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 10곳 중 4곳가량 ‘공실’…상가 공실률도 상승세 지속
복도폭·주차장·소방시설 등 주거시설 요건 충족 까다로워
막대한 리모델링 비용, 현실성 떨어져…공급난 해소 ‘한계’
ⓒ뉴시스
정부가 공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지식산업센터(지산) 등 비주거 시설을 활용한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를 검토하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건축물 용도 전환 규제를 완화해 ‘상가 공실 해소’와 ‘주택 공급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계산이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달린다.
28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9·7 공급대책 후속 조치로 공실 상가 및 지식산업센터 등 비주거 시설을 주거시설로 변경하는 특별법을 추진 중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부터 이달까지 건축공간연구원을 통해 진행한 ‘탄력적 용도 전환 방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로드맵을 구축,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특별법에는 주차와 정화조 등 주거 일부 기준을 완화해 용도 변경이 수월하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상업용 부동산 전반의 공실 문제를 해소하고 도심 내 단기간 주택 공급을 늘리겠단 복안으로 풀이된다.
현재 지산과 상가 등의 공실 문제는 심각한 상태이긴 하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총 1552곳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경기에 전체의 46.1%인 716개, 서울이 395개(25.5%), 인천 82개(5.3%)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전국 평균 공실률은 16.6%지만 지난 2020년 이후 준공된 190개 지산의 공실률은 37.2%에 달한다. 지산 10곳 중 약 4곳은 텅 빈 상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국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5%로 5분기 연속 상승세다. 집합상가 공실률은 10.5%, 오피스는 8.9% 수준이다. 특히 충북 등 일부 지역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를 웃돌고, 오피스 공실률은 30%를 초과해 지역별 편차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이들 비주거 시설까지 주택 공급에 활용하려는 것은 공공 주도의 공급 확대 정책이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과 결부돼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당장 올해부턴 입주 물량이 줄면서 ‘공급절벽’도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매는 물론 전월세 가격까지 급등하자 궁여지책으로 비주거 시설까지 끌어 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공실상가의 주거전환 관련 특별법 추진 보도가 나오자 국토부는 “용도전환 관련 특별법의 발의시기, 대상 건축물과 세부기준 완화 등에 대해서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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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시기와 대상의 구체화와는 별개로 정부의 취지대로 현실화 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 건축법상 상업시설을 주거시설로 용도 변경을 하려면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상가 대지가 주택 건설이 가능한 지역이어야 하고 주차장을 비롯해 정화조, 소방시설, 환기 및 방음 등 각종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이에 정부의 이러한 방안이 여러 공급 확대 방안 중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주택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효과적인 정책이 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지산이나 상가를 주거시설로 바꾸려면 복도 폭 6m 이상, 주차장 등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인근에 주차장 부지를 마련하더라도 상가와 지산 모두 개별등기가 돼 있는데 혼자 주차장 부지를 어떻게 다 사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거용이라 하면 수요자들은 대개 남향이나 남동향, 남서향 등을 원하는데 상가나 지산은 동서남북 돌아가며 호실이 다 들어서 있다”며 “층고도 높은 탓에 준주택격인 오피스텔로 전환해 활용하는 건 몰라도 당장 들어가 살 수 있는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용도 전환을 하더라도 수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은 “이미 예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로 현실적으로 들어가 보면 오피스텔을 아파트로 바꾸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 차라리 생활숙박시설(생숙)의 오피스텔 전환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며 “이미 금융 비용으로 숨이 막히는 상황에서 막대한 리모델링 비용을 투입해 주거시설로 전환하려는 사람이 누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주거시설에 갖춰진 주방이나 욕실은 설계부터 하중이 달리 적용되기 때문에 업무용 시설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려면 설계를 다 새로 해야 한다”며 “평당 분양가만 놓고 보더라도 아파트 분양가보다 상가 분양가가 더 비싼데 상가 소유주 입장에서 주거시설로 용도 변경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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