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사건으로 본 음주운전이 판치는 무서운 나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2.26 07:15  수정 2026.02.26 07:15

김인호 산림청장은 음주운전으로 이재명 정부 고위공직자의 품격을 심각하게 훼손

비극적인 음주운전에 단호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니 비극이 반복

음주에 관대한 사회적 태도를 버리고 솜방망이 처벌을 신속히 개선해야

지난 20일 오후 김인호 전 산림청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신기사거리에서 음주 상태로 차를 몰았다. ⓒ YTN 화면캡처

김인호 전 산림청장은 2월 20일 저녁에 도대체 누구와 얼마나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을까. 김 전 청장은 밤 10시50분쯤 분당 신기사거리 일대에서 음주운전으로 신호를 위반한 뒤 승용차와 버스를 연달아 충돌했다. CCTV 영상을 보니 김 전 청장이 초록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보행자를 칠 뻔한 위험천만한 순간도 포착되었다. 김 전 청장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고위공직자 품격을 확 떨어뜨려 버렸다.


비정상이 고착화되면 사람들은 자극에 무감각해져 그저 그러려니 한다. 비극적인 뉴스가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흥분하지만, 사회 전체가 단호한 교정 기능이 발휘되지 못하니 동일한 비극적 뉴스가 뒤를 잇는다. 매일 뉴스 사회면에 반복해서 올라온다. 대한민국의 음주운전이 바로 그 꼴이다.


51세 김모 씨는 지난해 11월 밤 남양주시에서 면허정지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75%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오토바이 옆을 쳤다. 김 씨는 차를 몰고 달아났고, 45세 A씨와 아들 B군이 탄 또 다른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2차 사고를 냈다. A씨의 오토바이는 튕겨 나갔고 A씨는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문제는 김 씨가 과거에도 두 차례나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은 상습범이라는 점이다.


의정부지법은 고작 징역 6년을 선고하면서 “다만 재범 위험성, 범행은 모두 인정한 점, 1인을 제외한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두 번의 음주운전 경력에 대한 판사의 인식이 궁금했다. 그가 6년 후 출소하여 다시 음주운전을 할 가능성이 있다. 누군가 다시 길거리에서 ‘봉변 살인’을 당할 가능성을 국가가 보장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음주운전은 국민 모두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대기자’로 만든다. 이 문제를 방치하면 대한민국의 망조(亡兆)는 분명해진다. 그런데도 정치지도자든, 식자층이든 “이번에는 반드시 0%로 근절시켜야 한다”며 흥분하는 기색이 없다. 다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법에 따라 차분하게 대응하면 된다는 입장이고, 법정에서는 음주 상태에 대해 ‘심신미약’ 등의 이유를 들어 오히려 온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저질렀다는 이유로 감형(減刑)을 해주는 해괴함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2016년 인천 청라지구에서 만취 상태로 차량을 몰다가 신호대기 중인 차를 들이받아 일가족 4명을 숨지게 한 운전자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사실 요즘엔 10여 년 전의 학폭까지 샅샅이 뒤져 국가대표 선발은 물론, 대학 입학에서도 불이익을 주는 상황이다. 직장에서는 한두 번의 폭언만 해도 직장 괴롭힘으로 간주하여 상당한 불이익을 준다. 도박을 저지른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비난도 뜨겁다. 모두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가 분명하다.


그러나 음주운전은 학폭, 괴롭힘, 도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직접적이고 신속하게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준다. 술에 취해 몇 톤에 이르는 대형 강철 구조물을 도로에서 고속으로 이리저리 휘젓고 다니는 행위는 국가가 ‘어느 정도 사정을 봐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무조건 절대 봐주어서는 안 되는 살인 행위’다.


지난 20일 오후 김인호 전 산림청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신기사거리에서 음주 상태로 차를 몰았다.ⓒ YTN 화면캡처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아는가. 허점이나 문제점을 방치하면, 사람들이 우습게 알고 마구 행동한다는 이론이다.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짐바르도 교수의 실험을 보자. 2대의 중고차를 슬럼가 골목에 세우고 모두 보닛을 열어 뒀다. 1대는 정상적인 차이고, 다른 1대는 유리창을 약간 깨뜨려 놨다. 일주일 뒤 두 자동차의 모습을 관찰했다. 정상적인 차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반대로 유리창을 조금 깨뜨려 놨던 차는 거의 폐차 수준이 되었다. 유리창은 전부 깨지고 배터리는 없어졌고 타이어는 낙서투성이였다.


“음주운전도 그저 일반 사법처리 기준으로 다루면 되지”라고 생각하면 바로 이런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경험할 수 있다. 음주운전이 우리나라에서 법의 사각지대가 될 정도로 심각하게 된 데는 △음주운전은 범죄 의도가 없이 술 때문에 심신 미약이 온 것이므로 이를 참작하여 처벌 수준을 감안해야 한다는 인식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한두 잔 정도는 술을 마신 채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는 분위기 △수많은 정치인이나 지도층 인사들이 음주운전을 하고도 멀쩡하게 자기 일을 잘하고 있으므로 그게 뭐 그리 대수냐는 판단 등이 작용하고 있다.


일본경찰청과 한국경찰청의 자료를 대비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의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7만 1279건이었지만, 일본은 1만 1579건에 불과했다. 한국이 6.16배 더 많았다. 차량 1만대 당으로 환산하면 한국은 5.61건, 일본은 0.28건으로 한국이 약 20배 더 많았다.


일본도 음주운전이 심각한 사회문제였지만 2000년대 초반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고 한다. 1999년 음주운전 트럭이 가족여행 중인 승용차를 추돌해 어린 자매가 숨졌는데, 당시 운전자의 형량은 4년에 불과해 논란이 일었다. 일본은 2001년 형법에 ‘위험운전 치사상죄’를 신설하면서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사망에 이르게 하면 1년 이상 20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법을 강화했다. 2002년에는 음주운전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낮췄다. 2007년에는 동승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도 신설했다.


지난해 11월 한류 팬인 일본인 관광객 모녀가 동대문역 부근에서 만취 차량에 치여 50대 어머니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당시 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음주운전 처벌 수위가 일본보다 너무 낮다”라고 지적하면서 우리나라는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물론 우리 당국도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18년 가을 해운대에서 만취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휴가를 나왔던 군인 윤창호 씨를 죽게 했다. 당시 다시는 제2의 윤창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고, 결국 ‘윤창호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대법원 등에 의해 ‘과거 범행 후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고려하지 않아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라는 취지로 적지 않은 세부 규정이 효력을 잃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심각한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음주운전은 계속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25년 알코올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2023년에 성인의 연간 음주운전 경험률은 2.1%를 기록, 10년 전에 비해 10.5%포인트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이 솔직하다. “믿을 수 있는 통계인가. 단속을 많이 안한 건 아닌지. 단속 횟수도 비교 좀 해라.” “수치상으로 떨어지는 게 뭐가 중헌디? 걸리지 않으니 그런 거고. 산림청장처럼 아직도 2.1%가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 음주에 의한 건 어떤 짓을 하든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봄.” “음주운전은 살인미수, 음주운전 사망 사고는 묻지 마 특수살인으로 처벌해야 함.” 등등.


이제 음주운전 문제는 단순히 개인이나 집단의 인식 변화에 기대를 걸 상황은 지난 것 같다. 선진국 사례처럼 상습 음주 운전자에게는 알코올 감지 장치를 차량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거나, 운전면허 재취득을 일정 기간 금지하는 등 다양하고 혁신적인 제도가 필요하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문철 변호사는 “음주운전 사망 사고의 경우 현재보다 최소 5배 이상의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음주운전은 ‘묻지 마 살인’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대형 사고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당국의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대응을 요망한다.

글/ 최홍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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