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3연타 이어 상속·증여세 개정까지…재계, 압박 입법에 신음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6.02.26 11:27  수정 2026.02.26 14:11

與, 소액주주 권한 확대·자사주 소각 의무화 골자 상법

세 차례 걸쳐 개정 하자마자 '주가 누르기 방지법' 추진

상속·증여세 손질 예고에 "기업 승계 어려워질 것" 우려

"최대주주 지분율 낮아져 적대적 M&A 위험 커질 수도"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재계와 야당의 반대에도 여당이 1·2·3차 상법 개정안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데 이어, 후속 입법으로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면서, 기업 경영 환경을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26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은 소액주주 권한 확대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담은 상법을 세 차례에 걸쳐 개정한 뒤, 상속·증여세법 개정안까지 추진한다. 재계는 이같은 입법 흐름이 이어질 경우 경영권 방어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기업 승계 방식 전반을 다시 짜야하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여권은 자본시장 정상화와 조세 형평성 강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국회는 최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상법을 손질했다. 1·2차 개정은 소액주주 권리 강화에 방점을 두고 이사회 책임과 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됐고, 3차 개정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담아 기업의 자사주 운용 여지를 제도적으로 좁혔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기업이 보유 자사주를 활용해 의결권 구조에 영향을 주거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삼아 온 관행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여당은 이를 '증시 부양 입법'으로 규정하며 일반주주 보호와 시장 신뢰 제고 효과를 강조해 왔다.


여기에 더해 추진되는 '주가 누르기 방지법'은 상속·증여세법을 고쳐 대주주 보유 상장주식의 평가·과세 기준을 손질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 제도는 상속 개시일(또는 증여일) 전후 일정 기간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세액을 산정한다는 점에서, 세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상속·증여 시점에 주가가 주당 순자산(장부가치) 대비 과도하게 낮을 경우 과세 기준을 시가 대신 순자산가치에 연동하도록 설계했다. 구체적으로는 상장주식의 주가가 '주당 순자산 장부가치'의 80%에 못 미치면, 과세표준을 '순자산 가치의 80%'로 잡는 방식이다. 이 기준이 적용되면 단순 평균 주가 방식과 달리, 대주주가 주가를 낮게 유지하더라도 세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논란이 만만치 않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주가와 달리, 토지·건물·설비 등 자산의 장부가치는 평가 기준과 회계 처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과세 기준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기업 승계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상속세 수준을 둘러싼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상속·유산세(또는 유사 과세)를 부과하는 OECD 국가는 24개국이며, 나머지 14개국은 상속·유산세를 두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최고세율(50%)에 더해 상장사의 최대주주 할증이 적용될 경우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그럼에도 여권의 드라이브는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X(옛 트위터)에 '주가 누르기 방지법'을 거론하며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고 후속 과제 추진 의지를 밝혔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주가 누르기 방지법,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스튜어드십 코드 확대 등 남은 자본시장 개혁을 통해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재계는 연속된 입법이 지배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상속·증여세 부담이 커질 경우 대주주나 후계자가 세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생기고, 그 결과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지면 지분이 분산된 상장사에서 적대적 M&A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논리다.


재계의 관계자는 "연속된 상법 개정으로 경영 자율성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상속·증여세 부담까지 늘어나면 장기 투자와 고용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가와 순자산가치를 연동해 과세 하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은 기업의 자산 구조나 업종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방어적 경영에 치중하고 신규 투자나 인수합병 전략을 보수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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