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맨' 문채원 "흥미 잃지 않으려 다양한 역할 욕심낸다" [D:인터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6.01.25 12:25  수정 2026.01.25 12:25

배우 문채원이 그간의 청순하고 단아했던 이미지를 뒤로하고 영화 '하트맨'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하트맨'은 돌아온 남자 승민이 다시 만난 첫사랑을 붙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결코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작품으로 문채원이 연기한 보나는 커리어와 사랑 모두에 주저함 없는 인물이다.


문채원은 첫사랑의 전형을 비틀어, 때로는 화를 내고 할 말은 분명히 전하는 보나를 통해 다채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익숙하게 따라붙던 무게감을 덜어내고 현실적인 인물로 다가가기 위해 외적인 스타일링은 물론 연기 톤까지 세밀하게 조율했다.


변화에 대한 부담보다 캐릭터에 대한 설득을 택한 선택은, 문채원의 연기 스펙트럼이 한층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문채원은 지난해 '귀시'로 '명당' 이후 7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데 이어, 비교적 짧은 텀으로 '하트맨'까지 연이어 선보이며 관객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반가움과 설렘이 앞서지만, 동시에 결과에 대한 책임과 부담 역시 솔직하게 마주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관객분들께 작품으로 인사드리는 거라 설레기도 하고 두근두근한 마음도 있어요. 촬영을 끝내고 바로 개봉하는 작품은 아니어서,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더 그런 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촬영 과정 자체는 정말 좋았고요. 다만 영화는 결과가 중요하잖아요. 저한테도 말과 결과가 다 중요해서, 끝까지 잘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마냥 마음이 가볍지는 않고 부담도 조금 있어요."


완성본을 본 소감에 대해서는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에 이미 객관성을 잃었다며 웃어 보였다.


"이미 제가 객관적인 시각은 많이 잃은 상태인 것 같아요. 우리가 같이 찍은 영화, 재미있게 만들려고 했던 영화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계속 긍정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적인 만족은 분명히 있습니다."


보나는 여러 언어를 구사하며 자신의 커리어를 스스로 만들어온 인물로, 문채원에게도 익숙했던 연기 결에서 한 걸음 벗어난 캐릭터였다. 연기 과정에서 긴장과 기대가 함께 따라온 이유다. 그는 촬영 내내 현장에서의 경험과 완성될 작품의 결과를 동시에 의식하며 인물에 접근했다.


"보나라는 캐릭터는 외국어도 잘하고, 자기 꿈도 이루고, 첫사랑의 풋풋한 모습도 있지만 화낼 때는 화도 내고 할 말은 다 하는, 굉장히 다채로운 인물이에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재미있었고요. 제가 그동안 맡아왔던 역할들과는 결이 조금 다른 캐릭터라 그 지점이 흥미로우면서도 동시에 과제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큰 스크린에서는 잘한 것도, 못한 것도 다 보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찍었지만, 현장 분위기가 워낙 순수하고 좋았어서 큰 문제 없이 촬영을 마쳤고요. 그래서 더더욱 결과까지 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 것 같아요."


문채원은 보나를 관계 안에서 수동적으로 머무는 인물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존재로 설정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머물기보다, 인물의 태도와 선택이 서사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구성했다.


"보나라는 인물은 겉으로는 깨끗하고 순수해 보이지만, 연애 경험도 어느 정도 있고 관계를 이끌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보호만 받아야 하는 캐릭터보다는, 이야기 안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느꼈고요."


문채원에게 ‘첫사랑’은 익숙한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처음 마주하는 역할이었다. 그동안 다양한 멜로와 관계를 연기해왔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는 첫사랑을 직접 연기한 적은 없었다. 이번 작품은 그 공백을 처음으로 채우는 선택이기도 했다.


"첫사랑 역할에 대해 큰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안을 받았을 때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누군가의 첫사랑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고, 예전에 비슷한 제안이 왔지만 아쉽게 못 했던 작품도 있었어요. 그래서 제 안에 그런 아쉬움이 있었나 보다 싶기도 했고요."



보나의 첫 등장은 시선을 끄는 이미지로 영화의 분위기를 단번에 환기시키는 장면이다. 대사 없이도 인물의 인상과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만큼, 화면의 결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결과적으로 보나라는 인물을 직관적으로 각인시키는 인상적인 도입부로 완성됐다.


"첫 등장 장면은 대사가 없는 장면이라 처음엔 부담 없이 갔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까 이 장면이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냥 예쁘게 나오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감독님,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이 세팅을 바꿔가며 여러 번 찍었고, 그 장면이 설득력이 있어야 이후 서사가 이어진다고 생각해서 모두가 공을 많이 들였어요. 화면을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실물이 더 낫다'는 말을 종종 듣기도 하는데, 그래도 영화 속에서는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이 정말 예쁘게 담아주셨다고 느꼈어요. '첫사랑일 만하네' 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신다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보나가 아이와 거리를 두며서 승민의 고군분투하는 설정이다. 보나가 아이를 싫어하는 설정은 명확한 사연이나 배경 설명보다, 인물의 태도와 감정으로 전달된다.


"아이를 싫어하는 설정에 대해서는 촬영 당시 감독님께서 따로 설명을 주시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촬영을 다 마치고 영화를 보면서, 오히려 과거 설명이 없는 게 더 좋다고 느꼈어요. 갑자기 사연이 등장하는 것보다, 그 인물이 가진 감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이 영화에는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이를 혐오한다기보다는 ‘부담스러워한다’는 감정에 가깝고, 보호가 필요한 존재에 대한 거리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소영이라는 아이와의 관계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대화가 가능한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그 점이 관객분들께도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문채원은 권상우를 오래전부터 인상 깊게 바라봐온 배우 중 한 명으로 꼽았다. 어린 시절 처음으로 좋아했던 남자 연예인이기도 했기에권상우와 현장에서 마주하게 된 경험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스크린에서 형성된 이미지와 실제 호흡 사이의 차이 역시 이번 작업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권상우 선배님은 예전부터 좋아했던 배우였어요. '천국의 계단',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는데, 특히 후자는 선배님도 애착이 큰 작품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만나 뵈니 화면에서 보던 이미지와는 또 다른, 굉장히 에너지 있고 박력 있는 분이셨어요. 그 대비가 매력적이었고요."


보나라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완성하기 위해 문채원은 외적인 이미지 역시 세심하게 준비했다. 화면에 남는 첫인상인 만큼, 캐릭터의 결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인물이 지닌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향을 고민했다.


"주변 남자분들한테 물어보니 첫사랑 하면 긴 생머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머리를 길렀고, 화면에서 붓는 게 더 잘 보일 것 같아 식단도 많이 조절했어요. 화장은 최대한 덜 하되 포인트는 살리고, 짧은 치마 장면을 위해 필라테스도 열심히 했고요. 작은 요소라도 화면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그는 이번 작품을 기존 이미지를 변주하는 시도로 보기보다, 배우로서 자신의 폭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로 받아들였다. 익숙한 선택에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결을 시도하며 연기의 즐거움을 확인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행보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라이트한 역할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좋겠어요. 기존 이미지도 소중하지만, 영화 안에서 조금 더 가볍고 다른 결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면 그 또한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게 일을 오래, 재미있게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느끼고 있고요. 그래서 이번 작품도, SNL 출연도 모두 저에게는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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