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으론 못 버틴다"…은행 문 나서는 개미들 [머니, 이탈과 폭주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3.04 07:03  수정 2026.03.04 07:03

5대 은행 요구불예금 30조원 ↑

인색한 은행 예금금리에

대기성 자금 빼서 주식으로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이 한 달 만에 33조원 넘게 증가했다. ⓒ픽사베이

은행 예·적금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주식 시장으로 향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은행 예금금리는 낮은 수준을 보이며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반면, 주식 호황을 맞아 투자 수익을 쫓는 대기성 자금은 30조원 넘게 불어나면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84조86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5.1%(33조3225억원) 증가한 수치다.


요구불예금은 이자가 거의 없는 대신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낮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정기예금 대신 요구불예금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주식 시장의 활황 때문이다.


은행에 장기간 돈을 묶어두기보다는 증시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23.6회를 기록하며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고객들이 자금을 예치만 해두는 것이 아니라, 실제 투자 실행을 위해 빈번하게 돈을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금 이동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올 들어 2조4132억원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약 30조원 넘게 폭증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 두거나, 주식을 매도한 뒤 인출하지 않은 자금이다.


지난 1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후 100조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역대 최고치(119조4832억원)를 기록한 바 있다.


은행 예금 금리가 매력을 잃으면서 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위험 자산으로 자산 포트폴리오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이러한 머니무브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의 예금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예대금리차 역시 벌어지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46%포인트(p)로, 전월 대비 0.17%p 상승했다.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 만의 반등이다.


5대 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 예대금리차 평균 역시 전월보다 0.242%p 오른 1.504%p를 기록했다. 1년 중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은행들이 예금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이유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와 맞물려 있다.


대출 총량 규제로 인해 공격적으로 대출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을 들여 예금 금리를 높여 자금을 조달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이 자산 시장의 활기를 불어넣는 측면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자산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증시로 이동할 자산이 없는 서민층과 달리, 자산가들은 증시 수익과 더불어 유동성 확보를 통해 발 빠른 투자를 이어가며 자산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고려하면 당분간 증시 강세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대다수"라며 "중동 전쟁으로 리스크는 있지만 길게 보는 개미들의 투자 흐름이 확연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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