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2라운드'…차남 임종훈 '키맨'으로 부상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2.27 14:45  수정 2026.02.27 15:11

신동국,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30% 확보하며 독자 행보

4자 연합 내부 균열 가시화…송 회장 측 지분 확보가 관건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지난해 소강상태였던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2차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지분을 확대해 독자적인 지배 기반을 구축하면서, 1차 경영권 분쟁 당시 ‘모녀’와 대립했던 ‘형제’ 중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경영권 향배를 가를 ‘키맨’으로 부상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국 회장은 최근 한미사이언스 지분 6.45%를 추가 매수하며 개인 지분 22.88%를 확보했다. 여기에 개인 회사인 한양정밀 지분 6.95%를 더하면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총 29.83%로 늘어나게 된다.


2024년 경영권 분쟁에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측에 섰던 신 회장이 독자적인 지배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신 회장의 영향력이 확대됨에 따라 송 회장 체제 하에서 영입된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와의 대립각도 부각되고 있다. 앞서 박 대표는 신 회장의 부당한 경영 간섭과 성추행 가해 임원 비호 의혹 등을 공론화하며 대주주의 부적절한 경영 개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 회장은 이에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 대표가 연임을 부탁하러 찾아온 과정에서 (성추행 임원 비호 녹취가) 예고 없이 이뤄졌다”며 “녹취가 이뤄진 대화는 이미 해당 임원이 퇴사한 지 열흘이나 지난 뒤였으며, 이 대화 중 특정 부분만 끊어 조사 과정에서 압박을 넣은 것처럼 기사화 돼 유감”이라고 공세를 강화했다.


양측간 대립은 이른바 '4자 회동'으로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26일 한미약품 본사에서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 회장, 라데팡스 김남규 대표등 4자 연합이 전격 회동했다. 업계에서는 이 자리에서 박 대표의 거취와 내달 주총에서의 연임 찬반 여부가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추가 입장문을 낼 것으로 보였던 박 대표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도 송 회장과 신 회장 측 사이의 내부적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다만 이번 4자 회동이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일시적인 행보일 뿐, 대주주 간의 근본적인 갈등이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신 회장이 보유한 지분 규모가 한미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좌우할 정도로 커진 상태에서 모녀 측도 더 이상 신 회장을 우군으로 신뢰하지 않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문경영인인 박 대표의 행보가 사실상 모녀 측과 신 회장 사이의 내부 균열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양측의 관계 악화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져 왔다. 이번 갈등은 그간 쌓여온 모녀 측의 불신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모녀 측과 형제 측 경영권 분쟁 당시 신 회장은 송 회장, 임 부회장, 라데팡스와 4자 연합을 이뤄 형제 측을 꺾은 바 있다. 당시 이들은 지분 매각 시 사전 협의와 우선 매수권을 보장하고, 위반 시 600억원의 위약금을 물기로 하는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한양정밀이 보유 지분을 담보로 38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면서 계약 위반 여부를 두고 갈등이 시작됐다. 모녀 측은 이를 계약 위반이라며 소송과 가압류를 제기한 상태다. 비록 신 회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미 지분 추가 매입과 법적 다툼으로 인해 4자 연합 내 균열은 가시화된 상황이다.


신 회장과 모녀 측의 지분 싸움이 격화될 경우 ‘캐스팅보트’는 송 회장의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쥐게 된다. 현재 송 회장의 지분(3.84%)에 우호 지분으로 거론되는 임 부회장(9.15%), 임성기재단(3.07%), 라데팡스(9.81%) 지분을 더하면 송 회장 측 지분은 25%까지 늘어난다.


이 상황에서 5.09% 지분을 보유한 임종훈 대표가 사실상 승패를 결정지을 열쇠를 쥐게 됐다. 임 대표가 특별관계자 지분을 포함해 7%에 가까운 영향력을 발휘하며 모녀 측에 힘을 실어준다면 신 회장의 독주를 막아낼 수 있다.


모녀 측이 신 회장의 도움을 받아 제압했던 ‘형제’ 중 하나인 임종훈 대표에게, 이제는 신 회장과 맞서는 과정에서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임 대표가 모녀 측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신 회장과 손잡거나 최소 ‘중립’만 지켜도 경영권 다툼에서의 우위는 신 회장이 잡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임종훈 대표가 지난 경영권 분쟁 당시 모녀 측과 대립각을 세웠던 만큼 송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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