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유죄로 확정
스타머 英 총리 구명 노력도 ‘허사’
2020년 6월 ‘홍콩 민주화 운동가’ 지미라이가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운동가’이자 유명 패션 브랜드 지오다노 창업자인 지미 라이(78·黎智英) 전 빈과일보(蘋果日報·Apple Daily, 2021년 폐간) 발행인에게 외국 세력과의 공모 및 선동 혐의 등 3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미국과 중국 간의 외교 갈등에 또다른 돌출 악재로 떠올랐다.
9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웨스트카오룽(西九龍) 법원은 9일 오전 라이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앞서 종심법원이 유죄로 판단한 국보법상 외국 세력과의 공모 및 선동 등 3가지 혐의를 토대로 20년을 확정했다.
라이는 2025년 12월 홍콩 종심법원(대법원 해당)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됐고, 그동안 형량을 얼마로 할 것인지를 두고 법원 내부에서 심리가 이어졌다. 그가 받고 있는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감안할 때 최소 징역 10년부터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날 재판부가 선택한 징역 20년은 절충안으로 해석되지만, 1947년 12월생인 라이가 고령이란 점을 감안하면 종신형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본토에서 태어난 지미 라이는 12살에 홍콩에 밀입국했다. 장갑 공장 노동자로 일하며 의류 산업에 관심을 가졌고, 1981년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를 창업했다.
1989년 베이징 톈안먼광장 유혈 진압 이후 시위를 지지하는 티셔츠를 제작하며 민주화 운동을 시작했다. 1995년에는 빈과일보를 창간, 중국과 홍콩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라이는 홍콩의 대표적 민주화 운동가로 2014년 ‘우산 혁명’과 2019∼2020년 대규모 반중 시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우산 혁명은 중국 정부에 홍콩 행정장관(행정부 수반) 선거의 완전 직선제를 요구하며 일어난 민주화 시위다. 그 뒤 2019년 중국 정부가 홍콩 국보법을 제정해 민주화 운동을 강압적으로 억누르려 하자 이듬해인 2020년까지 반대 시위가 홍콩을 휩쓸었다.
이 국보법은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개 범죄에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홍콩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라이는 2019년 홍콩 시위 정국에서 세계 각국에 있는 지인들을 상대로 “중국과 홍콩 정부 및 관료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았다.
1995년 그가 창간한 빈과일보를 통해 홍콩 시민들의 거리 시위 그리고 홍콩 정부를 겨냥한 반발을 선동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2020년 라이를 국보법 위반 혐의로 전격 구속한 뒤 재판에 넘겼다. 홍콩 정부가 직접 선임한 판사 3명은 “라이가 세 가지 공모 혐의 모두의 배후 주모자였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더 무거운 형을 받을 만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라이가 중국에 대한 원한과 증오를 품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판사들은 라이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고위 인사들을 만나고 트럼프 본인과의 면담을 시도한 것을 외세와의 공모 증거로 지목했다. 이들 로비 활동 상당수는 국가보안법 제정 이전에 이뤄졌다. 재판부는 또 라이가 빈과일보를 통해 중국과 홍콩에 대한 국제 제재를 촉구했다고 결론지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지난 10월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양국 관계와 중국의 대외 이미지 등을 언급하며 지미 라이의 석방을 요구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지난 1월 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 기회를 활용해 영국 시민인 라이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진핑은 중국의 권력 분립과 사법부 독립 등 원칙을 들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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