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계기 가동된 기존 안전판…채권 37조·PF 60조 합산 한도
‘100조+α’ 상한선 개념…즉시 현금 투입 구조 아냐
학계 “시장 심리 안정 메시지 효과…선제 대응인지 추가 확산 지켜봐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한국거래소, 국제금융센터 등과 함께 개최한 중동상황 관련 관계기관 합동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에서 최근 중동 지역 내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및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중동지역 수출 취약 중소·중견기업 지원방안 등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원회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되자 금융위원회가 “필요시 100조원+α 규모 시장안정프로그램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신규 투입 자금이 아니라 레고랜드 사태 이후 운영 중인 기존 안전판의 총한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실제 즉시 동원 가능한 자금은 잔여 한도와 만기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대규모 실탄 투입이라기보다 선제적 신호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지난 1일 긴급 회의에 이어 전날(3일) 오전 증시 개장 전 관계기관 합동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중동발 리스크에 대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중동지역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 및 금융시장은 견조한 펀더멘털을 갖추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충분한 정책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시장참여자들이 국내 금융시장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을 갖기 보다는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 위원장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필요시 회사채·CP시장 및 부동산PF연착륙 관련 시장안정프로그램(100조원+α)을 적극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다만 이 ‘100조원’은 신규 재정 투입이 아니다. 2022년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급격히 경색됐을 당시 긴급 가동된 시장안정 프로그램의 총한도를 의미한다.
이후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이어지면서 운영 기간이 연장됐고, 지난해 12월 금융위는 2026년에도 이를 지속 운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구성은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 37조6000억원과 부동산 PF 연착륙 지원 60조9000억원을 합산한 구조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최대 20조원, 정책금융기관 회사채·CP 매입 최대 10조원 등이 포함되지만 모두 ‘상한선’ 개념이다.
단계별 출자와 발행을 통해 집행되는 구조로, 즉시 100조원이 현금 투입되는 방식은 아니다.
지난해 채권시장 안정 목적의 신규 매입 실적은 11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정책금융기관별 잔여 한도도 제한적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올해 잔여 한도가 채안펀드 5172억원, 회사채·CP 매입 1조3500억원으로 파악된다.
부동산 PF 60조원대 역시 상당 부분이 보증·대출 프로그램 성격으로, 지정학 리스크 대응 자금으로 곧바로 전환 가능한 현금성 재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금융위 관계자는 “100조원은 전체 프로그램의 최대 지원 가능 규모”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이번 조치는 ‘이란 사태에 100조원을 새로 투입한다’기보다는, 기존 100조원 규모 안전판을 재가동할 수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실제 동원 가능한 자금은 만기 구조와 잔여 한도에 따라 달라지며, 총한도와 즉시 투입 가능한 실탄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100조원+α 규모’는 시장에 안정 의지를 전달하는 메시지 효과가 크다”며 “다만 현재 시장 충격이 레고랜드 수준으로 확산된 상황은 아니어서 선제적 대응인지, 과민 대응인지에 대한 평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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