행에 초고신용자 대출 쏠림

950점 이상 차주 30%…신용점수 상단 쏠림 심화

“신용점수 무력화, 정책 개입이 근본 원인”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나이스평가정보 지하2층 컨퍼런스홀에서 개최한 신용평가체계 개편 TF 킥오프 회의에서 신용평가·데이터·법률·소비자 등 분야별 전문가 및 신용정보회사, 신용정보원, 은행연합회·저축은행중앙회 등 유관기관과 현 신용평가 시스템의 현황 및 문제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생산적·포용적·신회받는 금융 등 금융대전환의 인프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신용평가 시스템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은 포용금융을 내세워 저신용자에게 저금리를 제공할 것을 은행권에 압박하는 한편,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권 여신을 옥죄는 이중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은행 대출이 초고신용자 중심으로 쏠리고, 중·저신용자는 구조적으로 배제되면서 신용점수의 변별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국이 신용평가체계 개편 논의에 착수했지만, 정부 정책 기조로 인한 신용점수 왜곡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도 개편만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신용평가 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출범을 공식화하고, 현 신용평가 시스템의 현황과 문제점을 점검해 고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보기
금융위, 신용평가체계 개편 TF 출범…“잔인한 금융 넘어 포용의 안전망으로”
대안신용평가 찾아 나선 금융위…기술·규제·품질 모두 ‘숙제’
정무위 “반시장적 금리 강요” 공방… 이억원 “신용평가 고도화로 보완” [2025 국감]


이날 회의에는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원, 나이스평가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한국평가데이터, 은행연합회·여전협회·저축은행중앙회 등 유관기관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권 부위원장은 신용평가체계 개편의 핵심 방향으로 포용금융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신용평가시스템이 ‘잔인한 금융’이 아니라 ‘포용금융’의 튼튼한 안전망이 돼야 한다”며 “포용금융을 위한 정책들이 일회성의 형식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신용평가 시스템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F에서는 ▲개인신용평가 현황·평가 ▲대안신용평가 현황·활성화 과제 ▲개인사업자(소상공인) 신용평가 현황·과제 등이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최척 KCB 연구소 부장은 “개인신용평가대상의 28.6%에 해당하는 소비자에게 950점 이상이 부여되는 등 개인신용평점 상위점수 구성비가 크게 증가했다”며 “개인신용평가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평가기준 조정, 평가모형 재개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KCB 분포도를 보면 950점 이상 차주는 국내 인구의 약 30%, 900점 이상은 45% 수준에 달한다.


2021년 20% 수준이던 950점 이상 차주 비중은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신용점수 상단 쏠림이 심화될수록 점수만으로 차주의 실제 상환 여력을 가려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대출 심사의 기본 지표로 활용되지만, 고점 구간에 차주가 밀집하면서 신용점수가 지니는 설명력은 과거보다 약화됐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점수 변별력 약화의 근본 원인을 정책 환경에서 찾았다.


강 교수는 “신용점수의 변별력을 회복하려면 신용평가체계 개편 논의에 앞서 정부의 포용금융 정책부터 재설계해야 한다”며 “저신용자에게 저금리 대출을 요구하는 것을 포용금융으로 정의하고, 신용사면이나 배드뱅크 제도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신용점수를 무력화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신용평가는 차주의 리스크를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반영해야 하는 지표인데, 정책 목표가 과도하게 개입되면 평가의 독립성과 신뢰성이 훼손된다”며 “이런 환경에서 평가모형만 손보는 접근은 근본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포용금융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신용평가를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기보다, 별도의 재정·복지 수단으로 접근하는 구조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