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는 명배우 이성민, 그리고 ‘동네 아저씨’ 이성민 [D:PICK]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2.20 10:54  수정 2026.02.20 10:54

'풍향고2'서 반전 매력...'말벌이형' '맵성민' 등 별명도

팬들에 '비닐봉지 역조공' 등 훈훈한 일화로도 관심

배우 이성민의 이름 앞에는 으레 ‘명품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압도하는 완벽주의자적 연기 덕분이다. 그런데 최근 대중과 팬들이 열광하는 이성민의 진짜 매력은 카메라 밖 일상에 있다. 서슬 퍼런 카리스마를 지운 자리에는 푸근하고 허술한 ‘동네 아저씨’가 자리 잡았다.


ⓒ뜬뜬

이성민은 그동안 대중의 뇌리에 강렬한 캐릭터들을 각인시켜 왔다. 드라마 ‘미생’(2014)의 오상식 과장으로 워커홀릭의 끈끈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면, ‘재벌집 막내아들’(2022)의 진양철 회장으로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냉혹함을 뿜어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남산의 부장들’(2020)의 권력자 박통, ‘서울의 봄’(2023)의 원칙주의자인 참모총장 정상호, ‘공작’(2018)의 북한 고위 간부 리명운 등 언제나 극의 무게중심을 잡는 묵직하고 빈틈없는 인물을 연기해 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코믹과 스릴러를 넘나들며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영화 ‘핸섬가이즈’(2024)에서는 거친 외모와 달리 한없이 순박한 재필 역을 맡아 작정하고 망가지는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고, 시리즈 ‘운수 오진 날’(2023)에서는 연쇄살인마를 태우고 극단의 공포에 요동치는 평범하고 순박한 택시기사 오택을 연기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의 최근작 ‘어쩔수가없다’(2025)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면서 청룡영화상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 안에서는 소름 돋을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캐릭터에 동화되지만, 현실 속 이성민은 정반대의 궤적을 그린다. 최근 온라인에서 크게 화제가 된 팬들과의 일화는 극 중 인물들과 180도 다른 그의 소탈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이른바 ‘비닐봉지 역조공’ 사건이다. 이성민은 자신을 찾아온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간식을 선물했는데, 화려한 포장 대신 친숙한 비닐봉지에 담긴 간식을 건넸다. 내용물 역시 고급 브랜드나 팬 굿즈가 아닌,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구매했을 법한 친근한 과자와 간식류로 눈길을 끌었다. 이에 팬들은 “아빠나 드시라”며 재치 있는 멘트를 던지면서 스타와 팬을 넘어선 케미를 보여주며 숏폼 알고리즘을 강타했다.


팬들이 주최한 생일 카페에 예고 없이 등장한 일화도 그의 소탈함을 방증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편안한 동네 산책 차림으로 불쑥 나타나 쑥스러운 듯 대화를 나누고, 팬들에게 진심 가득한 고마움을 전하는 모습은 이성민의 팬들은 물론이고 타 배우의 팬들에게도 감동을 선사했다.


ⓒ뜬뜬

이러한 ‘본캐’의 매력은 최근 유튜브 예능 ‘풍향고2’를 통해 대중적으로 폭발했다. 스마트폰 없이 떠난 아날로그 여행에서 이성민은 노안으로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여행책자를 정독하고, 지도를 보며 직접 길을 찾고, 능숙하지 않은 영어로 호텔을 구하는 등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여행에 임한다. 관광을 다니면서 앞만 보고 직진하면서 ‘말벌이 형’이라는 별명도 얻기도 했다. 무거운 짐을 끌고 진땀을 빼는 모습, 여행 메이트들과 길거리에서 투닥거리는 모습,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허술한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도 여행 내내 톤앤매너를 잃지 않는다. 지석진, 유재석, 양세찬은 물론이고 제작진까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도 이성민의 평소 인품을 짐작할 수 있다.


대중이 이성민의 일상에 열광하는 이유는 본업과 일상의 극명한 대비에서 오는 갭 차이 때문이다. 본업인 연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완벽함을 보여주지만, 무대 뒤에서는 권위 의식 없이 사람 냄새 나는 다정함을 잃지 않는다.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이 든든하게 뒷받침되기에, ‘인간 이성민’의 친근함은 대중에게 더욱 강력한 호감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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