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조 재무장 폴란드…K-방산, '기술 이전' 요구에 새 국면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2.19 12:03  수정 2026.02.19 12:04

무기 구매에 기술 이전·공급망 적극 참여 요구 공식화

EU 세이프 프로그램 맞물려 현지 생산 필수 조건 부상

K9 3차 계약도 현지화 두고 협상...동유럽 거점 전략 가속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군사 박물관에서 열린 '천무 3차 실행계약 체결식‘에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왼쪽 네번째)이 코시니악 카미슈 폴란드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파베우 베이다 폴란드 국방부 차관, (왼쪽 다섯째부터)아르투르 쿱텔 폴란드 군비청장, 이용철 방사청장, 피오트르 보이첵WB그룹 회장, 원종대 국방부 자원관리실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폴란드가 향후 5년간 약 406조원을 국방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K-방산의 폴란드 전략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 전차와 자주포를 대거 도입해온 핵심 수입국마저 기술 이전과 공급망 참여를 무기 계약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서다.


1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단순 구매국에서 벗어나 자국 방산 산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위기의식이 고조된 데다 유럽 각국이 방산 자립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면서 무기 도입이 산업 육성과 직결되고 있는 것이다.


콘라트 고워타 폴란드 국유자산부 차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단순히 조립라인 유치에 만족하지 않겠다”며 “기술 이전이 필요하고 글로벌 공급망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워타 차관은 과거 미국산 장비를 도입하면서 상호 투자 없이 구매에만 의존했던 방식이 폴란드를 ‘순진한 고객’으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또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와 체코 CSG가 체결한 공동 사업을 언급하며 새 규칙에 따를 준비가 된 나라와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술 협력과 산업 참여를 수용하지 않으면 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최근 폴란드 정부가 PGZ 등 자국 방산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흐름은 유럽연합(EU)의 정책 변화와도 맞물린다. EU는 공동 무기 구매를 지원하는 금융 프로그램 ‘세이프(SAFE)’를 통해 역내 생산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자금을 지원받아 무기를 도입할 경우 부품의 상당 부분을 유럽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유럽 외 공급자에게는 현지 투자와 기술 협력이 사실상의 시장 진입 요건이 된 것이다.


폴란드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4% 이상으로 끌어올린 데 이어 앞으로도 대규모 재무장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워타 차관은 EU 세이프로 확보한 440억 유로(75조4000억원) 이외에도 앞으로 5년간 1조 즈워티(약 406조원)를 국방에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폴란드는 이미 한국 방산의 핵심 고객이다.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K9 자주포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고, 1차 물량은 전량 인도가 완료됐다. 현재 협상 중인 3차 실행 계약 역시 현지 생산 방안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K9 3차 계약과 관련해 현지화 생산을 염두에 두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며 연내 체결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지 거점 구축도 병행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에서 천무 유도탄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이달에는 루마니아에는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생산 공장을 착공했다. 동유럽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 단순 수출을 넘어 유럽 방산 생태계에 편입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로템 역시 PGZ와 협력해 K2 전차 현지 생산 체계를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지 생산 체계가 장기적으로는 락인 효과(고객 잠금 효과)를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에는 기술 이전 부담이 크지만 생산 라인과 부품 공급망이 현지에 정착하면 교체 비용이 높아져 경쟁사의 진입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용 생산 라인과 부품 공급망이 현지에 정착되면서 경쟁 제품의 진입 장벽은 높아지고, 현지 거점을 활용해 유럽 내 천무 시장 점유율 확대가 가능하다”며 “유럽 역내에서 안정적인 유도탄 수급이 가능하다는 점은 신규 도입을 검토 중인 국가들에게 경쟁사 대비 비교 우위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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