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부활 앞두고 다주택자 매물 출회 ‘속도’
매물 늘어도 대출 막혀 ‘그림의 떡’…전월세 상승 불안 가중
李, ‘억지 논리’라지만…시장 혼란 줄일 맞춤형 보완책 필요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함께 올 들어 지속된 이재명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경고성 발언으로 인해 끝 모르고 치솟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듯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1%로 4주 연속 오름폭이 축소됐다.
특히 강남3구와 용산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4개 자치구의 집값이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시적인 조정이냐, 집값 하락 국면이 본격화하는 것이냐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건 무주택자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를 향한 대통령의 압박 메시지와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확정으로 시장에는 매물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무주택자들 사이에선 늘어나는 매물은 어차피 ‘그림의 떡’이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온다.
오히려 이렇다 할 보완책도 없이 연일 다주택자 때리기에 나서는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원망이 적지 않다. 가뜩이나 들썩이는 전월세 가격이 매물 부족으로 더 오를 수 있단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 불안감에는 전세 계약 만료 이후 꼼짝없이 월세로 돌아서야 하거나, 직주근접은 고사하고 금액에 맞춰 수도권 외곽으로 더 멀어져야 한다는 답답함이 자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를 두고 ‘기적의 억지 논리’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면 전월세 공급도 줄겠지만 그만큼 무주택자, 즉 전월세 수요가 줄어든다”며 “오히려 주택 매매시장에 매물이 증가함으로써 집값이 안정되고 그에 따라 전월세 가격도 안정된다는 것이 훨씬 더 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주장처럼 현재의 부동산 시장이 ‘다주택자가 내놓은 주택 10채를 무주택자 10명이 흡수할 수 있는’ 상호 보완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면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그칠지 모른다.
그러나 실상은 6·27 대책과 10·15 대책으로 다주택자 매물을 거둬들일 수 있는 건 ‘현금부자’ 한정이다. 정부가 보호한다는 ‘무주택 서민’과는 거리가 있다.
체감하는 집값은 여전히 숨 막히게 비싸고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매매시장 진입장벽은 자금줄이 막히면서 더 높고 단단해졌다.
전방위 규제로 현재 수도권 15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에 불과하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3억원을 넘었고, 무주택자가 다달이 부담하는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0만원을 돌파했다. 최대 6억원까지 운 좋게 대출을 받더라도 13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7억원의 현금이 필요한데, 월 150만원의 주거비를 감당하며 그만큼의 여윳돈을 쥐고 있을 무주택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민간에서 임대 공급을 끊다시피 하겠다면, 공공에서 이 공백을 메워줘야 하는데, 9·7 대책도, 1·29 대책도 발표 이후 지금까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최근 기자는 실제 주거 불안 문제로 스트레스를 호소하거나 불면증 등으로 심리상담센터를 방문하는 이들이 늘었단 얘기까지 들었다. 대출이 막히니 청약도 매매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전월세는 불안한데 계약 만료 시점까지 다가오는 상황이라면, 기자라도 두 다리 뻗고 마음 편하게 잠들지 못할 것 같다.
무주택 수요자들의 불안은 ‘억지’로 치부하고 다주택자를 옥좨 그저 매물만 늘어나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생각은 나이브(Naive·순진한)한 접근이 아닐 수 없다.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다단한 부동산 시장 문제를 좀 더 촘촘히 살피는 맞춤형 보완책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무주택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대전제 하에 작동해야 한다. 시장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책은 결국 시장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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