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으로는 못 버텨"…철근업계 구조조정 시계 빨라진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1.21 11:04  수정 2026.01.21 11:05

공급과잉 구조 고착 속 구조조정 신호탄 쏜 현대제철

수요 급감 속 고정비 압박…감산·셧다운 반복 한계

"철근, 산업위험 상승폭 높아…신속한 구조개선 필요"

현대제철이 인천공장 철근 생산 설비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철근 산업의 구조조정 시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현대제철이 인천공장 철근 생산 설비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하면서 국내 철근 산업의 구조조정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수요 부진에 대응해 감산과 셧다운(공장 가동 중단) 반복으로 버텨오던 업계가 설비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지난해 1~10월 국내 철근 판매량은 568만6000톤(t)으로 전년 동기(637만8000톤) 대비 10.85% 감소했다. 앞서 연간 기준으로도 2023년 918만7000톤이던 판매량은 2024년 762만1000톤으로 17.05% 급감했다. 수요 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가운데 감산만으로는 수급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제철은 전날 인천공장에서 노사협의회를 열고 소형 철근을 주로 생산해 온 90톤 전기로 제강 및 소형 압연 설비를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당 설비의 연간 생산능력은 약 80만~90만톤으로 인천공장 전체 철근 생산능력(약 160만톤)의 절반에 해당한다. 해당 설비는 이미 지난 4일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이번 결정은 단기적인 감산 조치와는 성격이 다르다. 인천공장은 국내 최대 철근 생산 거점으로 건설경기 둔화 이후 반복적인 셧다운과 출하 조절을 통해 수급 조정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철근을 생산할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일시적인 가동 조정만으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설비 축소로 이어졌다. 사실상 봉형강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제철은 지난 19일에도 포항 1공장의 철근·특수강 봉강 생산라인을 철근 전용 설비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인천공장 설비 축소 역시 철근 생산 일원화와 고정비 부담 축소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회사는 이번 설비 폐쇄에 따른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선 포항 2공장 사례와 마찬가지로 유휴 인력은 노조와 협의를 거쳐 전환 배치 등으로 고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노조가 추가 투자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어 노사 간 논의 과정에서는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을 철근 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지역별 수급 조절과 부분 감산으로 버텨왔지만 수요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고정비를 줄이기 위한 설비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는 판단이다. 국내 철근 소비량이 약 700만톤 수준에 머무는 반면 생산능력은 약 1230만톤에 달해 구조적인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정책 기조와의 맞물림도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에서 철근을 만성적인 공급 과잉이 누적된 품목으로 지목하며 설비 규모 조정을 통한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범용재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저탄소 제품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신용평가사들도 철근 산업의 위험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미국과 중국 노출도, 초과 설비율 등을 기준으로 강종별 산업위험을 평가한 결과 철근의 상대적 위험 수준을 3.77로 산정했다. 2017년과 비교하면 철근의 위험 상승 폭은 1.8로 주요 강종 가운데 가장 컸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철근은 국내 주택시장에 수요가 집중된 구조에서 건설경기 침체의 영향을 정면으로 받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의 호실적으로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된 점이 산업위험을 일부 완화하고 있지만 수요 개선 여력이 높지 않은 만큼, 비축된 재무여력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강도 높은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