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유입 92%…시행 3년만에 괄목할 성과
연말 기부 쏠림 50% 육박…과열 경쟁과 홍보 부작용 우려
성장통 겪는 기부제…올해 법인기부 도입으로 돌파구 마련
고향사랑기부제의 핵심 혜택인 답례품을 통해 기부자와 지역사회가 연결되는 따뜻한 선순환 구조를 묘사한 일러스트. ⓒ제미나이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4년 차를 맞았다. 지난 2023년 시행된 제도가 불과 3년 사이에 누적 기부금 1500억원을 돌파하며 지방 재정 확충과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고향사랑기부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잠정 모금액은 1515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제도 시행 첫해인 2023년 650억6000만원 대비 132.9% 증가한 수치다.
직전 해인 2024년 879억2000만원과 비교해도 72.3% 급성장한 결과다. 기부 건수 또한 2023년 53만건에서 2025년 139만건으로 164.5% 늘어나며 양적 성장을 증명했다.
수도권 자본 지방으로 이동…비수도권 유입액 92% 달해
고향사랑기부제의 가장 큰 성과는 수도권에 집중된 자본이 지방으로 재분배되는 균형 발전 효과다. 2025년 전체 모금액 중 비수도권 지역에 기부된 금액은 1397억1000만원으로 전체의 92.2%를 차지했다.
특히 수도권 거주자가 기부한 795억원 중 88.1%인 699억8000만원이 광주, 전남, 경북 등 비수도권 지역으로 유입됐다. 1인당 평균 모금액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수도권은 432원에 불과했으나 비수도권은 5165원으로 약 12배의 격차를 보였다.
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는 취약 지역에서의 모금도 활발했다. 89개 인구감소지역의 평균 모금액은 7억6000만원으로 비인구감소지역인 137개 지자체의 평균 4억5000만원보다 1.7배가량 높았다.
전남(239억7000만원)과 경북(217억4000만원)은 매년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집하며 상위권을 지켰고 광주(1203.6%), 대전(808%), 제주(519%) 등은 시행 첫해 대비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경북 영덕군은 인구가 3만명대에 불과함에도 1인당 모금액이 11만4116원을 기록해 주민 수 대비 모금액 전국 1위에 올랐다.
기부 참여층을 살펴보면 30대(34.9%)와 40대(27.9%), 50대(20.4%) 등 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이 83.2%에 달해 제도의 주요 지지 기반이 되고 있다. 참여 방법은 온라인 기부가 93.5%로 압도적이다. 지난해부터 도입된 9개의 민간 플랫폼을 통한 기부도 약 41만건으로 전체의 29.3%를 차지해 기부 접근성을 높였다.
2025년 주민수 대비 평균 모금액 상위 10개 지방정부 ⓒ편집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먹거리 답례품과 지정기부의 시너지…지역 경제 활력소
기부의 대가로 제공되는 답례품은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25년 답례품 판매액은 352억원으로 2023년 151억원 대비 133% 증가했다.
기부자들은 실생활 활용도가 높은 농축수산물(56.9%)을 가장 선호했다. 가공식품(26.2%)과 지역 상품권(13.4%)이 뒤를 이었다. 광주 남구의 1등급 한우 등심은 8억3100만원의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전국 1위에 올랐다. 경북 영주 사과(7억7000만원)와 제주 감귤 및 흑돼지 세트(7억7000만원)는 모금의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특정한 사업을 선택해 기부하는 지정기부제 또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024년 6월 도입 이후 226개의 지정기부 사업이 발굴됐다. 이 중 140개 사업의 모금이 완료됐다. 지정기부는 일반 기부에 비해 연중 고르게 모집되는 경향을 보여 기부자들이 지역 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하려는 의지가 높음을 나타냈다.
주요 사례로는 충북 진천군의 어르신 방문 의료 서비스와 경기 김포시의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 운영 등이 있다. 특히 2025년 3월 산불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과 울산 울주군 등 8개 지자체에는 지정기부를 통한 기부금이 집중돼 제도의 재난 구호 역량을 입증했다.
기부금의 지리적 재분배 효과를 강조한 인포그래픽. 대한민국 지도 중앙에서 시작된 황금빛 에너지가 전국 각지로 뻗어 나가는 모습은 수도권 자본의 지방 유입을 의미한다. ⓒ제미나이
연말 쏠림과 과열 경쟁 우려…제도 보완 통한 지속성 확보
성공적인 안착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연말 기부 집중 현상이다. 2025년 12월 한 달간 모금된 금액은 771억7000만원이다. 이는 연간 총액의 50.9%에 달한다.
2023년 40.1%와 2024년 49.4%에 이어 매년 집중도가 심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로 인해 연말마다 지자체 간 과도한 홍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답례품 노출을 늘리기 위해 불법 매크로를 사용하거나 실적 달성을 위해 무리한 기부 권유가 발생하는 등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6년부터 민간 플랫폼 서비스를 기존 9개사에서 15개사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형 포털이나 직장인 연말정산 지원 기업 등으로 접점을 넓혀 기부 편의성을 높이고, 현재 개인으로 한정된 기부 주체를 법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지자체와 협력해 상시적인 답례품 품질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선정 심사를 내실화해 연말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질 좋은 제품이 제공되도록 할 방침이다.
박유정 행정안전부 균형발전진흥과장은 “지난 3년간 모든 지역에서 모금액과 건수가 증가하며 제도가 안착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민이 보내준 1515억원의 소중한 기부금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기부금이 지역 주민의 복리 증진과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해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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