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트럼프 리스크·지정학 변수 여전한데 ‘두 달 내 안정’ 가능할까
정부의 RIA·WGBI 카드에도 시장은 “정책 효과 과대평가” 우려
전문가들 “방향성은 맞지만 시점 제시는 위험… 정책 부담만 키울 수도”
지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2026년 신년 기자회견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두 달 뒤면 환율이 1400원 전후로 안정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한 데 대해 시장은 의문을 제기했다.
핵심 대외 변수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 레벨과 시점을 제시한 것이 오히려 정책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환율은 경제 여건에 비해 과도하게 높다”며 “한두 달 안에 1400원 전후로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대 수출 실적과 무역수지 흑자를 근거로 “펀더멘털은 탄탄하다”고 강조하며 직접적으로 환율 구두개입에 나섰다.
환율은 그 직후 실제로 1467원대까지 급락했지만, 시장 반응은 일시적 진정에 그쳤다고 평가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제시한 ‘한두 달’이라는 촉박한 시간표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달러 수급 불균형 해소 대책,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외환 유입 유도 정책 등을 이유로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이 오는 26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해외·국내 투자 비중을 조정할 경우 일시적으로 달러 수급에 숨통이 트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가능성의 영역일 뿐” 실제 유입 규모나 속도는 불투명하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시각이다.
RIA 역시 해외주식 매각→환전→계좌 복귀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4~11월에 걸친 분할 편입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수십억 달러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 해외배당금 비과세 효과도 결산 일정과 맞물려 당장 시행이 불가능한 정책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이러한 정책들을 근거로 “두 달 내 환율 하락”을 예단한 셈이어서 정책 효과에 대한 과도한 확신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환율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대외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예측이 정책적 희망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외 변수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 증시가 급락했고 금 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최근 급락하면서 단기 달러 약세가 나타났지만, 지정학 충돌이 확대되면 오히려 환율 상승 압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
미국·유럽 간 그린란드 문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도 여전히 잠재돼 있다.
가장 큰 변수로 엔저도 꼽힌다. 일본의 조기 총선과 감세 경쟁이 재정 불안을 키우면서 엔화는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고, 원·엔 동조화가 강하게 나타나는 현 구조에서는 원화 강세 자체가 제한된다.
이 대통령 역시 “원화 환율은 엔화 환율에 연동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두 달 내 1400원대’ 예측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결국 대통령의 두 달 내 1400원 전후 발언은 시장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던진 구두개입일 수 있으나, 현실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정책 리스크만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대통령이 수치를 명시한 순간, 정부는 해당 수준을 방어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대외 악재로 환율이 다시 치솟을 경우, 당국은 ‘말뿐인 개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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