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대책委, '가덕도 피습' 테러 공식 지정
김민석 총리 요청으로 합동조사 벌인 결과
테러방지법 제정 10년만에 '첫 테러 지정'
"李 심기경호한다고 또 국민혈세 낭비하나"
부산 일정 중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24년 1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부산 가덕도에서 당한 피습 사건을 테러로 지정하고 추가 진상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 해당 사건이 테러로 공식 규정되면서 사건 발생 2년 만에 수사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며 여권이 요구해 온 전면 재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실은 20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가테러대책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 사건을 테러방지법상 테러로 지정하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2016년 테러방지법 제정 이후 정부 차원에서 특정 사건을 테러로 공식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리실은 지난해 1월 발생한 해당 사건에 대해 김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진 대테러 합동 조사 결과 이 대통령 습격범의 행위가 테러방지법상 테러의 구성요건을 충족함을 확인했으며, 법제처의 법률 검토도 추가로 거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후속 조치로 사건에 대한 추가 진상 규명을 이어가며 선거 기간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 보호를 강화하는 등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테러방지법을 비롯한 관련 법·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과 정비하기로 했다.
김 총리는 이 대통령 사건 피습 사건에 대해 "K-민주주의의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각종 테러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대테러체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테러는 그 테러의 피해자인 당사자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뿐 아니라 특히 국가에도 엄청난 충격을 주고 그것을 예방하는 데 있어서도 상상하지 못할 국가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며 "모든 국가적 경각심을 총동원해서 뿌리를 뽑아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당대표였던 2024년 1월 부산 가덕도 방문 도중 김모(남·67) 씨가 휘두른 흉기에 왼쪽 목을 찔려 부산대병원을 거쳐 서울대병원에서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가해자는 이후 1심과 항소심을 거쳐 징역 15년형을 확정받았다.
이후 윤석열 정부 국가정보원과 대테러센터 등이 해당 사건을 테러로 지정하지 않고 현장 증거를 인멸하는 등 축소·왜곡했다는 의혹이 현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에 여당안 줄곧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내린 수사가 지나치게 성급했다며 테러 지정과 재수사를 요구해 왔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사건이 테러로 공식 지정됐기에 테러방지법에 따라 관계기관의 추가 조사와 재수사가 사실상 가능하다. 단독 범행으로 결론 난 기존 수사와 달리 배후 세력이나 공모 여부, 조직적 연계 가능성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정부가 이번 결정이 엄밀한 법률 검토를 거친 결과라고 강조한 이유는 테러방지법에 테러 지정에 관한 명시적 절차 규정은 없지만, 국가테러대책위의 심의·의결을 통해 테러 여부를 판단 법리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사건을 정부가 국가 공인 1호 테러로 규정하면서 제기될 수 있는 '셀프 지정'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 대통령 본인이 피해자인 사건을 정부가 테러로 공식 규정하고 추가 조사에 착수한 데 따른 정치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테러 지정이라는 중대한 판단이 내려지면서 수사의 범위와 방식,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이 향후 정국에서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 피습 사건과 관련해 "국가나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것도 아니었고 개인을 상대로 한 것"이라며, 법 제정 10년만에 해당 사건이 '1호 테러'로 지정한데 대해 뜬금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과거 박근혜 피습이나 마크 리퍼트 주한대사 피습부터 소급해서 테러행위로 지정하고 했으면 됐을 텐데 갑자기 이 전 대표 사건부터 테러 행위로 지정했다"며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민석 국무총리는 아부도 적당껏 하라"며 "테러 지정하려면 본인 돈으로 하라"고 쏘아붙였다.
주 의원은 "테러방지법상 테러는 공중을 협박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며 "2016년 법 제정 이후 이재명 사건을 1호로 지정하는 것이 맞느냐"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미 범인에 대한 수사는 다 마치고 감옥에 있다"며 "테러로 지정하면 그것을 빌미로 국정원이 국내 정보도 수집할 수 있다. 영장주의 예외도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통령 심기 경호한다고 진상 규명에 또 국민 혈세 낭비하느냐"라며 "대통령 경호를 받으면서 지나간 사건 들쑤실 실익도 없다. 이왕 하는 김에 부산에서 헬기런 했던 진상도 규명해달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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