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시대’...수출 중심 K패션·뷰티, ‘원가 쇼크’ 부담

남가희 기자 (hnamee@dailian.co.kr)

입력 2026.03.04 15:03  수정 2026.03.04 15:06

원·달러 1500원 터치…17년 만 고환율 국면 진입

수입 원료 의존 높은 화장품, 원가 부담 확대

동남아 생산 의류 구조…패션업계 비용 압박 ↑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한 모습.ⓒ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끝내 1500원대를 돌파하면서 K패션·K뷰티 업계에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4일(한국시간)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 종가 대비 19.6원 오른 달러당 1485.7원에 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상승 폭을 빠르게 키우다가 뉴욕증시 개장 약 30분 후인 한국시간 4일 0시 5분께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섰다. 이후 장중 한때 1506원 부근까지 치솟았으나 다시 1500원 아래로 내려와 1490원대에서 거래를 마무리했다.


이처럼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고, 그 여파로 원화 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1500원선을 넘어가면서 수출 중심의 패션·뷰티 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패션·뷰티 업계에서는 원가 부담에 촉각을 집중하고 있다.


뷰티업계의 경우 화장품 제조에 필요한 원료의 수입 의존도가 70%를 넘고, 포장재 역시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어 환율 상승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K뷰티 시장은 인디 브랜드 비중이 높은 구조인 만큼 이들 기업이 받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인디 브랜드 화장품은 고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해외에서 큰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환율 상승으로 제조 원가가 높아질 경우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원가 급등으로 가격을 인상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이익률 유지에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초가성비’를 표방하는 중국산 제품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해 상황을 면밀하게 확인하고 환율 변동 리스크 관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환율 상승이 화장품을 생산하는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ODM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를 수입하는 구조라 비용 부담이 일부 늘어날 수 있지만 수출 비중도 상당해 환율 상승 영향은 대체로 상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패션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업체 대부분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와 중국 등에서 의류를 생산해 소싱하는데, 원부자재와 생산 비용을 달러로 지급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라 환율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소싱과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산업 구조상 환율 상승이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업계 전반에서 원가 절감이나 가격 정책 재검토 등의 대응이 논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세실업 등 패션 ODM·OEM 업체들은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원자재 부담도 동시에 커져 환율 상승이 반드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한 패션 OEM 업체 관계자는 "고환율 환경에서는 수출 시 환전된 원화 수익이 증가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원자재와 물류비 등 달러 결제 기반의 비용 또한 함께 상승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순이익 증대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우리는 매출과 원가 모두 달러로 거래하고 있어, 환율 변화에 따라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복합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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