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출한 獨 보쉬, 직영 대신 현지 사업자 하츠와 협업
하츠, 후드 1위서 '주방 솔루션'으로, 공간 단위 경쟁 합류
하츠-보쉬 협업, 유통 넘어 프리미엄 주방 전략 확장 취지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위치한 보쉬-하츠 쇼룸ⓒ하츠
국내 주방 후드·빌트인 가전 시장의 강자인 하츠가 글로벌 가전 브랜드 보쉬(BOSCH)와 손잡고 국내 첫 보쉬 가전 쇼룸을 열었다. 표면적으로는 딜러십 계약 이후 이어지는 브랜드 전시 공간 개설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를 단순한 유통 확대가 아닌 하츠의 주방가전 전략 전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후드 제조사에서 '주방 솔루션' 사업자로
하츠는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위치한 보쉬 쇼룸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보쉬 브랜드와 주요 가전 제품을 소개하는 한편, 한국 시장 내 협업 방향을 공유했다. 지난해 보쉬와 딜러십 계약을 체결한 이후 보쉬 가전의 국내 브랜드 경험 확대를 지원해 온 하츠가 직접 운영을 맡은 공간이다.
하츠는 그동안 레인지후드를 중심으로 건설 특판과 빌트인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해왔다. 주방의 필수 설비를 공급하는 제조사로서의 위상이 강했다면, 이번 보쉬 쇼룸 개장은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을 주방 공간 안에서 통합적으로 구현하는 주체로 한 단계 포지션을 넓히려는 시도로 읽힌다.
후드·쿡탑 등 개별 제품 경쟁에서 벗어나, 주방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설계하고 제안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이동하는 상황에서 하츠 역시 기존의 역할 정의를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쉬의 선택, '한국형 체험 전략'
보쉬의 한국 시장 전략에서도 하츠와의 협업은 의미가 크다. 보쉬는 유럽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해왔지만,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도하는 시장 구조 속에서 가전 브랜드로서의 존재감은 제한적이었다. 이에 따라 보쉬는 단순 판매 확대보다는, 한국 주거 환경에 맞춘 체험형 쇼룸을 통해 브랜드 인지와 신뢰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빌트인 가전 특성상 소비자는 제품 성능뿐 아니라 설치 방식, 주방 동선과의 조화, 실제 사용 경험을 중시한다. 실제 가전 시장의 경쟁 구도도 변화하고 있다. 단일 제품의 성능 경쟁에서 벗어나, 주방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설계하는 '공간 단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방 가전이 개별 제품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제안되면서, 설계·시공·유지관리 역량을 동시에 갖춘 사업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츠가 보쉬와의 협업을 선택한 배경도 이 지점에 맞닿아 있다.
한정민 하츠 상무가 10일 서울 논현로에서 열린 보쉬 쇼룸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임채현 기자
직영 아닌 하츠 택한 배경은
보쉬는 독일 엔지니어링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글로벌 신뢰를 쌓아온 브랜드이나 한국 시장에서는 공구 브랜드 이미지가 강해, 가전 사업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보쉬 입장에서도 한국 주거 환경과 소비자 특성을 이해하고, 안정적인 시공·AS 인프라를 갖춘 현지 파트너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에릭 보쉬 홈 어플라이언스 시니어 매니저는 "한국은 아시아 시장은 물론 글로벌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벤치마킹 시장"이라며 "주방이 집의 중심 공간으로 바뀌면서, 가전에 대한 기대 수준도 성능을 넘어 공간 조화와 디자인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쉬는 유럽 빌트인 브랜드로서 한국 주방의 개방적 구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설계돼 왔다"고 덧붙였다.
진용균 하츠 전무는 "보쉬가 현지에서는 대중성과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지만, 한국에서는 공구 이미지가 강해 가전 시장 진출에 대한 부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츠의 내수 유통망과 B2B·B2C 채널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도 보쉬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타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차별점은 '현지 밀착'
이러한 접근은 독일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밀레(Miele)가 밀레코리아를 통해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해 온 방식과도 대비된다. 밀레가 철저히 하이엔드 중심의 니치 전략을 취해왔다면, 보쉬는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유연한 가격대와 폭넓은 제품군으로 시장 저변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보쉬는 한국 시장 진출 방식 자체를 차별화 포인트로 보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단독 진출보다는, 국내 주거 환경과 유통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이 보다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판단이다. 주방 구조와 시공 방식, 소비자 기대 수준이 빠르게 변하는 한국 시장 특성을 고려한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보쉬 관계자는 "주방은 단순히 가전을 배치하는 공간이 아니라 설계·시공·사용 경험이 함께 완성되는 영역"이라며 "하츠는 전국 단위 유통망과 시공·AS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보쉬가 한국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가전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재건축 등 고급 주거 시장 공략
하츠와 보쉬는 재건축·재개발을 중심으로 한 고급 주거 시장을 우선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일반 분양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프리미엄 주거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최근 국내 건설 경기와 내수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기라는 질문과 관련해 보쉬 측은 "경기 상황이 좋을 때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진출해 시장 기반을 다지는 쪽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하츠는 이번 쇼룸을 시작으로, 보쉬 가전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주방 패키지 제안과 시공 연계 전략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쉬 역시 하츠의 전국 유통망과 시공·AS 인프라를 활용해 한국 시장에 보다 안정적으로 안착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성식 하츠 대표이사는 "보쉬 쇼룸 오픈은 하츠가 추구해 온 기술 신뢰와 프리미엄 가치가 하나의 공간으로 구현된 사례"라며 "보쉬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소비자에게 보다 정제된 프리미엄 가전 경험을 제안하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시장 내 입지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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