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대출,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 정비사업 동력 약화
2031년 31만가구 착공 위해 사업 속도 제고 방안 마련
주택진흥기금 500억 확보…정비사업 3곳 이내 이주비 융자지원
ⓒ서울시
서울시가 정부 규제로 위축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했다. 앞당길 수 있는 사업은 최대한 앞당겨 조기 착공에 들어가고 이주비 문제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한 곳은 5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속도를 끌어올린단 방침이다.
서울시는 26일 시청 본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8만5000가구 신속착공 발표회’에서 이같은 방안을 밝히고 올해부터 2028년까지 착공 가능한 85개 구역의 명단과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했다.
이는 서울시가 목표한 2031년 31만가구 착공 목표 달성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후속 조치다.
이 날 행사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주택 공급을 저해한다며 실행력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실제가 불분명한 계획으로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며 “공급은 선언이 아닌 실행으로 증명해야 하며 (그런 점에서) 서울시는 (정부와) 다르게 가겠다”고 강조했다.
시는 당초 목표였던 7만9000가구 대비 6000가구 늘어난 8만5000가구를 향후 3년 내 조기 착공한단 방침이다. 지난 5개월 간 세밀한 공정 점검을 거쳐 62개 구역의 착공 시기는 최대 1년 앞당겼다.
이에 따라 오는 2029년 이후 착공 예정이던 물량들 가운데 일부는 2028년 착공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올해 착공 물량 역시 기존 2만3000가구에서 3만가구로 상향됐다. 대표적으로 용산구 한남3구역, 은평구 갈현1구역, 노원구 백사마을, 서초구 방배13구역, 동작구 흑석11구역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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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이문4구역, 한남2구역, 개포주공5단지, 신반포16차 등이 착공 목표 물량으로 잡혔으며 2028년에는 개포주공 6·7단지, 청량리6구역, 노량진3구역, 잠실우성4차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방안에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비롯해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동작·동대문구 등 한강벨트 지역, 서울 핵심입지 물량이 대거 포함됐단 점이 특징이다.
올해 착공물량 2.3만→3만가구 상향 조정
강남3구·마용성 등 핵심입지 물량 대거 포함
신규 규제 지역,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한시적 완화 건의
정부와 협력 절실한데…국토부는 ‘묵묵부답’
사업 속도 제고를 위한 ‘신속착공 6종 패키지’도 즉각 도입한다. 패키지에는 ▲전자총회 활성화 및 비용 전액 보조 ▲이주개시 조합의 해체계획서 작성시 전문가 투입 자문 지원 ▲구조심의 및 굴토심의 통합심의 ▲이주·해체·착공 단계별 기한 공사표준계약서에 명확히 규정 ▲착공 전 공사변경 계약 컨설팅 및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공사비 증액 검증 선제 이행 ▲'정비사업 공정관리 캘린더' 앱 개발·배포 등이 담겼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이주비 조달이 어려운 사업장은 서울시가 500억원 규모의 주택진흥기금을 편성해 융자 지원하기로 했다. 금리는 연 4~5%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융자 접수는 3월부터 시작해 5월 내 집행될 예정으로 시는 3곳 정도 시범적으로 추진한 뒤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간단 계획이다.
최진석 서울시 주택실장은 “이주비는 기본적으로 민간의 영역이지만 규제로 인해 아주 다급한 상황에 처한 곳들은 시가 적은 금액으로라도 돕겠다는 취지”라며 “도정법에 이미 2009년 조합 융자 지원 규정이 마련돼 있어 법에 근거해 조합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정부에 지속적인 규제 완화를 건의한단 계획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신규 규제지역으로 묶인 117개 구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분담금 부담과 실거주 목적의 주거 이전 제약 등 127건의 고충 사례가 확인됐다.
시는 노후 주거지 정비가 시급한 구역에 대해선 조합원 지위 양도를 3년 간 한시적으로 완화해 줄 것을 정부에 지속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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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특히 10·15 대책 이후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걸린 구역이 기존 42곳에서 159곳으로 급증했다며 전향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그는 “조합원 지위 양도마저 막는다면 이는 투기 억제를 넘어 삶의 선택권을 옥죄는 규제가 된다”고 꼬집었다.
이 날 행사에서 발표한 서울시의 목표 달성을 위해선 정부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 규제 완화가 전제되지 않은 이상 이번에 계획한 물량이 제때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최진석 실장은 “여러 현장 상황을 계속해서 국토교통부에 전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수 차례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틀 속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한 상황이어서 서울시가 직접 나서보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년 내 8만5000가구 착공 역시 정부의 규제 완화가 전제 돼야 한다”며 “현 상황이 그대로 유지되면 아무래도 (정비사업 추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전달하며 시장을 모니터링해 나가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85개 핵심공급 전략사업 조합장이 참석해 이주비 대출과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 정부 규제로 인한 정비사업 애로사항을 담아 서울시에 탄원서로 제출했다.
이들은 “6·27, 10·15 대책으로 정비사업 현장은 대책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정부는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지만 주민들을 투기꾼으로 취급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하루라도 빨리 안정적인 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하도록 서울시가 끈을 놓지 말고 정부와 계속해서 소통해 주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세훈 시장은 “예산 계획을 조정해서라도 주택진흥기금 500억원을 확보하고 필요시 추가 확대해 나가겠다”며 “정부와도 끝까지 협의해 정책에 반영되도록 규제 완화를 강력히 요청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 채의 주택은 한 가정의 미래”라며 “막중한 책임감으로 공급의 물길을 다시 열고 현장에서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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