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보다 엔돌핀…'휴민트' 고전 속 '파반느'·'왕사남'이 잡은 정서적 허기 [D:영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2.25 11:16  수정 2026.02.25 11:16

자극적인 장르물 피로도 속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에 관객 응답

지난해 말 방송가를 휩쓸었던 휴머니즘 콘텐츠의 신선한 역습이 올 초 스크린과 OTT 영화계에서 더욱 정교한 흥행 법칙으로 안착했다. 자극적인 '도파민' 서사가 남긴 정서적 허기를 관객들이 '인간적 유대감'으로 채우기 시작하면서다.


ⓒ넷플릭스

지난 20일 공개된 오리지널 영화 '파반느'가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국내 '대한민국 톱10 영화' 차트 1위에 등극했다. 온라인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등 10개 국가에서도 영화 부문 톱10 차트에 진입했다.


추녀 미정(고아성 분) 미남 경록(문상민 분)의 사랑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내세우면서도 둘의 사랑을 단순한 판타지가 아닌 '동정'이라는 지독하게 솔직한 감정에서 출발시킨다.


뿐만 아니라 연인의 갈등과 요한(변요한 분)의 인간적 고민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영화의 흐름은 자극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역설적으로 깊은 해방감을 선사했다는 분석이다.


극장가의 명암도 뚜렷하다. 류승완 감독의 첩보 액션 대작 '휴민트'는 조인성, 박정민, 신세경 등 화려한 캐스팅과 큰 스케일 등의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여성 캐릭터를 소모적으로 다루는 설정 등에 불호 반응이 확산되며 24일까지 누적 관객 약 163만명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인 400만 명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쇼박스

반면 장항준 감독의 사극 '왕과 사는 남자'는 세조와 단종의 이야기를 권력 암투라는 장르적 관성 대신 유배된 단종 이홍위(박지훈 분)과 엄흥도(유해진 분)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 사이의 유대감에 집중하며 24일까지 621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해 나온 드라마 역시 MBC '메리 킬즈 피플', ENA '아이쇼핑' 등 복수, 사회고발, 스릴러 등 자극적인 '사이다' 장르보다 시청자 자신과 닮은 누군가의 결핍과 이해를 다룬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 tvN '미지의 서울' 등이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출연진, 스케일, 자극적인 내용보다 서사의 밀도를 중점적으로 본다는 방증이다.


최근의 흥행 지형도는 보고 나서 여운이 남는 '엔돌핀형' 콘텐츠로 주류가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파반느'와 '왕과 사는 남자'의 공통점 역시 인간의 결핍과 소외를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이를 세련되게 어루만지는 공감 방식이 콘텐츠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되었다. 장르나 스케일보다 내밀한 관계성을 얼마나 밀도 있게 다루느냐가 향후 콘텐츠의 성패를 가를 결정적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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