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함을 넘어 ‘딴딴’해졌다”…‘라이프 오브 파이’ 박강현의 믿음 [D:인터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1.27 08:34  수정 2026.01.27 08:34

3월 2일까지 GS아트센터

주인공 파이 역...박정민과 더블캐스팅

"연기 인생에 변곡점 될 거라 확신"

뮤지컬 무대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아 온 박강현이 마이크를 내려놓고 연극 무대에 섰다. 그가 선택한 작품은 맨부커상을 수상한 얀 마텔의 소설 ‘파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3월 2일까지 GS아트센터)다.


ⓒ에스앤코

작품은 1976년 인도 폰디체리를 배경으로, 동물원을 운영하던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다 조난당한 16세 소년 파이의 227일간의 표류기를 다룬다. 2012년에는 영화로도 개봉해 이듬해 아카데미 4관왕에 올랐다. 박강현은 뱅골 호랑이 리차드 파커와 구명보트 위에서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 파이 역을 맡았다.


박강현에게 이번 작품은 익숙함과의 결별이자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도전이었다. 퍼펫(인형)과 함께하는 작품을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며 “경험주의자로서 꼭 해보고 싶었지만, 기존에 했던 힘든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힘듦이었다”고 털어놨다.


“뮤지컬은 노래가 장면을 정리해 주는 장점이 있다면, 연극은 오로지 에너지, 대사, 움직임만으로 표현해내야 합니다. 정말 힘든 과정이었지만 지금은 값진 도전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백미는 단연 퍼펫의 활용이다. 호랑이 리차드 파커는 세 명의 퍼펫티어(인형 연기자)가 몸의 각 부분을 맡아 움직인다. 호흡이 맞지 않으면 호랑이의 움직임은 금세 어색해진다. 박강현은 이 인형을 살아있는 존재로 대하는 데 집중했다.


“어린 시절 인형에 인격을 부여해서 노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진짜라고 믿는 순간 퍼펫티어는 보이지 않고 퍼펫만 보이는 순간이 오거든요. 그래서 어려움보다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움직임이 없도록 퍼펫티어 팀들이 치열하게 연습했고요. 그들의 노력 덕분에 믿음에 집중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극은 파이의 진술을 통해 ‘동물과 함께한 이야기’와 ‘사람들끼리 서로를 해친 잔혹한 이야기’ 두 가지 버전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무대 위 배우도, 객석의 관객도 매번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연출님은 정답은 없으며 무엇을 믿는지는 배우의 몫이라고 하더라고요. 두 이야기 모두 논리적으로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그나마 논리적으로 말이 될 법한 걸 믿고 가자고 생각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첫 번째 이야기(동물 이야기)를 진실이라고 믿고 출발하고, 설득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 스스로도 매일 다른 것 같아요. 저를 보고 있는 관객의 분위기, 상대 배우의 느낌에 따라 매일의 선택이 달라지는 걸 느껴요. 하지만 전 솔직함이 정답이라는 마인드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에스앤코

이번 공연에서 박강현은 배우 박정민과 더블 캐스팅되어 파이 역을 번갈아 연기한다. 그는 박정민의 연기에서 ‘날것의 에너지’를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평소에도 정말 좋아하는 배우고, 함께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박)정민 형은 연습실에서부터 굉장히 날것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감정신에서 150%의 에너지를 쏟아붓는데, 장기 공연인 만큼 목이 괜찮나 싶을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고 그 순간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걸 보면 저도 많이 배워요.”


무대 위 파이는 퇴장 없이 거의 모든 시간을 관객 앞에 노출된다. 과거의 서술자이자 현재의 조난자를 오가는 방대한 대사량과 감정 소모는 배우에게 극한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한숨 돌리는 것조차 무대 위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낄 여유조차 없습니다. 순간에 집중하는 것만이 답이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면 관객들에게도 당당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 파이처럼 박강현 역시 삶을 대하는 태도가 한층 깊어졌다. 그는 평소 특정 종교는 없지만 좋은 점들을 취해 삶에 적용하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공연 전에는 스스로를 믿게 해달라는 기도를 올리기도 한다.


“원래도 긍정적인 편이긴 하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삶의 태도가 더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전의 작품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면, ‘라이프 오브 파이’는 나를 ‘딴딴’하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웃음). 체력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무대에서 행하는 기술도 매회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끝으로 그는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거라는 확신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박강현은 “이 경험을 가지고 다음 작품을 하면 조금 더 향상된 능력치의 박강현을 관객들도 알아봐 주실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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