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이 2017년 1월 18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AP/뉴시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로런스 서머스(71) 전 미국 재무부 장관이 하버드대 교수직에서 물러난다. 사망한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과 긴밀히 교류했다는 증거가 여럿 드러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교수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휴직 상태인 서머스 전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번 학기 종료(5월 말) 후 하버드대 교수직에서 은퇴하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50년 간 하버드대에서 함께한 수천 명의 학생·동료들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식적인 책임에서 벗어나 명예총장이자 은퇴교수로서 앞으로 다양한 글로벌 경제 현안에 대해 연구와 분석, 논평 활동에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은퇴의 직접적인 계기는 ‘엡스타인 문건’이다. 법무부와 미 의회가 최근 공개한 수백만 쪽 분량의 엡스틴 수사자료에는 서머스의 이름이 여럿 등장한다. 문건에 따르면 서머스 전 장관은 2008년 엡스타인이 성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그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으며, 그에게 불륜 관련 연애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엡스타인이 2019년 체포되기 직전까지 활발히 교류했다. 다만 서머스가 엡스타인과 함께 성매매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하버드대가 조사에 착수하자 서머스는 지난해 11월 휴직을 신청했고, 인공지능(AI) 기업 오픈AI 이사회에서도 사임했다. 당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등 다양한 단체가 그와의 절연을 선언했고, 뉴욕타임스(NYT)도 기고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머스는 당시 자신의 행동에 대해 "깊이 부끄럽다"며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공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머스의 사임이 “학계·정계·금융계를 오가며 최고위직 자리를 지켜온 인물의 극적인 추락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서머스는 1954년 코네티컷주 유대인 집안에서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 교수인 로버트 서머스(아버지)와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인 아니타 서머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특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삼촌 폴 새뮤얼슨, 외삼촌 케네스 애로와 토론을 벌이며 자랐다. 어릴 적부터 천재성을 발휘한 그는 16세 때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에 조기 입학했고 27세에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하버드대 사상 최연소로 종신교수로 임명된 뒤 40년 넘게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1년부터 5년간 총장직을 지냈다.
빌 클린턴 정부 재무장관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정부 땐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2001년엔 하버드대 총장에 올랐으나 "선천적 성별 차이 때문에 여성이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발언한 뒤 논란이 일면서 2006년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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