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법 보류'에 국힘, '사분오열'
"지역에 필수" vs "정치·선거공학" 입장 차
TK 의원들, 26일 논의…3월 3일이 마지노선
'당 분열' 막을 당·원내지도부 움직임에 촉각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무산 위기에 놓인 대구·경북 통합특별법이 국민의힘 내부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통합에 대한 당내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감정 싸움뿐 아니라 탈당 등 정치적 조치까지 거론되면서 갈등은 더 격화되고 있다. 이에 당 지도부가 어떤 해법을 제시해 의견 합의를 이뤄낼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오는 26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대구·경북 의원들과 만나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행정통합에 대한 지역구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로, 이 자리에서 행정통합 찬반에 대한 비밀 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자리가 마련된 이유는 지난 24일 급작스레 대구·경북 행정통합법 통과가 무산되면서다. 이날 여야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함께 처리되기로 했던 대구·경북 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은 보류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충남·대전은 시민 찬성 여론이 높지 않고 대구시의회가 (대구·경북) 통합 추진을 말아 달라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또 법사위원인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대구·경북도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이는 즉각 국민의힘 내전으로 번졌다. 대구 수성갑을 지역구로 둔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지난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 중 누가 대구·경북 통합법에 반대했는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경북 김천을 지역구로 둔 송언석 원내대표는 자신은 민주당 측에 대구·경북 지역 주민 의견을 듣는 절차를 넣어달라고 요청했을 뿐, 반대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주 부의장이 재차 "그게 반대하는 취지 아닌가"라고 따져 묻자, 송 원내대표는 "정치적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설전 끝에 송 원내대표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사의를 표명하는 듯한 거취 관련 발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의 표명'은 해프닝이라는 원내 측의 설명으로 일단락됐다.
대구·경북 통합 관련 논쟁은 25일에도 이어졌다. 주호영 부의장은 이날 유튜브 '만나GO' 채널에 출연해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통화해 TK 의원들의 반대 여론이 줄고 찬성이 압도적이라면 (이번 국회 회기 내) 법안을 처리해주겠다는 답을 받았다"며 "(그럼에도) 당이 끝내 실망스러운 조치를 취한다면 탈당이나 의원직 사퇴까지 고민할 지경"이라고 폭탄 발언을 던지기도 했다.
대구 달서갑의 유영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려면 대구·경북이 분리돼 있는 상태에서는 어떤 해결책도 없다"며 "만약 이번에도 통과되지 않고 미뤄지면 아마도 하세월일 것이다. 답답하고 화가 나서 진정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주호영 국회부의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주 부의장과 유 의원은 모두 6·3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역시 대구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대구 달성군의 추경호 의원 역시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500만 대구·경북 시도민의 염원을 담은 TK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 논의를 조속히 재개하고 하루 속히 통과시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달서을을 지역구로 둔 대구시장 출마자인 윤재옥 의원도 지난 24일 성명서를 내고 "위기 앞에 하나로 뭉쳐 전진할 때 외부의 어떤 정략적 공세도 이겨내고 정당한 권리를 지켜낼 수 있다"며 "시·도민과 한마음으로 결속해 대구경북이 전국에서 가장 지방자치 정신에 걸맞은 특별시로 거듭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경북에서는 통합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나타났다. 현직 지사인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행정통합) 법은 특정 정당의 법이 아니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국가적 책무"라며 "정쟁으로 멈출 시간이 없다. 마지막까지 설득하겠다"고 적었다. 이전과 같이 대구·경북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을 낸 것이다.
경북지사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은 이철우 지사와 반대 의견을 냈다. 최경환 예비후보는 이날 긴급 성명서를 통해 "국회조차 외면한 엉터리 통합"이라며 "이 지사는 시도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불출마하라"고 촉구했다.
이강덕 예비후보도 이날 긴급 성명을 내 "통합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준비해서 하자는 것"이라며 "문제점들을 전면 수정하고 권한이양과 재정지원 등이 제대로 된 행정통합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예비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행정통합의 광풍은 허풍으로 끝났고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문을 읽어보면 애당초부터 행정통합은 가능하지도 않았다"며 "뻔한 결과를 예상치 못하고 그에 부화뇌동해 대구·경북의 행정책임자가 민주적 정당성도 없이 달려드는 현실을 보며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적으며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당내에선 이번 특별법 갈등이 선거공학적인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재명정부가 하고 있는 통합 자체가 졸속이고 정치적으로 그리고 선거공학적으로 활용하는 게 너무 명확하지 않나"라며 "그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주민 투표조차 없이 덥석 받기부터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걸 모를리 없다. 전부 선거에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공은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로 넘어간 상태다. 당장 26일 대구·경북 의원들이 회동해 논의를 시작할테지만, 시간은 촉박한 상황이다. 대구·경북 통합이 이뤄져 6·3지선에서 '통합단체장'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월 3일까지는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합은 너무 중요한 국가지대사다. 이 큰 일을 두고 의원들 사이의 의견을 조율하고 총의를 모아서 불만이 없게 만드는 게 당 지도부나 원내지도부가 할 일"이라며 "이렇게 싸우는 게 결국 민주당이 우리를 갈라치기 한 건데, 지도부가 최대한 얘기를 많이 들어서 민주당에 놀아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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