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으로 간 고객 돈, 은행은 '수수료'로 다시 벌었다 [머니, 이탈과 폭주②]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3.03 07:05  수정 2026.03.03 07:05

증시 활황에 '머니무브' 가속화

예금 줄어도 수수료 얻는 은행

"수익 구조 지속가능성이 관건"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뉴시스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주식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예금이 빠져나가면 은행의 수익 기반이 약화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주식시장이 달아오를수록 은행들은 펀드 판매 등을 통한 수수료와 직접적인 유가증권 운용을 통해 늘어난 비이자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비이자이익 확대는 증시 활황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


정기 예금 대신 은행 창구에서 판매되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고객들이 늘면서다.


이러한 움직임으로 발생한 증권 대행 및 수수료 수익이 은행 비이자이익을 견인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을 제외한 3곳은 순수수료 수익과 유가·파생·외환손익 등 투자금융 분야에서 큰 성장을 보였다.


증시 상승기에는 은행이 보유한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의 운용 수익도 함께 급증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주가 상승이 은행권의 유가증권 관련 이익 개선을 주도하는 핵심 요인이 됐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가장 두드러진 성장을 보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누적 비이자이익은 94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5% 급증했다.


투자금융 수수료가 1년 전보다 47.4% 증가한 2295억원을 기록했고,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관련 손익은 1조2294억원으로 39.7% 늘어났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국내 증시 호황에 대응하기 위한 '다시한번코리아' 캠페인을 준비해왔다.


성장형·배당형·인덱스형 등 고객 성향에 맞춘 전략 상품군을 구축해 수익 실현 확률을 높이는 등 정교한 설계를 도입했다는 분석이다.


하나은행 역시 비이자 부문에서 괄목할 성장을 거뒀다.


비이자이익은 1조929억원으로 전년 대비 81.4% 증가했다. 특히 유가·파생·외환손익이 1조1441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76% 폭증했다.


국민은행은 순수수료 이익에서 8.1% 증가한 1조2035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전체 비이자이익 규모는 7453억원으로 4대 은행 중 가장 적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했다.


순수수료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9930억원에 그쳤다. 신용카드 수수료와, 카드 판매 대행 등 기타 수수료 수익이 500억원 넘게 줄어들면서다.


다만 자본시장 호황으로 외환파생이익은 350% 급증했다.


코스피가 장중 6000을 넘어선 지난 2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기뻐하고 있다.ⓒ뉴시스

대형 금융지주 전체로 보면 증권 계열사의 활약이 연결 재무제표상 비이자이익 성장을 더욱 견인하는 모습이다.


증권사의 수탁 수수료와 은행의 유가증권 운용 이익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비이자이익이 4조8721억원을 기록하며 1년전보다 16.0% 성장했다.


KB금융은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응한 기민한 운용 전략 및 브로커리지 경쟁력 강화 덕으로 비이자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중 수수료이익이 4조983억원으로 6.5% 증가했고, 유가증권, 파생, 외화환산 및 보험금융손익이 2조5257억원으로 93.2% 늘었다.


신한금융의 비이자이익 역시 1년전보다 14.4% 오른 3조7442억원을 기록했다.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영향으로 수수료이익이 전년 대비 7.6% 증가한 2조9212억원을 기록했다. 7.6% 증가했다.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관련 이익은 1조9132억원으로 13.5% 증가했다.


하나금융은 비이자이익 2조2133억원으로 14.9% 상승했다.


우호적인 시장환경을 활용한 수수료 증대 노력에 따라 증권중개수수료, 신탁보수 등 자산관리 관련 수수료가 8154억원으로 전년대비 19.9% 확대됐다.


순수수료이익은 2조2264억원으로 10.3% 증가했다.


우리금융 비이자이익은 1조9270억원으로 24% 증가했다. 수수료이익이 2조1610억원으로 3.6% 늘었고, 외환 및 파생관련 이익이 8130억원으로 354.2% 급증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우리투자증권 고도화를 통해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수익 다각화 시너지를 통해 비이자 부문의 반등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의 비이자이익 성장이 시장 환경에 지나치게 의존적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가증권 운용이나 투자 상품 판매 수익은 변동성이 큰 증시 환경에 따라 실적이 좌우될 위험이 크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반복성 비이자 부문의 사업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은행권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포트폴리오 다각화, 비은행 부분 강화를 하면서 실적을 좋게 만든 부분도 있다"며 "이러한 부분을 향후 고정적인 비이자수익으로 자리 잡게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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