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아닌 '목적'된 지배구조 개선?
소액주주 보호·장기성장 함께 고려해야
오너십, 장기적 관점서 '긍정적 요인'
與 "추가 법개정 부담…지켜보며 가야"
정부·여당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제도 개선 및 법 개정을 거듭해 온 가운데 방향성과 속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정부·여당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제도 개선 및 법 개정을 거듭해 온 가운데 방향성과 속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에 따른 공급망 재편 등의 여파로 국가 전략산업 보호·육성이 중요해진 만큼, 단기 재무성과와 주주환원에 초점을 맞춘 접근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주주권 강화로 포장된 투기적 행동주의
기업 장기투자·경영에 부담줘선 안돼"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최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관한 세미나에서 "지배구조 개선은 기업을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성장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며 "한국에선 어느 순간부터 글로벌 스탠다드, 영미식 모델을 얼마나 잘 흉내내느냐, 그 자체가 목적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산업 구조, 기업 역사, 노동문화, 금융·사법 시스템이 다른데 미국 시스템을 정답인양 베끼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라며 "우리 맥락에 부합하는 모델을 다시 설계하고 생각해 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지배구조 논의가 여전히 단기 재무성과와 주주환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물론 대다수 한국 상장사들은 문제가 많기 때문에 중요하다. 하지만 공급망을 안정시키고 기술주권을 지키며 10년 넘게 이어질 장기투자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 지배구조는 어떠해야 하는지, 질문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략적 자율성을 보장받은 기업이 정부와 책임 있는 공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장기투자 및 장기 리스크 대응력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류 대표는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행동주의가 주주권 강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기업 장기투자와 경영에 부담을 주는 방식은 우리 기업·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반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개최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 총회장으로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국민연금 직접적 행동주의에 '물음표'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측면에서 '국민연금 행동주의'도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미즈노 히로미치 전 일본 공적연금(GPIF)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국민연금의 직접적인 행동주의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어떤 공동의 이해관계를 찾아가도록 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미즈노 전 CIO는 '보편적 소유자' 개념을 도입해 GPIF를 운용했다며 "소수나 나만의 단기적인 포트폴리오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수익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철학을 도입했고, 그런 측면에서 기업 지배구조를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주는 소액주주 권리 강화도 중요하지만, 장기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오너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즈노 전 CIO는 "뉴욕 증권거래소를 보면 투자자의 주식 보유 기간이 평균 두 달밖에 안 된다"며 "어떤 장기적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겠나. 핵심 오너가 있는 것 자체가 항상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한국 특유의 '가문 지배구조'를 문제 삼는 경우가 많지만, 강력한 오너십이 구축돼 있다는 것은 기업의 장기적 의사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너 일가가 소액주주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주인의식이 없는 자금은 단기적 시야에 매몰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균형점을 찾도록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기형 "지켜보면서 가야 되는 것 아닌가"
관련 우려를 반영하듯 여당은 3차 상법개정 이후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은 "여전히 법 개정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좀 조심스럽다"며 "사회적 저항도 많을뿐더러 법 개정 효과가 반드시 나올 것인지, 지켜보면서 가야 되는 것 아닌가(한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일본처럼 연성규범을 만들고 연성규범이 실질화되는 사례를 많이 만들어 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경영진도 그런 걸(노력을) 해야 되지만 기관 투자자, 장기 투자자들이 그런 활동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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