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여부 기억하겠다"…파병 '충성도 지표'로 치환
다카이치 미국행…미일 정상회담이 결정적 분수령
日 안보 기여안 따라 한국 압박 더 거세질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미 플로리다주 도랄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도랄 마이애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손가락으로 취재진을 지목하며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에너지 수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지렛대 삼아 한국을 향한 안보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군함을 보내라"며 파병을 종용하다가도 돌연 "도움 따위 필요 없다"며 동맹 무용론을 펴는 등 종횡무진 행보로 동맹국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모양새다. 특히 주한미군 규모를 실제보다 대폭 부풀려 언급하며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재점화하는 등, 파병 압박 이면에 숨겨진 '안보 청구서'의 단가를 높이려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18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자신의 파병 요구에 대한 동맹국들의 미온적 태도에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대부분의 나토(NATO) 동맹국으로부터 중동의 테러 정권인 이란에 대한 우리의 군사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이 국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매년 수천억 달러를 지출하고 나토는 항상 일방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우리는 그들을 보호하지만, 그들은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우리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실망감을 표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이상 나토 국가들의 지원을 '필요'로 하지도, 원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애초 그런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일본, 호주, 혹은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행히도 우리는 이란의 군사력을 궤멸시켰다"며 "해군·공군·대공포와 레이더는 물론이고,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상 모든 지도자들이 사라져 다시는 우리와 우리의 중동 동맹국 혹은 세계를 위협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국은 물론 패권 경쟁국인 중국을 향해서도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압박하다가, 끝내 무용론까지 꺼내들었다. 나토를 공개적으로 성토한 점을 고려하면, 파병 요구 대상에 포함된 국가 범위에 나토 회원국도 추가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대한 보복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일본·중국·영국·프랑스에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등 호위 임무를 위한 군함 파견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15일(현지시간) 전용기 에어포스원 약식 기자회견에서는 파병 요구 대상 국가 당초 알려진 5개국에서 2곳이 늘어난 7개국이라고 밝혔다. 그는 추가된 2개국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이들의 참여 여부를 기억하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남겼다.
이어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정조준하며 압박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그는 한국의 안보 기여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주한미군 규모를 부풀려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일본에 4만5000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에도 4만5천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독일에도 4만5000에서 5만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각국의 미군 주둔 규모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주일미군 5만명,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주독미군은 3만5000명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 모든 나라들을 방어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우리가 '기뢰 제거함이 있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글쎄, 우리는 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러한 '온·냉탕' 행보는 트럼프 특유의 거래의 기술이 극단적으로 발현된 사례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파병 요구를 단순한 군사적 협력이 아닌, 동맹국의 충성도를 확인하는 테스트 성격이란 관측도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 공동 대응을 강조해온 기조와는 다소 달라진 입장을 보이면서, 향후 한국을 상대로 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보편적 관세 부과 등 통상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안보 부채'를 근거로 한 비용 분담 논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미국의 파병 압박과 관련해 공식 요청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구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요청이 아직 진행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강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어 즉각 답변을 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시점인 것 같다"며 이 같이 답했다.
이런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현지시간 19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파병 요구가 제기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처음으로 마주하는 자리다. 일본이 미국 측이 만족할 만한 안보 기여 방안을 제시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수위는 한국을 향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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