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난해 전력 사용량 10조 ㎾h 돌파…美보다 2배 이상 많아
생성형 AI 등 보급·확산에 따른 ‘AI 시대’ 맞아 전력 수요 급증
전력 확보 위해 대규모 시스템 투자·西電東送 확대 등에 총력
전력 공급 안정화로 美 제치고 AI 주도권 장악하기 위한 포석
지난해 7월 19일 중국 시짱(티베트)자치구 린즈시 미린댐 건설부지에서 리창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야루짱부강 하류 수력발전댐 기공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신화/뉴시스
중국 최대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그룹이 원자력발전(원전)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핵융합 등 차세대 원자력 기술에 투자해 온 알리바바는 한 발 더 나아가 상업용 원전 개발·운영까지로 보폭을 확장한 것이다.
알리바바 산하 상하이이치(上海毅旗)는 최근 원전 국유기업인 중궈허뎬(中国核電) 소속 중허저넝넝위안(中核浙能能源), 훙룬건설(宏潤建設), 야거얼(雅戈爾)그룹과 함께 합작법인 ‘중허(샹산)허넝(中核(象山)核能)공사’를 설립했다고 중국 경제매체 매일경제신문(每日經濟新聞) 등이 지난 22일 보도했다. 등록자본은 2억 5000만 위안(약 527억 7000만원)이며, 사업 범위는 발전·송전·배전과 방사선 모니터링, 검사·검측 서비스, 열 생산 및 공급, 발전 기술 서비스, 투자 활동 등을 포함한다.
원전 사업은 까다로운 기술과 안전 규제, 막대한 자본 등 삼박자가 요구되는 만큼 중국에선 국유기업이 지배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지방정부가 일부 참여하는 방식으로 추진돼 왔다. 현재 원전 운영 면허를 보유한 국유기업은 중허(中核)그룹과 중궈광허(中國廣核)그룹, 궈자뎬리터우쯔(國家電力投資)그룹, 화넝(華能)그룹 등 4곳이다.
알리바바의 원전 투자는 데이터·연산센터(컴퓨팅 센터)의 전력수요 증가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디지털 경제가 확산돼 인공지능(AI) 연산 인프라와 클라우드 수요가 늘어나면서 알리바바 계열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도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원자력은 대규모의 안정적이고 연속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한 만큼 ‘원자력+데이터센터’ 형태의 신규 전력공급 모델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8년 5월 23일 중국이 자체 개발한 3세대 원전 기술인 '화룽 1호'를 채택한 중국 남부 광시좡쭈자치구에 있는 팡청강 원자력 발전소 위에 돔이 설치돼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가 급속히 확산됨에 따라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중국의 전력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전력 사용량이 단일 국가로는 처음으로 10조 킬로와트시(kWh)를 돌파했다. 관영 신화통신(新華通訊) 등에 따르면 국가에너지(能源)국은 지난해 중국의 전력 사용량이 전년보다 5% 증가한 10조 3682억 킬로와트시(kWh)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996년 1조 kWh를 돌파한지 29년 만에 10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전력 사용량 규모는 미국보다 2배 이상 많고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인도, 일본 등 4개국의 전력 사용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신화는 전했다. 특히 AI를 비롯해 반도체, 고성능 컴퓨팅, 양자기술, 무인 무기체계 등 첨단 미래 기술은 공통적으로 막대한 전력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력 설비용량 확보에 ‘올인’(다걸기)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국유 전력회사인 궈자뎬왕(國家電網)은 15일 발표한 중장기 투자계획을 통해 “더 지능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망 체계를 구축해 신형 전력시스템 전(全)산업체인의 동반성장을 이끌겠다”며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 기간 동안 전력시스템 관련 고정자산 투자를 4조 위안 규모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규모는 제14차 5개년 계획 대비 40%나 증가한 것이다.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에너지 연평균 신규 설비용량을 2억㎾h로 늘리고, 비화석에너지 소비 비중을 2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중국 정부의 주요 목표다. 궈자뎬왕은 우선 초고압직류(HVDC) 송전망 구축에 속도를 낸다. 중국은 에너지 자원은 서부에, 전력 수요는 동부에 집중돼 있는 까닭에 빠르고 강한 송전망이 필요하다. 초고압직류 송전망 구축을를 통해 광역 송전능력을 지난해 말 대비 30% 이상 끌어올릴 방침이다.
2017년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 원자력산업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중국핵공업그룹(CNNC)이 선보인 부유식 원전과 석유굴착장치의 미니어처를 살펴보고 있다. ⓒ AP/연합뉴스
중국은 이와 함께 서부의 에너지를 동부로 보내는 ‘시뎬둥쑹’(西電東送)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확대한다. 중국의 전력 시장은 자원이 풍부한 서부 지역과 전력 수요가 집중된 동부 연안 지역으로 구분된다. 신장(新疆)·간쑤(甘肅)·네이멍구(內蒙古) 등 서부는 일조량과 바람이 풍부하고 토지가 넓은 만큼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서부 12개 성이 중국 친환경에너지 설비용량의 40%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인구와 주요 첨단산업은 수천㎞ 떨어진 동남부 지역에 집중 배치돼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AI·로봇 등을 둘러싸고 미국과 첨단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와 첨단 공장의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고비사막 등 서부의 대규모 풍력·태양광 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상하이(上海)·광둥(廣東)성 선전(深圳) 등 동부 지역의 경제 허브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베이징·상하이 등의 AI 및 첨단산업 클러스터(Cluster·산업 집적지)를 전력 생산지인 서부로 옮기려면 인력·대학·연구소와 부품·설비 공급망을 통째로 재배치해야 하는 만큼 현실적인 시뎬둥쑹 전략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써 중국 정부가 선택한 해법은 초고압 송전망이다. 800㎸ 이상의 전압으로 전기를 보내는 이 기술은 장거리에서도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덕분에 ‘전기 고속도로’로 불린다.
전기는 전선의 저항 탓에 멀리 이동할수록 손실되는 에너지가 늘어나게 된다. 이를 줄이려면 전압을 높이고 전류를 낮추는 게 과제다. 초고압 직류 송전의 경우 1000㎞당 송전손실률이 1.5~3%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일반 고압 송전망의 6~7%와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된다. 총연장 3000㎞ 넘는 송전망의 손실률은 1.5%에 그쳐 서부에서 생산된 전력의 대부분이 그대로 동부 지역에 도달하는 셈이다.
ⓒ 자료: 중국 국가에너지국
중국의 국가전력망은 지난해 기준 초고압 송전선을 약 45개, 총연장 4만㎞ 이상 운영하고 있다. 서부에서 동부로 동시에 보낼 수 있는 최대 전력은 340억㎾h로 중국 최대 전력 수요의 20%가 넘는 수준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가에너지국은 2030년까지 서부에서 동부로 이어지는 전력 송전망 용량을 420억㎾h 이상 끌어올릴 방침이다. 유럽 주요국들의 전력망을 모두 합친 것에 맞먹는 규모다.
여기에다 ‘원전 굴기(崛起)’ 역시 중국 전력생산에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신규 원자로 10기 추가 건설을 승인했다. 건설 중인 원전이 계획대로 완공되면 중국은 2030년 원전 설비용량에서 세계 1위에 오른다. 원전 건설은 독보적 세계 1위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중국이 건설 중인 원전발전 용량은 3198만 5000㎾h로 2위 러시아(490만 3000㎾h)의 6.5배가 넘는다.
원전 생산 비중은 2035년 10%, 2060년에는 18%까지 높일 계획이다. ‘중국 핵에너지발전보고 2025’ 청서(靑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상용 원전은 58개, 설비용량은 5976만㎾h다.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세계 3위다. 건설 중인 발전소 설비 용량은 18년 연속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력발전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부의 가장 높은 해발고도에 건설 중인 예바탄(葉巴灘)수력발전소가 가동에 들어갔다. 예바탄 발전소는 쓰촨(四川)성 바이위(白玉)현과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궁줴(貢覺)현 경계에 있는 진사(金沙)강 상류에 있다. 발전소 설비용량은 224만㎾, 최대 댐 높이 217m다. 정상 수위가 해발 2889m에 이를 정도로 높은 곳에 건설됐다.
ⓒ 자료: 중국원자력산업협회
이번에 가동에 들어간 발전기는 3호기와 4호기다. 건설 중인 나머지 발전기까지 모두 가동될 경우 연간 발전량은 102억㎾h를 넘어선다. 앞서 7월에는 시짱자치구에서 가장 긴 강인 야루짱부(雅鲁藏布·티베트명 얄룽창포)강 하류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 건설 공사를 착수했다. 수력발전소 5기를 계단식으로 건설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연간 발전량은 3000억㎾h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창장(長江·일명 揚子江) 상류의 싼샤(三峽)댐 발전량(연간 882억㎾h)의 3.5배에 가깝다. 총사업비만도 무려 1조 2000억 위안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이 전력량 확보를 위해 전방위 총력전를 펼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AI 시대를 맞아 전력량 확보를 통해 미국을 제치고 AI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20230년까지 400억㎾h 규모의 잉여 발전용량을 갖춰 미국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며 “이는 세계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력 수요의 3배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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